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초읽기, 금융사 '인하우스'로 재편 가능성 [현대카드·캐피탈 경영권 재편]⑥중고차 시장 진출 후 작업 본격화 전망…지주사 전환시 캐피탈 정리해야
류정현 기자공개 2021-12-10 07:50:44
[편집자주]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에서 최근 심상찮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바로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분리 움직임이다. 지분 변동을 수반한 것까지는 아직 아니지만 경영권을 두고서는 총수일가 사이에 확실한 변화가 감지된다. 이들 금융계열사는 과연 어떤 이유로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경영권과 지배구조, 주력사업부문 등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그 배경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8일 11: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사업영역을 넓히기 위한 목적이다. 현대캐피탈도 중고차금융 노하우가 있는 만큼 지원사격이 가능할 전망이다.중고차 매매업 진출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도 맞물려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의 주식 가치를 높여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 자금을 마련할 방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중고차 매매업 진출 이후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대캐피탈의 그룹 내 입지도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금산분리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아예 현대차 사업 부문으로 편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 '중고차 매매업' 초읽기, 현대캐피탈도 금융 지원사격
지난해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대차는 사실상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당시 김동욱 현대차 정책조정팀장(전무)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반드시 중고차 매매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최근까지 대기업은 중고차 매매업을 영위할 방법이 없었다. 중고차 매매업이 2013년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됐기 때문이다. 약 6년의 시간이 흐른 2019년 초 규제가 일몰된 이후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고차 매매업에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최근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매매업계는 관련 논의에 한창이다. 아직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어느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해당 논의를 총괄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가 해당 문제를 연내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 넘기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다.
중고차 매매업 진출에 관한 일련의 흐름은 현대캐피탈과도 무관치 않다. 현대캐피탈이 중고차금융 시장 내에서 양호한 지위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업을 영위할 때 중고차 금융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캡티브사인 현대캐피탈이 이를 도맡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캐피탈은 중고차금융 부문에서도 두드러진 실적을 보이고 있다. 올해 9월 말 기준 중고차리스와 론을 포함한 중고차금융 자산은 약 1조8863억원이다. 2018년 말 기준으로 1조5958억원이었는데 약 3년 사이 18.2% 증가했다.
현대캐피탈의 중고차금융 자산은 주요 캐피탈사 가운데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그만큼 중고차 매매업체나 중고차 수요자와 밀접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이 인증중고차를 사업모델로 삼을 것이라는 점에서도 현대캐피탈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완성차 업체가 직접 중고차를 매입해 상태를 검수하며 중고차의 품질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캐피탈은 2015년부터 사실상 인증중고차 제도를 도입·운영해왔다. 국가자격증을 보유한 전문정비사들이 차량을 진단하고 수리해 품질을 개선하는 시스템이었다. 2017년에는 총 41개 중고차 매매상사와 상생협약을 맺고 고객서비스 관리에도 나선 바 있다.
◇현대캐피탈 그룹 안착?…지배구조 개편 작업 끝나봐야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은 지배구조 개편과도 맞물려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배구조 핵심 고리인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 방안으로 현대글로비스 지분이 꼽힌다. 정 회장이 보유한 23.29%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이다. 지배구조 이슈를 떠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일부 팔아야 한다.
현대글로비스도 현대캐피탈처럼 중고차 시장에 발을 담근 계열사다. 도매형태의 중고차 경매와 수출업을 영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매매업에 진출하면 진출 형태를 막론하고 현대글로비스의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정 회장도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의 그룹 내 입지도 여기에 달려있다.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시장을 통해 현대글로비스 가치를 높인 이후 선택할 지배구조 시나리오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대캐피탈의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금산분리원칙에 따라 현대캐피탈은 떼어내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고 사업 연계성을 생각해 현대차 사업부문 중 하나로 편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본래 현대캐피탈이 현대자동차의 할부금융사업부문을 분사해서 만들었다는 사실로 비춰볼 때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부문으로의 편입이) 아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며 “다만 사업부문으로 편입한 이후에는 현실적인 제약으로 현재 수준의 사업 영위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이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한채 현대모비스 지배력만 높일 경우에는 지금 구조에 정착할 수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어떤 시나리오를 선택할지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아직 현대캐피탈의 그룹 내 지위가 아직 안정되지 않은 것이다.
앞선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이 현대차그룹과 더 밀접해진 만큼 추후 지배구조 개편에 영향도 많이 받게 된 상황”이라며 “산업계는 물론이고 금융권도 현대캐피탈의 향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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