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 열전]피데스개발, 시공사 협업 통한 '프리콘' 도입 선도가산모비우스타워, DL건설·DPR아시아 참여…공사비절감·리스크관리 '윈윈'
신민규 기자공개 2021-09-07 07:40:17
[편집자주]
국내 부동산 디벨로퍼(Developer)의 역사는 길지 않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건설사들이 분양위험을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태동했다. 당시만 해도 다수의 업체가 명멸을 지속했고 두각을 드러내는 시행사가 적었다. 그러다 최근 실력과 규모를 갖춘 전통의 강호와 신진 디벨로퍼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업계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면서 그들 앞에는 쉽지 않은 길이 놓여 있는 상황이다. 더벨이 부동산 개발의 ‘설계자’로 불리는 디벨로퍼의 현 주소와 향후 전망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3일 13: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피데스개발이 '프리콘(Pre-Construction)'이라는 낯선 영역에서 새로운 개발사례를 만들었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공사비 견적이 치솟고 원가율 관리가 안돼 갈수록 마진이 줄어드는 추세라 주목도가 높다.'프리콘'은 좁게는 공사(Construction) 전에 미리(Pre) 가상으로 건설한다는 뜻이다. 디벨로퍼와 설계사, 시공사 등 관련 전문가들이 빅룸(Big Room)에 모여 최적의 공정 계획을 짜는 것을 말한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확한 견접을 뽑아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최초 예상한 수익률을 준공때까지 지켜내자는게 기본 취지다.
언뜻보면 당연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디벨로퍼와 시공사가 함께 인허가 단계부터 협업한 국내사례는 거의 없었다. 디벨로퍼는 디벨로퍼대로, 시공사는 시공사대로 각자의 프리콘을 구축하는 방식이었다. 이마저 영세한 디벨로퍼는 생략하기 일쑤였다. 프리콘을 공유하면 공사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한 시공사도 많았다.
피데스개발은 가산모비우스타워 개발에 프리콘을 정공법으로 도입했다. 초기 받아본 건설사 견적이 워낙 높았던 탓도 있었다.
주요 파트너인 DL건설은 시공사 지위가 아닌 '프리콘 수행 용역사' 형태로 4개월간 참여했다. 사업주체인 피데스개발은 담당사업팀과 연구소 인력이 나섰다. 미국에 본사를 둔 DPR아시아가 프리콘 전반을 관리하는 노하우를 전수했다.
DL건설은 프리콘을 수행하면서 건축 인허가를 비롯해 각종 안전평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까지 개발 절차를 함께 했다. 공사비 적정범위에 대한 상호간 협의를 마치고 나서야 시공사 전환 계약을 따냈다.
건설사는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프리콘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정확한 설계도면을 갖고 수주에 나서는 것이 시공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본 셈이다. 내부 사업심의를 받았던 수익률을 준공시점까지 유지한다는 점에서 원가율 관리에도 유리했다.
피데스개발 입장에서도 남는 장사였다. 개발사업이 시뮬레이션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서 공기가 단축되고 합의된 마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상당한 품이 들어갔지만 선진국형 개발시스템을 통해 업력이 쌓이는 효과를 봤다.
가산모비우스타워는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459-21번지에 2023년 준공을 목표로 지어지고 있다. 대지면적 5300㎡에 연면적 4만3400㎡ 규모로 지식산업센터(198호실), 기숙사(368실)가 들어선다. 상반기 분양이 진행됐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 소장은 "단순히 공사비 절감 목적이라기보다 공사전에 건물 전체를 미리 가상으로 지어보면서 오류와 낭비를 없애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과정"이라며 "적정 공사비를 넘지않으면서 퀄리티를 높이는 프리콘 과정을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데스개발은 국내 부동산디벨로퍼 중 1세대 축에 속하는 곳이다. 대우건설 주택사업부 출신인 김건희 회장과 김승배 대표가 부동산경기가 호황이던 2004년 의기투합해 만든 후 업계의 강호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까지 '힐스테이트 안양 범계역 모비우스' 분양대금을 대부분 회수했다. 올해 상반기 가산모비우스타워 분양물량이 수익으로 인식될 전망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지난해 한국부동산개발협회 5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하고 체계적인 정책을 개진하는 차원에서 자체 연구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부동산개발업의 백데이터를 수립해 제도 보완을 꾀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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