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8월 23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대기업에게 인수 제안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죠. 상장 목표를 이뤄야 하기 때문에 결국 거절했습니다.""한 대기업으로부터 인수할 만한 바이오벤처들을 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내부에 전문가가 없다보니 여기저기 의견을 구하는 셈이죠."
지난달 천랩을 인수한 CJ제일제당의 사례를 기점으로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M&A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바이오벤처 대표들은 부러운 눈치를 숨기지 않았고 이같은 사례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M&A가 활발해져야 한다는 공감대는 빠르게 형성됐다.
바이오벤처 대표들과 만나보면 비단 기대에만 그치는 건 아닌듯 하다. 실제 대기업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뚜렷한 그림을 그리진 못하더라도 바이오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 만큼은 자명해 보인다.
특히 앞서 대기업의 인수 제안을 거절한 기업은 난치성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는 신약개발 회사다. 신약개발은 임상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 성공 여부도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기업이 쉽게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그럼에도 이 영역에 뛰어들려는 니즈를 내보인 셈이다.
CJ제일제당의 천랩 인수도 신약개발을 위한 포석이다. CJ제일제당은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를 한국콜마에 매각하며 의약품 산업에서 철수한 지 3년만에 바이오사업에 재진출했다. 그만큼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가 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양사는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공통 영역을 통해 차세대 신약 기술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물론 대기업의 바이오벤처 인수 사례가 얼마나 많아질 지는 아직 미지수다. 오너의 결단이 없다면 대기업 임원 그 누구도 불확실성이 큰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를 밀어붙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대기업 인수 제안을 거절한 곳처럼 기존 투자자들과의 약속도 걸림돌이다. 업계는 상장 전 기업가치가 크게 높지 않은 비상장 바이오벤처가 피인수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보고 있지만 투자 라운드가 거듭될 수록 이 역시 쉽지는 않다는 얘기다. VC들이 산정한 밸류에이션이 M&A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다만 업계 내 M&A는 이미 불씨가 당겨졌다는 평가다. 사모펀드와 제약사들도 바이오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에게 인수합병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 바이오벤처들도 적지 않다. M&A를 통해 바이오벤처 난립 시대를 지나 보다 경쟁력있는 바이오사업이 꽃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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