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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윤종규' 패러독스 [thebell note]

이장준 기자공개 2021-12-10 07:50:32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9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 임원들을 만나면 마음 한편에 있는 윤종규 회장에 대한 '경외심'이 느껴질 때가 있다. 존경하면서도 두려워하는, 모순적이지만 강한 로열티로 이어지는 이 감정은 어디서 오는지 궁금했다.

주특기인 '숫자'를 다루는 것부터 과감한 M&A를 통해 조직을 키우기까지 윤 회장이 보여준 탁월한 능력이 존경의 바탕이다. 직위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까지 몸에 배어있으니 우러러보는 후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인사철 칼 같은 모습도 한 몫한다. 당장 며칠 전 담당 사업을 잘 살펴달라고 당부 받은 임원이 칼 같은 공정한 인사로 짐을 싸기도 해 마음을 놓기 어렵다. 평소 화도 내지 않았기에 이럴 땐 더 큰 공포감으로 다가오는듯 싶다.

최근 지배구조 개편을 보면 이들의 마음을 십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이미 성과를 잘 내고 있는 리딩뱅크 수장을 교체하면서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KB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재근 KB국민은행 영업그룹 이사부행장을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 1961년생인 허인 행장의 바통을 1966년생 인사가 이어받았다.

현재 국민은행에서 이 내정자보다 젊은 부행장은 1명뿐이다. 올 초 '넘버원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한 데 걸맞게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여기 그치지 않고 그동안 성과를 인정해 허 행장을 지주 부회장으로 선임하기로 했다. 금융권에서는 연내 KB지주가 61년생 3인으로 구성된 부회장 체제로 후계 구도를 구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대교체와 부회장 체제 확립을 동시에 진행하는 데서 정무적 감각이 돋보인다. KB를 새 시대로 이끌 적임자라면 '순번'을 기다리지 않아도 CEO에 오를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며 조직에 건강한 긴장감을 더했다. 아울러 유능한 계열사 CEO는 차기 회장에 오를 자격이 있는 자리로 '승진'하도록 해 위계질서를 지키며 자칫 나올 수 있는 불만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후계 구도가 뚜렷해지면 권력이 분산되는 듯 보이지만 현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는 효과를 낸다.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확정된 소수가 경합하는 그림이 만들어지면 임기가 끝날 때까지 윤 회장은 탄탄한 입지를 유지할 수 있다. 임원들이 왜 그에게 경외심을 느끼는지 수긍이 간다.

KB의 지배구조는 나날이 견고해지고 있다. 윤 회장이 취임하기 전 외풍에 이리저리 휘둘리던 시절은 잘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포스트 윤종규'를 찾는 작업이 진행될수록 오히려 그의 존재감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지금처럼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한 KB에 레임덕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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