[카뱅 IPO 후폭풍]주가 높으면 최고? 추가 성장재원 마련 '부담 크다'④PBR 1배 이하 은행권 대비 자금모집 걱정, RWA 가중 고려 필요
이장준 기자공개 2021-08-17 13:30:09
[편집자주]
주가는 주주의 심리를 보여준다. 카카오뱅크의 최근 상장(IPO) 성공을 눈여겨 봐야 하는 이유다. 기존 은행권과 확연히 다른 몸값을 인정받으면서 누군가는 오버슈팅을, 다른 이는 금융업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말한다. 이를 지켜보는 전통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속내는 복잡하다. 카카오뱅크 IPO 성공 배경은 무엇인지, 또 어떤 파장이 예상되는지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2일 16: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뱅크가 높은 시장가치를 인정받은 것을 '득'으로만 봐야 할까. 스톡옵션과 우리사주를 보유한 임직원이나 주주는 더할 나위 없이 좋겠으나 회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상장사는 시가의 10% 할인된 수준에서 증자해야 하는 제약을 안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인 국내 다른 금융사와 달리 시장가치가 높아 신규 투자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익잉여금을 통해 자본을 축적하는 식으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욱이 카카오뱅크가 늘리겠다고 공약한 중금리대출은 위험가중치(RW)가 높아 자본 부담을 키운다. 핀테크 기업 인수·합병(M&A)이나 해외 진출, 신사업 등에 투자하려 해도 탄탄한 자본이 바탕이 돼야 한다. 미래 가치를 선반영해 높은 주가가 되레 추후 성장 동력을 떨어트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시가 10% 할인 룰 탓에 유증 부담 여지
카카오뱅크 주가는 12일 종가 기준 7만3800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35조624억원으로 코스피 통틀어 12위다. 상장 초반이라 등락은 있지만 KB금융(5만3400원), 신한지주(3만9350원), 하나금융지주(4만5300원), 우리금융지주(1만1200원) 등 기존 금융주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위치해있다.
그런데 사실 주가가 오르면 주주만 기쁠 뿐 카카오뱅크가 직접 득을 보는 구조가 아니다. 앞서 공모가는 3만9000원에 확정됐고 2조5526억원의 자금을 수혈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희망 가격 구간 최상단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증자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상장 이후 주가가 2배 수준으로 뛰었다고 증자 규모가 배로 불어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높은 주가는 추가 증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거래법과 산하 시행령에 따르면 상장법인은 신주를 모집할 때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 청약일 전 5거래일부터 과거 1개월 혹은 1주간 공표된 매일 증권거래소 최종시세가격의 평균액이나 최종시세가격 가운데 높은 가격의 90% 이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시가의 90% 미만으로는 유상증자를 할 수 없다는 말이다. 12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주당 6만6500원 수준에서 신규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셈이다. 그런데 적정 밸류에이션을 놓고 시각차가 크다는 걸 감안하면 이를 추진하기 만만치 않은 환경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4대 금융지주의 주가를 토대로 한 PBR이 0.34~0.48배 수준인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공모는 끝났는데 카카오뱅크는 현재 가격이 유지되면 추가 증자를 할 수 없는 구조"라며 "금융사는 PBR이 1배 이하라 유상증자를 하면 항상 이득을 얻는다는 '공식'이 있지만 고 밸류에이션 탓에 오히려 자본 확충이 어려워졌다"라고 설명했다.
증자에 제동이 걸리면 추후 성장 속도에도 제약이 따른다. 물론 자본을 확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당분간 부담은 덜었지만 이익을 많이 쌓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주가가 계속 높게 유지되면 추가 자본 확충이 어려워 이익잉여금만으로 자본 규모를 축적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 시급한 이슈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올 3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BIS 기준 총자본비율(BIS비율)은 19.85%를 기록했다. 같은 시점 국내 은행의 평균 BIS비율이 15.34%라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편이다.
여기에 이번 일반공모를 통해 보통주 6545만주를 늘려 2조5526억원을 추가 확보하면서 당분간 자본비율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카카오뱅크의 성장 속도가 워낙 가파른 만큼 영업활동에 자본을 단기간에 많이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중금리대출, 신사업 등 초반 성장 자금 필요
특히 카카오뱅크는 중금리대출을 늘려야 하는 미션을 안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에 맞게 금융당국 측에 신용평점 4등급 이하(KCB 820점 이하) 차주에 대한 대출 비중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우선 올해 안에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을 20.8%로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과 이듬해 말에는 각각 이 비중을 25%, 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최근 마이너스 통장 금리를 높인 것도 이를 맞추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마이너스 통장 금리를 크게 높인 건 기존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출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는 것"이라며 "당국과 약속한 중금리대출 비중을 맞추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데 중금리대출은 차주의 신용도가 비교적 떨어지는 만큼 이들에 대한 대출자산은 위험가중치(RW)가 높다. 동일한 양의 대출채권을 늘려도 고신용자 대비 위험가중자산(RWA)이 더 많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RWA는 자본비율 산식상 분모에 해당하는 만큼 RW가 큰 자산을 늘릴수록 자본비율은 더 크게 악화하게 된다. 올 3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위험가중자산(RWA)은 15조5031억원을 기록했다. 가장 중요한 수익원을 늘리려면 대출자산 증대가 불가피한데 중금리 비중을 높이면서 자본비율 하락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뱅킹 업무를 넘어 새로운 사업 모델 구축에도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카카오뱅크의 증권신고서를 살펴보면 이번 공모로 확보한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지 엿볼 수 있다. 운영자금 가운데 1조9288억원을 자본적정성을 확보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우수 인력 확보 및 고객 경험 혁신과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에는 올해 각각 1000억원, 15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2023년까지 신사업 추진에 3500억원을 쏟겠다는 구상이다. 금융기술 R&D, 핀테크 기업 M&A를 비롯해 글로벌 진출까지 새 수익원을 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현재 시장가치에는 단순한 은행을 넘어 플랫폼사로서 밸류에이션이 반영된 만큼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혁신을 보여주려면 추가 투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에서 카카오뱅크를 단순 은행주로 보고 시장점유율(M/S)을 파괴적으로 뺏어갈 것으로 봤다면 다른 은행주들이 크게 하락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결국 플랫폼사로 본 만큼 카카오뱅크가 추후 역량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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