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0월 21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이패밀리SC가 최근 실시한 공모주 수요예측에서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참여한 기관의 80%가 공모가 밴드(3만9000원~4만8000원) 최하단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결과 단가는 2만5000원으로 정해졌다. 공모 결과를 지켜본 김태욱 아이패밀리SC 대표는 당초 계획한 구주 매출을 곧장 철회했다.흥행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착용의 일상화는 지난해부터 국내 코스메틱 기업의 실적에 적잖은 타격을 입혔다. 아이패밀리SC도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나는 등 심각한 수익성 저하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국내 코스메틱 상장사의 주가는 증시 호황과 맞물려 우상향 흐름을 이어갔다. 이로 인해 업종 PER 배수가 비합리적으로 치솟았다.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의 PER은 최근 90배까지 올랐다. 실제 기업가치보다 과도한 거품이 꼈다.
시장은 현명하다. 주가와 밸류에이션의 괴리를 모를리 없다. 실제로 아이패밀리SC가 예비심사 청구 당시 최대 2140억원의 기업가치와 4만5700원∼5만1900원의 공모가 밴드를 제시하자 지나치게 높은 밸류를 산정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이패밀리SC는 시장의 반응을 감안해 증권신고서에는 15% 할인한 공모가 밴드를 반영했다. 공모 자금으로 추진할 여러 신사업에 관한 청사진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럼에도 기관 투자자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과한 공모가와 더불어 빈약한 브랜드 스토리와 인지도도 단점으로 지적받았다. 대표 브랜드인 롬앤(Rom&nd)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지 어느덧 5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아직 시장에서 생소한 브랜드다. 롬앤보다 김태욱 대표의 아내인 탤런트 채시라 씨가 훨씬 유명하다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다.
올해 상장한 선진뷰티사이언스나 실리콘투처럼 원재료 개발,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 등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확보하지도 못했다. 색조 화장품 시장은 클리오와 스타일난다를 비롯한 다수의 강자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전쟁터다. 엣지 있는 브랜드와 마케팅 전략을 바탕으로 아이패밀리SC만의 강점을 발굴하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어렵다.
김 대표에게는 미안한 얘기일 수 있으나 이번 공모 흥행 실패는 시장에 경각심을 일깨운 측면에서 순기능을 했다. 기관의 투심을 자극할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시류에 편승해 상장에 도전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할 수 있는지를 알려줬다.
IPO를 계획한 예비 코스메틱 상장사가 있다면 모쪼록 이번 사례를 참고해 전략을 고민했으면 한다. 차별화할 수 있는 강점이 없다면 IPO가 아닌 다른 자금 조달 수단을 강구할 것을 권유한다. 프리-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맞춤형 상장 컨설팅을 받는 것은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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