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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의 각성 조짐

이효범 기자공개 2021-09-02 08:16:12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1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은 롯데쇼핑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확장 전략에만 몰두해온 결과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후회다. 과거의 관성적인 선택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위기를 더욱 키웠다.

한때 할인점 중심의 확장전략이 점차 한계를 드러내자 기업형슈퍼마켓(SSM)으로 눈을 돌려 지속적인 확장을 꾀했다. 일찌감치 롯데닷컴을 계열사로 뒀지만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는 힘을 싣지 못했다.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 역시 롯데쇼핑이 대외적인 환경 변화에 둔감하게 만들었던 원흉이었다.

2019년에는 예상되는 1조원 넘는 손실을 장부상 반영하는 빅배스를 단행했다.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롯데쇼핑은 이듬해인 2020년초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기로 했다. 사실 창업주의 경영철학을 놓고보면 롯데의 구조조정은 생소하다. 그만큼 절박한 위기의식 아래 꺼내든 카드였던 셈이다.

운도 따르지 않는 듯 했다.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확산으로 유통시장의 주도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넘어갔다. 이제 막 개혁을 시작했던 롯데쇼핑 입장에서는 또다른 악재였다. 소비 위축 뿐만 아니라 소비의 양극화도 더욱 심해졌다. 고급화 전략으로 승부한 백화점은 선방했지만 마트, 슈퍼 등은 더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시간은 약이 됐다. 구조조정에 돌입한지 1년하고도 반년이 지나면서 롯데쇼핑에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그 성과가 수치로 조금씩 드러난다. 백화점부문 실적은 확연히 개선됐으며 마트와 슈퍼부문의 적자 폭은 지난해에 비해 큰폭으로 줄었다. 특히 3년으로 예상했던 점포 구조조정 계획은 한층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던 이커머스 사업은 당분간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롯데온을 통한 거래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관련 조직은 어느 때보다 개선점을 찾는데 적극성을 띄고 있다. 방향성도 명확하다. M&A보다는 자체적인 이커머스 채널인 롯데온을 키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지난달 오픈한 롯데백화점 동탄점 역시 침체됐던 롯데맨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7년 만에 낸 신규 백화점으로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흥행했다. 올해 개점한 현대백화점의 '더현대서울'에 비견할만큼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달 문을 여는 의왕 프리미엄 아울렛 '타임빌라스'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크다. 강남권 접근성이 높아 동탄점에 이은 흥행 주자로 꼽힌다.

문제해결의 시작은 그 원인을 찾는데 있다. 자성을 한다는 것 자체로도 롯데쇼핑은 이미 이 단계를 지났다. 관건은 방법론이다. 앞으로 롯데쇼핑의 행보에 더욱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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