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퍼스트 무버 선언]제네시스 100% 전동화, 현대차보다 '10년' 빠른 까닭③유럽·북미 겨냥, 친환경차 전환에 유리한 시장환경 고려…분리 발표로 효과 '극대화'
유수진 기자공개 2021-09-13 07:42:05
[편집자주]
현대자동차그룹이 내연기관차에 안녕을 고한다. 경쟁사보다 5~10년 이른 전동화·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하고 변화를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전기차·수소차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밑바탕이 됐다. 미래차 시대를 앞장서 여는 현대차그룹의 전략과 재무, 풀어야하는 숙제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8일 10: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9월 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주일'을 보냈다. 2일 '제네시스 전동화 비전' 발표를 시작으로 6일 현대차의 '2045년 탄소중립' 계획을 밝혔다. 7일엔 그룹 차원에서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앞장서 2040년 '수소사회 대중화'를 이끌겠다고 선언했다.3개의 행사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내연기관차 시대에서 탈피해 친환경차 시대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눈에 띄는 건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이 이례적으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전동화·탄소중립 플랜을 따로 분리해 발표했다는 점이다. 현대차가 제네시스만의 비전을 별도로 제시한 건 2015년 브랜드 독립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뚜껑 열린 전동화 전략, 제네시스가 현대차보다 '공격적'
며칠 간격을 두고 잇달아 발표된 제네시스와 현대차의 전동화 계획은 비슷한 듯 보이지만 차이가 상당하다. 두 브랜드 모두 단계적으로 내연기관차의 비중을 낮추고 그 자리를 전기차·수소차로 채운다는 점은 똑같다. 하지만 목표 시점과 선명도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제네시스가 현대차보다 시기적으로 앞설 뿐 아니라 더 구체적이다.
제네시스의 비전에는 2025년부터 신차를 전기차와 수소차로만 출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가솔린이나 디젤 엔진이 탑재된 제네시스 신차를 길어야 2024년까지만 만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로부터 6년 뒤인 2030년부턴 생산라인에서 아예 내연기관차가 사라진다. 이때부터 '제네시스 엠블럼'은 전기차와 수소차에만 달린다. 글로벌 판매 목표도 연간 40만대로 정했다.
뒤이어 공개된 현대차의 계획에는 '완전 전동화' 시점이 없었다. 2030년 글로벌 판매모델의 30%를 전동화하고, 그 비중을 2040년 8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 전부다. 제네시스와 달리 지역간 구분을 뒀다. '유럽'은 2035년까지 100% 전동화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지만 나머지 지역은 2040년이다. 그마저도 '기타 주요시장'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아닌 곳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궁극적 목표'로 삼은 탄소중립 실현 시점에도 차이가 있다. 제네시스는 2035년으로 그룹사 중 '최초'다. 현대차는 10년 가량 늦은 2045년으로 설정했다.
대신 차량 운행 뿐 아니라 공급망(협력사), 사업장(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까지 모두 관리하겠다고 했다. 다만 현대차 공장에서 제네시스를 생산하는 만큼 이는 자동차사업 전반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보인다.
◇겨냥하는 시장 고려, 유럽·북미 타깃인 제네시스가 '유리'
전반적으로 제네시스가 현대차보다 한발 앞선 계획을 수립한 배경을 두고 '럭셔리 브랜드'라서 가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양 측이 겨냥하는 시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시장'은 지역·지리적 의미 뿐 아니라 고급차와 일반차 등 차량 특성에 따른 구분도 포괄한다. 두 브랜드의 타깃 시장은 기본적으로 탄소배출 등 환경에 대한 관심의 정도가 다르다.
현재 제네시스는 국내와 북미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연내 유럽과 중국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 고급차 시장이 활성화돼 있는 곳들이다. 이 지역·국가들은 적극적으로 환경이슈에 대한 대응방안을 고민하고 실천해나간다.
이는 전기차와 수소차가 도로 위를 달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충전설비 등이 이미 구축돼 있거나 이른 시일 내 갖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친환경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려면 인프라와 관련 법규 등 제반 요소의 마련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반면 현대차는 전세계 자동차시장에 대응한다. 울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차량만 보더라도 북미와 유럽 뿐 아니라 중동이나 중남미, 아프리카 등 190개국으로 팔려나간다. 이 중 개발도상국이나 제3세계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넘어가는 속도가 더디다. 아직 친환경차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패러다임 전환에 앞서 선행돼야 할 인프라 구축도 자연히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이는 현대차가 섣불리 '완전 전동화'를 선언할 수 없게 만든다. 앞으로도 해당 지역들에선 한동안 내연기관차를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입장에선 굳이 제손으로 일부 시장을 포기하면서까지 타이트하게 전동화 달성 목표를 잡을 이유가 없다. 아직 구체화된 계획을 내놓지 않은 기아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가 '유럽'을 특정해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일정(2035년)을 밝힌 것 역시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사실상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한 시점이 바로 2035년이다. 당연히 그때까진 유럽지역 내에서 제반시설 구축이 완료될 거란 예상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는 아프리카 국가 등에서 소형차 등 내연기관차를 계속 팔아야한다"며 "제네시스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고급차를 팔기 때문에 완전 전동화 시점이 더 빠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의도적 '분리' 발표, 경쟁사 우위 '선점' 효과
현대차가 제네시스 전략을 떼어내 따로 발표한 것도 같은 이유로 해석된다. 사실 제네시스는 별도의 브랜드지만 현대차 법인 소속인 만큼 하나로 묶어 청사진을 내놓아도 전혀 무리가 없다. 심지어 발표 날짜도 영업일 기준 이틀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경우 제네시스의 하향평준화를 감수해야 한다. 공격적으로 '2030년 100% 전동화'를 선언해 돋보일 수 있는 기회를 잃는다는 의미다. 이에 현대차는 상대적으로 파격적인 제네시스 계획을 현대차보다 먼저 발표하는 방식을 택했고, 그 전략이 통했다. 해외 주요 완성차 메이커들의 전동화 시점과 비교되며 한발 앞선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입장에선 제네시스를 현대차 전략에 포함시켜 발표하기가 아까웠을 것"이라며 "좀 더 공격적인 선언을 위해 내용이 더 뚜렷한 제네시스를 따로 떼어내 먼저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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