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0월 26일 08: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가 우리금융지주 지분 인수전에 참여해 눈길을 끈다. 일부에서는 빗썸 운영사도 컨소시엄 형태로 뛰어들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통 금융권의 영역으로 완전히 편입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소수지분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나 제도권 편입 초창기라 당국에서 쉽사리 승인을 내주지 않으리란 보수적 시각이 있다. 지분 매각이 흥행에 성공하며 대안이 많다는 점도 여기 힘을 더한다. 반면 아직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우리금융 입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매도자 측은 최근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총 18개 투자사에게 실사 기회를 부여했다. 다음달 18일 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할 예정이다.

투자자 명단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으나 IB 업계에 따르면 기존 주주인 대만 푸본그룹,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호반건설, 하림그룹 계열 팬오션, 글랜우드PE, 유진PE 등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도 LOI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인수 물량은 최소 수준인 1% 지분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빗썸의 운영사도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담당하는 빗썸코리아는 빗썸홀딩스(73.98%), 비덴트(10.28%), 옴니텔(8.22%) 등을 주주로 두고 있다.

명확한 인수 주체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단일 주주가 아니라 펀드 형태로 간접적으로 참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예금보험공사는 이번 입찰에서 공모(公募) 이슈가 없는 범위 내에서 컨소시엄 참여를 허용했다. 실제 원매자 18곳 가운데 한 곳은 소규모 PEF 등이 공동참여한 형태로 소수지분 확보를 원하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는 회사 두 곳이 LOI를 제출한 것으로 안다"며 "업비트와 빗썸 쪽에서 참여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빗썸 관련 회사가 단일 주주로 이름을 올리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펀드 형태로 인수전에 참여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빗썸 관계자는 이와 관련 "M&A는 민감한 사안이다보니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승인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매도자 측은 입찰가격과 더불어 '비가격 요소'를 함께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비가격요소의 구체적인 지표와 기준 등은 추후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결정키로 했다.

통상 금융위가 주주의 적격성을 심사할 때는 다소 모호한 '사회적 신뢰성'이라는 질적 항목도 평가한다. 비록 소수지분이지만 이제 막 제도권에 편입되기 시작한 가상자산거래소 운영사가 금융지주 지분을 확보한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아직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신고 접수된 사업자 총 42곳 가운데 현재까지 주식회사 두나무와 코빗 등 두 곳에 대해서만 신고수리 결정을 내린 상황이다. 이번 입찰이 흥행 몰이에도 성공한 만큼 단순히 입찰가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을 고려해 낙찰자를 선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입찰 참여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딜이 우호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이라며 "비가격 요소에 따라 우선순위가 갈릴 것으로 보이는데 가상자산 거래소 쪽은 아무래도 이미지 때문에 어렵지 않겠냐는 추측이 많다"고 전했다.

반대로 이들을 주주로 끌어들이면 우리금융 입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우리은행이 아직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지 못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업비트), 신한은행(코빗), NH농협은행(빗썸·코인원) 등 다른 은행들이 가상자산 4대 거래소와 제휴를 맺고 쏠쏠한 수수료 수익을 내는 걸 지켜만 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이들과 제휴를 맺은 은행들이 거래소로부터 받은 수수료는 169억700만원이다. 1분기 70억5500만원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아울러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선물 ETF 출시를 승인한 만큼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 정부도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데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다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차원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오히려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 강자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만드는 데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제기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두나무 입장에서는 케이뱅크 외에 전통 금융그룹과도 추후 시너지를 구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은행도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를 맺고 싶었으나 당국 눈치를 보고 진입을 못했다면 가상자산거래소 운영사가 주주로 들어오는 게 나쁘지 않은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