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십 시프트]해성옵틱스 찜한 해화·옵트론텍, 몸집 키우기 '방점'②'유동성 공급' 실질 인수 주체, 1차 벤더 격상·OIS 부문 강화 '복안'
박창현 기자공개 2021-09-27 07:10:28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3일 11: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마트폰용 카메라 전문기업 '해성옵틱스'가 새 주인을 맞는다. 명목상 최대주주는 투자조합이지만 그 뒤에는 전략적투자자(SI)가 자리 잡고 있다. 동종업체인 '㈜해화'와 '옵트론텍'이 그 주인공이다. 각각 1차 벤더 지위 격상과 OIS(광학식 손떨림 방지기능) 사업 경쟁력 강화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다. 사업 구조조정과 인력 파견 등을 통해 '인수 후 통합작업(PMI)'에도 힘을 싣고 있다.해성옵틱스는 현재 대주주 변경 절차가 진행 중이다. '오에이치 얼머스 리스트럭처링 투자조합 1호(이하 오에이치 투자조합)'가 다음달 예정된 27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단독으로 참여한다. 유증 완료 후 지분율은 28.16%에 달해 기존 대주주인 이재선 대표이사(21.89%)를 제치고 1대주주 자리를 꿰찰 수 있다. 그즈음 임시주주총회까지 열어 이사진을 새롭게 구성한다. 대주주, 더 나아가 경영권 변동이 수반하는 거래인 셈이다.
명목상 오에이치 투자조합이 경영권을 쥔 모양새지만 실질 인수 주체는 따로 있다. 투자조합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해화와 옵트론텍이 이번 M&A의 핵심이다. 양사 모두 해성옵틱스가 영위하고 있는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 산업 생태계에 속해 있다.
해성옵틱스는 렌즈모듈과 AF 액츄에이터, 모듈로 이어지는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 일괄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를 최대 고객사로 두고 있다. ㈜해화와 옵트론텍 역시 그 밸류체인 영역 안에 있다.
㈜해화는 휴대폰용 카메라 액튜에이터에 탑재되는 제품을 생산하고 조립하는 'VCM 모듈사업'을 하고 있다. 베트남법인을 생산거점으로 삼고 있으며 매출 비중도 크다. 2019년 기준 전체 매출 규모는 255억원 수준이며, 이 중 96%에 해당하는 244억원이 베트남법인에서 창출됐다.
벨류체인상 ㈜해화는 2차 벤더 성격이 강하다. 해성옵틱스 등 1차 벤더가 삼성전기 등 메이저 고객사로부터 물량을 받으면, 거기서 파생돼 다시 일감을 받기 때문이다. ㈜해화는 이번 해성옵틱스 인수를 통해 단숨에 지위 격상을 노릴 수 있다. 이미 밸류체인을 꿰뚫고 있는 만큼 사업 시너지 창출도 용이하다.
업계 관계자는 "수직 계열 시스템상 해성옵틱스가 삼성 측으로부터 받은 물량 중 일부를 ㈜해화와 함께 수행할 수 있다"며 "더 궁극적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양사가 합병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옵트론텍은 코스닥 상장사로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에 들어가는 광학필터(IR Filter)와 광학렌즈, 광학 줌 등을 만든다. 최근 들어 핵심 고객사들이 트리플·쿼드 카메라와 오토 포커스, 안면인식, AR 등 고성능 고화소 카메라 모듈 스펙을 요구하는 등 경쟁력 강화 필요성이 커지자 과감하게 M&A 투자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해성옵틱스의 높은 OIS 기술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관계자는 "옵트론텍은 주력인 광학필터 시장이 레드오션 단계로 진입하자 OIS 등 새로운 영역으로 아이템을 확장시키고 있다"며 "해화와 옵트론텍 간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이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동종업체 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삼성전기 등 메이저 고객사와의 사전 조율 또한 신속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해화와 옵트론텍은 향후 내부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투자 비율을 확정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해화가 주도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옵트론텍이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는 그림을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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