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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3.0 리뉴얼]내실 먼저 다진 우리은행, 핵심거점 '더 강해진다'①과감한 유증, 성장기반 전격 지원…헝가리 등 유럽지역 신규확장 주목

김현정 기자공개 2021-11-22 07:34:53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단순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 등에 주력하는 3.0 시기에 들어서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정부의 신남방 정책 등에 맞춰 드라이브를 보다 걸던 단계다. 이런 가운데 경험해보지 못했던 '코로나19' 국면을 맞이했다. 생존과 확장을 위해서는 '언택트(비대면)' 전략이 필수다. 글로벌 각지에 진출한 금융사들이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지 그 변화를 언택트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2일 08: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속 우리은행이 올 한해 중점을 둔 글로벌 전략은 강도 높은 ‘내실다지기’였다. 무엇보다 핵심 거점들의 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과감한 증자 행보가 돋보였다. 내년 전세계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및 금리인상이 본격화하면 선제적 자금수혈이 더욱 빛을 볼 것이란 판단이다.

‘글로벌 디지털라이제이션’도 기존 채널의 강력한 성장동력이 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현지 은행과의 점포 수 경쟁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빠르게 인지하고 신속하게 해외 곳곳에 디지털을 입혔다.

영토 확장을 놓고는 과거 집중했던 동남아 지역 외 다른 곳으로도 눈길을 돌렸다. 유럽 생산기지 역할을 담당하는 헝가리에 사무소가 곧 들어설 예정이다. 아프리카 및 중앙아시아 시장은 우리은행의 새로운 관심 지역이다.

◇‘강한 곳을 더 강하게’…내실 전략 통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올 한 해 우리은행은 기존 채널을 더욱 강력하게 정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기존 해외점포 이전 및 통폐합을 통해 내실을 다지고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법인들에는 증자를 통한 지원 등 적극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작년 우리은행은 베트남법인(베트남우리은행)과 캄보디아법인(WB파이낸스)에 각각 1600억원, 12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했다. 올 들어서는 인도네시아법인(우리소다라은행)과 독일법인(유럽우리은행)에 각각 1100억원, 689억원의 자금수혈을 완료했다.

우리은행의 해외거점에 대한 통 큰 지원은 ‘뿌린 만큼 거둘 수 있다’는 확고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베트남우리은행과 WB파이낸스, 우리소다라은행은 우리은행 동남아 3대 축으로 전체 글로벌 이익의 40%를 담당하고 있다. 올 3분기 누적기준으로 해당 3개 법인의 순이익은 작년 대비 31%가량이나 증가했다.

유럽우리은행도 마찬가지다. 2018년 11월 문을 연 유럽법인은 올해 벌써 흑자전환을 앞두고 있다. 독일의 높은 인건비, 엄격한 규제 비용 등으로 통상 4~5년 걸려 순이익을 내는 해외법인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우리은행의 증자 행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년 초 러시아법인(러시아우리은행)에도 추가 자본금 투입을 계획하고 있다. 러시아 내에서 현지 기업담당자(RM)을 통한 우량기업 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중이다. 미국법인에도 추가 증자를 실시한다. 국내 은행들 대부분이 미국 LA와 뉴욕 쪽에 나가 있는데 현재 국내 기업들이 중부와 서부 쪽에도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봤다. 미국법인으로의 자금수혈은 추후 점포 확장에 요긴히 쓰일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내년 테이퍼링 이후 급격한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 2013년 테이퍼링 때와 같은 충격이 재현되진 않을 것으로 바라본다. 그럼에도 2022년 중 미국 기준금리 25bp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해외 주요 거점에 성장동력을 달아주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금리 인상은 기본적으로 은행들의 예대마진을 확대시켜준다.

김응철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장 부행장은 “내년 우리은행 진출국을 비롯해 세계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이자부 자산의 수익성 개선도 기대된다”며 “여러 점들을 고려해 글로벌 고성장 거점에 선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지 은행 '점포 수' 우위, '디지털'로 넘어선다

우리은행의 글로벌 디지털 역량 강화는 특히 신남방국가 리테일 고객 확대에 중요한 기반이 된다는 평이다. 외국계 은행이 진출할 때 현지 은행에 버금가는 점포 수를 갖추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이나 씨티은행이 한국에서 국내 시중은행들 대비 현저히 적은 점포로 영업을 하는 것과 같다. 해답은 ‘디지털’이라는 설명이다.

김 부행장은 “현지 은행을 인수합병해 단번에 점포를 많이 확보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점포 수 경쟁으론 밀릴 수밖에 없다”며 “해외 진출에 반드시 결합돼야 하는 게 디지털”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해외 점포의 디지털라이제이션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리테일 및 현지화 비중이 높은 국가들에 모바일뱅킹인 ‘우리WON(원)뱅킹’을 구축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베트남, 홍콩 등 10개 국가에 이어 올해에는 캄보디아, 필리핀, 브라질에 우리WON뱅킹 구축을 마쳤다. 내년에는 인도네시아에 MZ세대 고객 확대 및 현지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인니 모바일뱅킹을 재구축할 계획이다.

이 밖에 베트남법인은 현지 유명 전자지갑업체와 제휴한 대출상품을 준비 중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젊은 세대를 타겟해 모바일뱅킹 내 게임머니 및 전자지갑 충전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캄보디아법인도 현지 금융당국 자금결제 플랫폼(Bakong)과 연계한 QR결제 서비스로 고객 편의를 한층 강화했다는 평이다.

*2021년 10월 기준 (출처=우리금융지주)

◇확장전략 '유럽' 주목...아프리카·중앙아시아 '블루오션'

코로나19로 전세계가 경색된 가운데서도 우리은행은 글로벌 확장 기회를 틈틈이 엿봤다. 과거 몇 년 동안 동남아 중심의 확장 전략을 펼쳐온 것과 달리 이번엔 유럽 지역이다.

우리은행은 영국 런던지점을 기반으로 2017년 폴란드 사무소, 2018년 독일법인을 설립하며 유럽 내 네트워크를 꾸준히 확장해왔다. 최근엔 동유럽 지역의 성장성에 더욱 주목, 헝가리에도 사무소를 열기로 했다. 헝가리는 7개국 국경을 접한 유럽의 거점인 데다 전기차 배터리, 자동차 부품사 등 한국계 지상사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헝가리 사무소는 이에 따른 금융 수요를 파악해 유럽 내 네트워크에 전달하는 역할이다.

아프리카 시장과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시장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두 지역 모두 최근 경제성장률이 높고 정부가 외국인 투자유치에 적극적이라 향후 경제 및 금융업의 성장이 기대되는 곳이다.

‘미지의 땅’으로만 여겨졌던 아프리카는 금융 수요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폭발적인 인구 팽창이 일어나면서 도시 곳곳마다 인프라 개발 붐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개발금융기관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아프리카 인프라 사업에 침투해있다.

우즈베키스탄은 국영은행들의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추후 진출이 유망한 곳으로 꼽힌다. 주로 정부가 소유한 국영은행들이 금융부문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금융 안정화를 위한 은행 구조조정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중앙아시아에는 많은 고려인들이 거주하고 있어 민족적인 이질감도 적고 인력 수급도 원활하다는 장점이 있다.

김 부행장은 “한국계 은행끼리 한 지역에 너무 많이 몰리면 그 시장은 레드오션이 돼버리고 과도한 경쟁은 무리수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아직까지 은행업이 발달되지 않고 더욱이 한국계 은행들이 거의 나가있지 않은 아프리카나 중앙아시아 지역을 주목하고 있으며, 나간다면 무조건 현지화는 함께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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