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앞둔 대한항공, 회사채 발행한도 다시 확대 네차례 걸쳐 1조200억원 어치 발행…낮은 한도·잦은 증액 영향 관측
유수진 기자공개 2021-11-18 07:37:28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6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회사채 발행 한도를 상향 조정했다. 올 초 설정한 한도가 이미 꽉 찬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적시 조달을 위해선 넉넉한 한도가 필수적이다. 당초 대한항공은 올해 회사채를 최대 1조원 규모로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이미 기준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이를 두고 예정된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올해 한도를 예년 대비 낮춰잡았었기 때문이다. 잦은 증액 발행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세 번의 공모채를 찍는 과정에서 시장의 반응이 좋자 당초 계획보다 규모를 키웠다.
◇올해 한도 1조원, 5개월 만에 상향 조정
1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8월12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2021년 회사채 발행한도 증액안'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조원태 회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9명 등 이사회 멤버 12명이 모두 참석했다.
구체적으로 한도를 얼마나 높였는지, 증액의 배경이 무엇인지 등은 파악되지 않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이 가결된 게 맞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올 3월 이사회에서 2021년 회사채 발행한도를 1조원으로 설정했다. 보통 연말에 이듬해 상한선을 정하지만 이때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등과 겹쳐 시기가 다소 늦어졌다. 사실상 올해 첫 발행을 앞두고 한도를 정한 셈이다. 그로부터 5개월 뒤 기준 상향을 결정했다.
당초 계획보다 회사채를 추가 발행했거나 증액 발행 등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기존 한도가 연간 자금수지와 사업·영업계획 등을 고려해 정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모두 네 차례에 걸쳐 회사채를 찍었다. 4월에 공모로 3500억원을, 사모로 500억원을 각각 조달했다. 7월(3500억원)과 10월(2700억원)에도 공모채를 발행했다.
96회를 2700억원 규모로 찍을 수 있었던 건 8월에 한도를 높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93회부터 96회를 모두 합하면 1조200억원으로 '한도 초과'다.
눈에 띄는 건 대한항공이 올해 발행한 공모채를 모두 당초 계획보다 증액 발행했다는 점이다. 수요예측에서 시장 반응이 좋자 규모를 키웠다. 93회와 95회, 96회 모두 원래는 2000억원 규모였다. 하지만 수요예측에서 주문이 몰리며 3500억원, 3500억원, 2700억원으로 증액을 결정했다.
회사채는 항공유 구매 등 운영자금 확보와 항공기 임차료 등 채무상환 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 회사채의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목적도 있다.
◇2012년 '첫' 연간 한도 설정, 1조~1.5조 수준
기업의 재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회사채 발행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매번 이사회를 열진 않는다. 보통 연말 이사회에서 이듬해 연간 한도를 정하고 발행 권한을 대표이사에게 위임하기 때문이다.
현행 상법 제469조는 이사회가 대표이사에게 사채의 금액 및 종류를 정해 최장 1년 동안 발행을 위임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금융시장 상황이 급변한다는 점을 감안해 신속한 사채 발행이 가능하게끔 하기 위한 조치다. 대표이사는 한도 내에서 사채 발행과 관련된 제반사항을 결정할 수 있다. 2011년 상법 개정 후 1년 뒤(2012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해당 법률에 따라 2012년부터 매년 연간 한도를 정해오고 있다. 이후 대표이사가 건별로 발행금액과 통화, 만기, 금리, 이자지급 방법 등 세부 사항을 결정한다.
도입 첫 해였던 2012년과 두번째 시도였던 2014년에는 한도를 1조2000억원으로 정했다. 이사회 개최가 5~6월이었던 탓에 기간이 6~7개월에 불과했지만 넉넉하게 잡았다. 이후 2015년부터 2017년까진 1조원으로, 2018년부터 3년간은 1조5000억원으로 설정했다. 그러다 올해 5000억원 낮춰잡았다.
발행한도는 상한선일 뿐 꽉 채워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대한항공은 2019년 1조3900억원으로 한도에 육박하게 찍었으나 지난해엔 1600억원에 그쳤다. 올해 1조원으로 설정하자 직전해의 발행실적을 고려해 한도를 낮췄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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