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CP 잔액 '0원'에 담긴 의미는 2600억 전액 상환, 단기차입 의존도 축소...공모채 시장 복귀
이우찬 기자공개 2021-09-23 08:15:12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7일 13: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로템이 현금성자산 절반가량을 기업어음증권(CP)을 상환하는데 쓴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차입금인 CP 잔액 전부를 갚으며 단기에서 장기로 차입구조를 변화하는 모습이다.17일 현대로템의 2021년 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5431억원에서 올 6월 말 2815억원으로 50%가량 줄어들었다. 단기금융상품이 2043억원에서 108억원으로 1935억원 감소한 영향이 컸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현금성자산은 단기차입금을 상환하는데 쓰였다"고 말했다. 단기차입금은 2600억원의 CP 잔액을 모두 갚으면서 지난해 말 4013억원에서 올 6월 말 1555억원으로 61.3% 감소했다.
현대로템이 CP를 모두 상환한 것은 단기차입 의존도를 줄이고, 장기 차입 등 다양한 조달 방안을 고려할 수 있게 됐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로템은 2018~2019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신용등급이 'A'에서 'BBB+'로 강등된 뒤 공모채 시장에 발길을 끊었다. 2019년부터 CP로 방향을 틀어 단기 자금 확보에 집중했다. CP 잔액은 2018년 말 500억원에서 2019년 말 2100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지난해 말 2300억원을 기록했다.
CP는 단기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기업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한다. 자본시장통합법을 따르는 채권과 달리 어음법의 적용을 받아 발행절차가 간소한 게 특징이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현대로템이 발행한 CP는 만기가 '30일 초과 90일 이하', '90일 초과 180일 이하'로 구성돼 현금 유동성 안정화에 기여하지 못했다.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자의 반 타의 반 CP 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1월 소방수로 투입된 이용배 사장의 비상경영체제 이후 현금흐름과 재무구조가 개선되기 시작했다. 영업에서는 레일솔루션부문(철도) 중심으로 저가 수주를 지양하고, 재무에서는 현금성자산 확보를 통해 차입금을 줄이는 기조를 이어왔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영업 측면에서 디펜스솔루션부문(방산)에서 K2전차 2차 양산 재개, 차륜형장갑차 양산납품이 영업현금흐름과 현금성자산 증가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자회사 그린에어 지분 매각(812억원), 의왕연구소 토지·건물 매각(878억원)도 유동성을 늘리는데 기여했다.
회사는 2018~2019년 2년간 4760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하다, 지난해 영업이익 821억원으로 흑자로 전환했다. 올해 2분기까지 최근 6개 연속 분기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사업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개선되기 시작하면서 자금 조달도 단기차입인 CP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화할 수 있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총차입금은 2019년 말 1조5042억원에서 올 6월 말 9947억원으로 줄었다.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362.6%에서 201.0%로 떨어졌다.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는 현대로템에 대해 올 5~6월 등급전망(아웃룩)을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재무구조 개선, 실적 회복세 등이 크레딧 조정의 배경이었다. 현대로템은 올 6월 만기 2년물, 3년물로 총 680억원을 공모채로 조달하며, 2019년 이후 2년 만에 공모채 시장 복귀를 신고하기도 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단기차입금이 많을수록 유동성이 좋지 않기 때문에 장기화 쪽으로 비중을 더 늘렸다"며 "차입금 규모 자체도 줄인 만큼 이자비용 절감도 가능해 재무구조도 더 건전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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