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십 시프트]어보브반도체, 윈팩 M&A에 390억 푼다①자기자본 38% 상당 투자, 지분 26% 쥐고 경영권 행사
김형락 기자공개 2021-11-16 07:30:31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2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어보브반도체가 윈팩을 인수하기 위해 현금 보따리를 푼다. 현금 여력을 총동원해 반도체 후공정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반도체 설계 기술을 쌓던 그동안 행보와 다른 모습이다.어보브반도체가 코스닥 상장사 윈팩 새 주인 자리를 꿰찼다. 인수·합병(M&A)에 총 390억원을 쏟아붓는다. 지난해 어보브반도체 자본총계(1013억원)의 38% 규모다.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공정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한 투자다. 자금 납입을 마치면 어보브반도체는 윈팩 지분 25.99%를 쥐고 최대주주에 오른다.
지분 투자는 두 갈래로 나눠서 진행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구주 거래에는 240억원, 윈팩 곳간을 채우는 유상증자에는 150억원을 쓴다.
먼저 구주 거래로 윈팩 지분 14.34%를 확보한다. 윈팩 최대주주인 코스닥 상장사 티엘아이가 보유한 지분 9.55%와 티엘아이 자회사 센소니아가 보유한 지분 2.79%, 김달수 티엘아이 대표이사가 보유한 지분 2%를 사들인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후하게 쳐줬다. 구주 지분 양수금액은 총 240억원이다. 1주당 인수금액은 3900원이다. 최근 1개월 윈팩 가중산술평균종가 등을 토대로 산정한 기준시가(2475원)보다 58% 높은 가격이다.
구주 인수자금은 어보브반도체 보유 자금으로 치른다. 지난 9일 계약금 24억원을 지급했다. 나머지 216억원은 다음달 22일 지급한다.
부족한 지배력은 유상증자로 보강한다. 어보브반도체는 지난 9일 구주 인수 계약과 동시에 윈팩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15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납입일 오는 17일이다. 신주 발행가액은 기준주가에 10% 할인율을 적용한 2220원이다. 유상증자 참여로 취득할 신주(675만6756주)가 인수할 구주(615만3849주)보다 많도록 거래 구조를 짰다.
당사자 사이 자금이 오가는 구주 거래와 달리 유상증자 출자금은 그대로 윈팩 금고에 쌓인다. 장비 구매에 쓸 시설자금(81억원)과 기존 대출 상환자금(69억원)으로 안배해뒀다.
유상증자 대금은 어보브반도체 자체 자금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6월 말 어보브반도체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78억원이다. 단기금융상품 80억원을 합해도 M&A 대금(390억원)에 못 미친다. 부족한 인수자금은 차입금 등으로 충당해야 한다. 부채비율은 18%로 여유로운 편이다.
어보브반도체는 컨트롤러(Microcontroller Unit 이하 MCU)를 설계·생산하는 팹리스업체다. MCU는 가전·전기제품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칩이다. 자체 설계 기술을 가지고 프로브 테스트와 파이널 테스트를 제외한 전체 제품을 외주업체에 위탁해 생산하고 있다.
윈팩 인수는 그간의 투자 이력과 결이 다르다. 설계자산(IP)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초기 투자가 주를 이뤘다. MCU 설계 기술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다. 투자 규모도 10억~20억원 안팎이었다.
어보브반도체 계열구조도 단출하다. 종속기업으로 홍콩 소재 판매법인(ABOV SEMICONDUCTOR)을 두고 있다. 관계기업 네 곳은 모두 MCU 설계업체다. 다빈칩스 지분 43.5%(출자금액 26억원), 화인칩스 지분 29.5%(출자금액 22억원), 관악아날로그테크놀러지 지분 20%(출자금액 12억원), 오토실리콘 지분 43%(출자금액 9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 MCU 설계업체 스카이칩스 지분 17.9%(출자금액 16억원)도 들고 있다.
윈팩은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테스트 외주사업을 펼치고 있다. 자산총계는 1359억원으로 어보브반도체 연결 자산총계(1199억원)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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