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톱티어 2차전지 전해액 기업을 꿈꾼다" [IPO & CEO]오정강 엔켐 대표, LG·SK 해외 확장 맞춰 2026년 매출액 2조 달성
강철 기자공개 2021-10-15 08:13:54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4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켐(Enchem)은 내년 1월 설립 10주년을 맞는 2차전지 전해액 개발사다. 전기차 배터리용 전해액을 국내 최초로 국산화한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글로벌 2차전지 기업의 핵심 사업 파트너이기도 하다.지금의 엔켐을 만든 주인공은 오정강 대표(사진)다. 그는 지난 10년간 독보적인 전해액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며 엔켐을 연 매출 2000억원을 바라보는 강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오 대표의 연구개발(R&D) 역량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구축한 글로벌 2차전지 기업과의 네트워크는 빠른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엔켐은 이달 말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제2의 도약을 위한 중장기 성장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글로벌 1위 전해액 개발사로 도약한다는 야심 찬 목표도 세웠다. 공모주 수요예측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주 오 대표를 만나 엔켐의 중장기 청사진을 들어봤다.
- 오정강이라는 인물을 소개해달라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학부 시절에는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주로 연구했다. 졸업 후 제일모직에 입사해 삼성SDI에 전해액을 납품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때 처음으로 전해액을 접했다. 지금 생각하니 정말 우연한 기회에 전해액 관련 일을 시작한 것 같다. 이후 2009년 즈음에 제일모직이 전해액 사업부를 매각했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커리어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여러 길을 고민하다 사업에 도전해보기로 마음을 먹고 2012년 1월 엔켐을 설립했다. 제일모직 시절부터 해서 약 20년의 전해액 외길 인생을 걷고 있다.
- 엔켐의 성장 스토리가 궁금하다
▲엔켐 설립 당시에는 LG화학(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 전해액을 납품한다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기술력, 제조 기반, 네트워크 등이 모두 부족했다. 그래서 중국 로컬 기업과 거래를 하며 레퍼런스를 쌓아나갔다. 그러다가 2013년에 LG화학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당시 LG화학이 전기차용 전해액 분야에서 허들을 넘지 못하는 기술이 하나 있었다. 고출력 전해액을 값싸게 만드는 기술에서의 진입 장벽이었는데 이를 엔켐이 넘어섰다. 정식으로 승인을 받은 후 이 기술을 LG화학에 본격 공급하기 시작했다.
- 이때부터 사세 확장에 속도가 붙은 것인가?
▲그렇다. LG화학과의 파트너십이 엔켐에 가져온 변화가 상당했다. 명성이 알려지자 SK이노베이션도 2015년 전해액 공급을 요청했다. 그 결과 국내 2차전지 시장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을 핵심 고객사로 두게 됐다. 양사와의 거래는 글로벌 확장을 본격 추진하도록 하는 원동력으로도 작용했다. 알다시피 두 기업은 해외에 대규모 2차전지 제조 사이트를 가지고 있다. 일례로 LG화학은 폴란드에 유럽 최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운영한다. 양사의 현지화 전략에 맞춰 엔켐도 2017년부터 미국, 중국, 유럽 등에 거점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 'LG·SK'와의 향후 동반 성장 계획을 설명해달라
▲현재 제천, 풍세, 중국, 폴란드 등 총 4곳에 전해액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5년까지 미국, 중국, 헝가리 등에 4개 거점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모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는 지역이다. 계획대로 증설이 이뤄지면 현재 6만5000톤 수준인 연간 전해액 생산 능력이 2025년 22만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에 IPO 공모로 조달하는 자금은 대부분 해외 증설에 투입하려고 한다.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생산 기지의 경우 공모 자금과 별도로 추가 투자 유치를 단행해 운영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 빠른 성장 과정에서 적잖은 자금이 필요했을 것 같다. 어떻게 마련했나?
▲LG화학과 거래를 시작한 2013년 첫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을 필두로 산업은행,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 KTB네트워크 등이 운영자금을 지원했다. 이후 해외 진출과 기술 개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외부에서 자금을 수혈했다. 그 결과 현재 약 12곳의 재무적 투자자(FI)가 주요 주주로 들어와 있다. LG와 SK의 벤더라는 평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는지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투자 규모가 상당하다보니 창업 멤버의 지분율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현재 나를 포함한 특수 관계인의 지분율은 대략 23% 수준이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이 1조원까지 거론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23%는 결코 낮은 지분율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상장은 FI를 위해서도 필요한 절차로 보인다. 그런데 구주 매출이 전혀 없다.
▲FI가 공모가보다 더 높은 주가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운용 중인 펀드의 만기만 아니면 더 오랜 기간 지분을 보유하고 싶어하는 주주도 있다고 들었다. 이번 공모에서 산정한 시가총액이 5000억원 수준인데 상장 후 최소 2~3배는 오른다는 전망도 있는 것 같다. 이러한 기대와 동행이 무척 감사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선다. 내부에서 생각하는 엔켐의 적정 가치와 시장에서 바라보는 밸류에이션은 분명 차이가 있다. 따라서 상장 후 주가의 방향성을 섣불리 가늠할 수 없다. 주주들이 이 부분을 충분히 감안했으면 한다. 참고로 상장 초기 주가 안정화를 위해 주요 주주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1년 이상의 보호 예수를 걸었다.
-최대 800억원의 공모 자금을 확보한다. 구체적인 활용 계획은?
▲앞서 말한 대로 대부분 해외 공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건립 초기 단계인 헝가리와 미국에 많은 자금이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원체 많은 증설을 계획하고 있어서 공모 자금 소진이 굉장히 빠르게 이뤄질 것 같다. 그래서 미국 공장의 추가 투자 유치를 검토하고 있다. 해외 증설 외에 수도권 연구소 건립에도 일부 자금을 활용하려고 한다. 대학교 안에 R&D 거점을 구축해 산학 협력을 추진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전해액 외에 구상하는 신성장동력이 있다면?
▲2026년 매출액 2조원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해액과 시너지를 창출할 신규 아이템을 최소 2개 정도는 더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고체 배터리에 들어가는 전해질을 비롯해 여러 신사업을 고민하고 있다. 다만 아직 전해액 수준의 성장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폴란드와 미국을 중심으로 배터리 리싸이클링도 신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앞으로 전기차의 상용화가 이뤄지면 2차전지는 분명 초과 수요 상태에 다다른다. 따라서 배터리 리싸이클링 시장도 같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 오 대표가 그리는 엔켐의 미래는?
▲글로벌 전해액 시장은 천사첨단신소재, 궈타이(Guotai), 캡켐(Capchem)을 위시한 중국 기업 4곳과 일본 미쓰비시가 장악하고 있다. 1위 기업인 천사첨단신소재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액 6000억원을 달성했다. 시가총액은 25조원에 달한다. 엔켐의 현재 시장 점유율 순위는 5위다. 이번 상장을 발판으로 톱티어에 진입하기 위한 점유율 경쟁을 시작하려고 한다. 당장 내년에 4위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이를 위해 고객사와 굳건한 공생 관계를 유지하며 꾸준하게 사세를 키워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1위의 2차전지 전해액 전문 기업. 엔켐과 오정강이 그리는 미래다.
◆ 오정강 엔켐 대표 주요 약력
△아주대학교 화학공학 학사
△아주대학교 화학공학 석사
△대우고등기술원 연구원
△SKC 전지개발팀 연구원
△제일모직 전지재료사업부 수석 연구원
△삼성SDI 전지사업부 책임 연구원
△엔켐 최고 경영자(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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