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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가 '뉴노멀', 풀어야 할 숙제는 ④충전소 인프라 구축·가격경쟁력 확보 필수…노조 설득·협력사 상생 과제 '산적'

유수진 기자공개 2021-09-13 10:42:57

[편집자주]

현대자동차그룹이 내연기관차에 안녕을 고한다. 경쟁사보다 5~10년 이른 전동화·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하고 변화를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전기차·수소차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밑바탕이 됐다. 미래차 시대를 앞장서 여는 현대차그룹의 전략과 재무, 풀어야하는 숙제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9일 08:0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을 포함한 완성차업체들의 탈(脫)내연기관 움직임은 국내외 자동차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1874년 오스트리아의 지그프리드 말커스가 최초로 발명한 이래 150년 가까이 '자동차의 표준'으로 여겨져 온 내연기관차가 친환경차에 자리를 내주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동차' 하면 누구나 내연기관차를 떠올렸다. 디젤·가솔린 엔진은 자동차를 만들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부품이었다. 하지만 앞으론 아니다. 얼마 전까지 비주류였던 전기차·수소차가 '새로운 표준(뉴노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뉴노멀 시대가 도래하면 사람들의 인식과 생활방식은 물론 각종 제도와 법령 등 사회전반이 그에 맞춰 바뀌게 된다.

◇전기차·수소차 비중 미공개, 인프라 구축이 '핵심'

현대차그룹은 이달 초 제네시스와 현대차의 전동화 비전을 발표하며 향후 20~25년 내 글로벌 판매 라인업의 대부분을 전기차와 수소차로 채우겠다고 선언했다. 심지어 트럭이나 버스 같은 상용차는 별도의 준비기간도 갖지 않는다. 앞으로 모든 신차를 전동화 모델로만 출시할 계획이다.

다만 전기차와 수소차의 구성 비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사장(사진)은 2045년께 생산 비중과 관련해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은 인프라에 많이 의존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고객들의 활용방안이나 분야, 지역 등에 따라 수소차가 나을 수도, 전기차가 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비어만 사장의 답변은 현대차조차도 25년 뒤를 쉽사리 예단할 수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의 말처럼 충분한 '인프라'가 갖춰졌는지 여부가 전기차와 수소차 중 어디에 더 힘을 실을지 결정하는 핵심요소가 될 수 있다. 인프라 수준은 국가·도시별로 다르고 같은 지역 내에서도 전기차·수소차간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전동화 전환에 앞서 구축돼야 하는 필수조건이라는 데에는 이의가 없다.

가장 대표적인 게 충전소다. 소비자가 마음놓고 친환경차를 타기 위해선 충전 관련 이슈가 우선적으로 해소돼야 한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론 현존하는 주유소 수준으로 방방곡곡에 충전소를 설치하고 충전시간 단축도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제반시설조차 제대로 갖춰놓지 않고 소비자의 선택을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특히 '퍼스트 무버'는 시장이 불완전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 적극 인프라 투자에 나서야 한다. 이는 미국의 테슬라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시장이 갓 열리자마자 사업에 뛰어들어 주도권을 선점했다. 그리고 주행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적잖은 돈을 들여 자체 충전 인프라(Super Charger) 구축에 나섰다. 이는 테슬라가 현재의 입지를 굳히는데 큰 역할을 한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 최초의 전기차 플랫폼 E-GMP가 적용된 아이오닉5, EV6, GV60(왼쪽부터).<출처: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적어도 초반엔 수소차보다 전기차에 방점을 찍을 거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이 전기차사업을 하는 만큼 이미 어느정도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확대도 수월하다. 현대차그룹 역시 자체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아이오닉5, EV6, GV60를 순차적으로 출시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의선 회장, 수소사회 '큰 그림'…"공공·글로벌 파트너와 협력"

하지만 최근 행보를 따라가면 마냥 전기차에 힘을 실을 걸로 보이진 않는다. 되레 포커스가 수소차 쪽에 치우쳐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현대차그룹은 8일 출범한 'H2 비즈니스 서밋(한국판 수소위원회)'의 공동의장사 겸 첫 간사를 맡았다.

무엇보다도 정 회장이 직접 전면에 나섰다. 그는 7일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기조발표를 하고 바로 다음날 '수소모빌리티+쇼'에 참석하는 등 시종일관 수소에 '진심'인 모습이다. 2040년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나 수소를 쓸 수 있는 사회' 구현이라는 '큰 그림'을 그린다. 정 회장의 구상에서 수소차는 수소대중화를 앞당길 마중물 역할을 한다.

정의선 회장이 ‘하이드로젠 웨이브’에서 발표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정 회장 역시 수소비전 현실화를 위해 인프라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기업 혼자서는 할 수 없다며 공공부문의 협조를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수소 인프라, 특히 수소 충전소 구축은 수소사회 실현에 매우 기본적인 요소"라며 "이를 위해선 민간과 공공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인프라 확충에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지난달 독일 'H2 모빌리티'에 지분투자를 단행한 게 대표적이다. H2 모빌리티는 독일 정부와 기업들이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설립한 합작사로 현재 91개 수소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수소 인프라 구축을 위해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공공 차원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정부는 작년 12월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서 △전국 2000만 세대에 전기차 충전기 보급 △도심·거점별 수소 충전소 구축 등을 약속했다. 수소 충전소 수를 현재 LPG 충전소(전국 2000여개)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아직까진 정확한 시기와 구체화 계획이 담긴 로드맵이 나오지 않았다. 현대차가 2045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정부·지자체 등과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필수다. 해외 주요시장에서의 인프라 확충 역시 지속적으로 신경써 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미미한' 시장 규모, 가격경쟁력 확보 관건…노조·협력사 설득·상생 '과제'

수소차의 경우 '비싼 가격'도 넘어야 하는 산이다. 아직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한 탓에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전기차보다 열세에 놓여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세계 수소차 판매량은 약 9100대다.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어났지만 많다고 보긴 어려운 숫자다. 전기차, 내연기관차와 비교해보면 시장 규모가 더욱 실감난다. 수소차의 연간 생산량은 약 1만~1만5000대 가량으로 전기차(4~500만대), 내연기관차(1억대)와 동일선상에 나란히 세우는 것조차 어렵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수소차 가격을 전기차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생산기술을 개선하고 비용절감에 효과적인 원자재를 사용해 가격혁신을 이뤄내겠단 계획이다. 특히 수요가 증가하면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비용구조 개선 효과가 뒤따를 걸로 보고 있다.

이 밖에 부품사(협력사)와 노동조합을 설득해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탑재되는 부품 수가 적고 조립공정도 단순해 인력감축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전동화 전환으로 납품이 끊길 위기에 놓인 협력사와의 상생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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