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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마켓의 영리한 선택 [thebell note]

오찬미 기자공개 2021-11-09 08:00:13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4일 08:0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존심을 걸고 기싸움을 벌이다 공멸의 길을 걷는 경우를 일컬어 치킨게임이라고 한다. 어느 한 쪽도 양보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다 많은 것을 잃는다. 20세기 냉전 체제, 2000년대 초반 반도체 경쟁 등이 대표적이다. 치킨게임이 손해 보는 장사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지만 정작 눈앞에 다가오면 악수(惡手)를 두는 경우가 많다. 대개 자존심 문제이거나 소탐대실을 범하는 경우다.

새벽배송업체 오아시스마켓은 자본시장(IB)에서 보기 드물게 치킨게임이 아닌 동행의 길을 선택했다. 사정은 이렇다. 새벽배송 시장의 경쟁자인 마켓컬리는 올해 나스닥 상장 도전을 했다. 그러나 돌연 국내 상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 사이 후발주자인 쓱닷컴(에스에스지닷컴)과 오아시스마켓이 IPO에 속도를 냈다. 결과적으로 미래에셋증권은 쓱닷컴,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은 오아시스마켓 주관을 맡았다.

IPO 빅3 증권사가 다른 새벽배송업체 상장 주관을 맡자 마켓컬리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통상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들은 서로 증권사를 겹치지 않게 선임한다. 이해상충 가능성과 정보 노출 우려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 IET 주관을 맡은 증권사에 입찰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마켓컬리는 5조 몸값을 담당할 대형 증권사가 빠지면서 자칫 상장 일정이 꼬일 위기에 처했다.

이때 오아시스마켓의 통큰 결단이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김영준 오아시스마켓 대표와 회동한 자리에서 마켓컬리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대표주관 역할을 제안한 것에 대한 동의를 구했다. 새벽배송 1위업체의 IPO를 우회적으로 돕는 일은 후발주자가 쉽게 결론내릴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때 얻는 것도 있었다. 주어진 카드는 '유니콘'이었다. 두 증권사가 1조원 밸류로 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결정했다는 게 IB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오아시스마켓은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 TPG와 대규모 투자유치를 논의하고 있는 중이었다.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8000억원 남짓이다. 오아시스마켓은 대규모 투자금과 1조 유니콘의 갈림길에서 후자를 선택했다. 치열한 경쟁보다는 성장하는 새벽배송 시장에서 공생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내년 새벽배송 업체 3곳이 IPO에 나서면 시장의 관심을 더 크게 불러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심 하고 있다.

경쟁이 언제나 최선은 아니다. 전략적 동행과 부수적 이익을 얻어내는 영리함이 기업을 더 살찌우게 할 수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새벽배송 후발주자지만 유일한 흑자 경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아 왔다. 이제 IPO라는 마지막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동행이 유니콘을 넘어 당당한 조단위 상장사로 거듭나는 길이 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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