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그룹 수소·전기차 굴기]중간지주사 골격 완성…지분정리 과제③말레이법인에 투자한 스틱, 워런트 보유한 허재명 대표 지분정리 필요
김혜란 기자공개 2021-09-17 11:11:50
[편집자주]
1967년 전선 부품 제조기업 일진금속공업에서 출발한 일진그룹의 변화가 눈길을 끈다. 보수적인 기업이란 이미지가 강했으나 사실 조용하지만 빠르게 4차산업 흐름에 맞춰 체질을 개선했다. 2세 경영 체제 개막 전후로 전기차와 수소차 관련 업종 중심의 사업 재편이 가속화하며 그룹의 색깔도 확 달라졌다. 경영권 승계 마무리 후 신사업에 승부수를 던진 일진그룹의 성장 스토리와 비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3일 16: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일진그룹 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글로벌 확장전략을 펼치는 계열사다. 2017년 말레이시아에 첫 해외 생산공장을 만든 뒤 수천억원을 들여 증설을 단행해 생산능력(CAPA)으로 기존 국내 익산공장을 넘어섰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급변하는 전기차 시장 흐름에 발맞춰 유럽, 미국 진출도 준비 중이다.유럽·미국 법인 설립을 염두에 두고 해외법인들을 관리할 중간지주회사 IMG테크놀로지(IMG TECHNOLOGY.Co.Ltd)도 세웠다. 향후 IMG테크놀로지를 국내에 상장해 대규모 자본을 조달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다만 중간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이전에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가 재무적 투자자(FI)를 우군으로 확보하면서 그렸던 거버넌스의 당초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해외 중간지주사 설립, 상장 밑그림 완성
일진머티리얼즈는 2017년 말 낮은 인력비·인건비가 강점인 말레이시아에 터를 잡기로 하고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공장건설 자금을 마련했다. 이후 2년여 뒤 증설을 위해 3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번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와 손을 잡는다. 2·3공장 증설을 위해 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3000억원을 유치한 것이다.
1차 투자 당시 스틱은 PEF 스틱스페셜시츄에이션윈 유한회사를 통해 IMM테크놀로지가 발행한 자본인정형 영구전환사채(CB) 2500억원, 사모 분리형 사모신주인수권부사채(BW) 5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IMM테크놀로지가 상장하면 주식으로 전환해 상장 차익을 얻는다는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을 짰다.
CB는 자본으로 인식돼 부채 비율 하락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일진머티리얼즈 입장에선 재무구조 악화를 방어하면서 낮은 이자비용으로 대규모 성장자금을 조달하고, 스틱은 향후 상장을 통한 시세차익을 크게 노릴 수 있게 딜 구조를 고안해낸 셈이다.
중간지주회사 체제로 지배구조를 바꾸기로 하면서 스틱의 엑시트 계획도 수정해야 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급성장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일렉포일(동박)을 생산하는 일진머티리얼즈의 가치가 더욱 높아졌고, 급증하는 일렉포일 수요에 해외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에도 각각 현지 법인과 공장을 만들기로 하고, 해외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했다. 새로 만들어지는 미국과 유럽 법인 등도 IMG테크놀로지가 거느리는 형태로 만들 계획이다.
중간지주회사 설립은 상장 준비를 본격화하기 위한 밑작업이기도 했다. 해외법인이 국내 증시에 상장하려면 해외 우량 자회사를 묶은 외국기업지배지주회사(SPC)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진머티리얼즈가 지난 8월 종속기업 IMM테크놀로지의 지분 100%를 중간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IMG테크놀로지의 신주를 취득하는 구조로 거래가 이뤄졌다. 지배구조는 '일진머티리얼즈→IMG테크놀로지→IMM테크놀로지'로 바뀌었다. 여기에 발맞춰 스틱도 추가로 1조원을 투입해 해외 증설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IMG테크놀로지를 상장해 FI의 엑시트 통로를 열어줄 계획이다.
◇IMG테크 설립으로 복잡해진 거버넌스…개편은 어떻게?
상장 전 지배구조는 한 번 더 정리해야 한다. 스틱은 당초 IMM테크놀로지 상장을 염두에 두고 IMM테크놀로지의 영구채(2500억원 규모)와 사채(500억원)를 확보했다.
하지만 거버넌스를 바꿔 IMG테크놀로지를 상장키로 전략을 수정했기 때문에 당초 계획대로 상장을 통한 엑시트를 성사시키려면 스틱의 투자분을 IMG테크놀로지로 올려야 한다.
상장 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방안을 찾기위해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스틱이 전환청구권을 행사한 뒤 IMG테크놀로지의 주식과 지분교환(주식스왑)하는 방안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스틱과의 지분정리 문제를 마무리하더라도 또 다른 난관은 허 대표가 보유한 IMM테크놀로지의 신주인수권(워런트)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허 대표는 스틱스페셜시츄에이션윈 유한회사가 보유한 워런트 전부를 매수했다. 스틱이 채권은 놔두고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인 워런트만 따로 떼어내 오너에게 팔았단 뜻이다.
오너의 IMM테크놀로지의 지분 확보, 이를 통한 상장 이후 차익 확보의 기회를 만들어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상장사의 사모방식의 분리형 BW 발행은 자본시장법에 금지돼 있지만 비상장사는 해당 사항이 없다.
허 대표가 워런트를 행사하려면 IMM테크놀로지가 유상증자를 해야 한다. BW 만기가 발행일(2019년11월27일)로부터 5년이라 2025년 안에는 신주 발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허 대표가 주식을 확보하면 IMG테크놀로지가 이 지분을 사들이거나, 주식스왑을 하는 식의 절차를 한 번 더 거쳐야 한다.
일진그룹 측은 "대주주의 책임경영 차원에서 허 대표가 워런트를 인수했다"면서 추후 지분 정리 문제에 대해선 "아직은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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