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 계열사, ESG평가 '한창'…내년 진검승부 [ESG리스크와 신용평가]⑦나신평·한기평 관계사, 중소·중견 협력사 대상 인증…평가모델 고도화
이지혜 기자공개 2021-12-10 15:09:09
[편집자주]
ESG가 어느덧 채권시장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크레딧 업계도 ESG가 신용도에 미칠 영향을 따지는 데 한창이다. 기업과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각종 규제와 유인책이 쏟아지고 있다. 더이상 ESG 리스크를 따지지 않고는 자금 조달도, 운용도 원만하게 하기 어렵게 됐다. 채권시장의 안내자인 신용평가사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ESG를 신용도에 무엇을 중점에 두고 어떻게 반영할지 방향을 찾아봤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8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신용평가사의 계열사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평가사업에 한창이다. 한국기업평가의 자회사 이크레더블을 비롯해 나이스그룹 계열사 나이스평가정보, 나이스디앤비가 중견·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ESG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대기업 협력사까지 ESG경영을 요구받고 있어서다. ESG밸류체인을 구축하려면 원청인 대기업뿐 아니라 협력사까지 ESG경영을 실시해야 한다는 게 점차 전세계적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이 원청으로서 협력사의 ESG경영 실태를 의뢰하는 형식으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이크레더블, 나이스평가정보, 나이스디앤비 모두 올해 사업을 본격화했지만 이제 출발점에 섰을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까지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2년부터 평가모델을 고도화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신용조회사 각자의 개성이나 평가모델의 정교함 측면에서 내년부터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 관계사, 중소·중견기업 ESG평가 ‘닻’
국내 신용평가사의 신용조회 계열사들이 ESG평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크레더블은 올 3월부터, 나이스평가정보는 올 4월, 나이스디앤비는 올 7월부터다.
이크레더블은 한국기업평가의 자회사다. 나이스그룹은 지주사 나이스홀딩스를 통해 나이스평가정보와 나이스디앤비를 각각 거느리고 있다. 나이스홀딩스는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 지분도 100% 보유하고 있다.
이크레더블이 신용도를 평가하는 협력사 수는 모두 수만곳에 이른다. 나이스디앤비는 조달청 등 공공기관 입찰용 기업신용평가부문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나이스평가정보는 기업신용정보조회부문에서 점유율이 30%를 넘어 선두권 주자다.
이크레더블과 나이스디앤비, 나이스평가정보 등 신용조회사의 데이터베이스나 평가노하우 등은 경쟁사가 쉽게 따라잡을 수 없다. 장기간 수백만 개의 신용정보 데이터를 보유해야만 평가모형시스템을 고도화할 수 있어서다. 특히 중소, 중견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공시체계 등이 빈약한 경우가 많다. 이들의 경영현황을 분석하려면 경험치가 중요하다.
ESG인증평가에 도전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그간 쌓아온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ESG의 관점에서 재구성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성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크레더블은 올 4월 삼양식품을 시작으로 삼성디스플레이, 포스코케미칼, 한화솔루션, 한국표준협회 등의 협력사 ESG경영을 진단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연말이 되면 중소·중견기업의 평가실적이 1200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스평가정보도 1000여건, 나이스디앤비는 수백건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대기업 수요 급증, 협력사 ESG경영실태 진단 ‘만전’
중소, 중견 협력사를 대상으로 ESG경영실태를 진단하려는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조회업계 관계자는 “원청인 대기업이 주요 협력사를 대상으로 ESG경영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며 “글로벌 고객사 등이 서플라이체인 전반에 ESG경영을 적용하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BMW로부터 전기차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에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애플과 구글 등은 RE100을 공급사 인증요건으로 강제하고 있다. RE100은 2050년까지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로 약속하는 캠페인을 말한다. RE100을 지키지 않으면 굵직한 글로벌 고객사를 잃어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대기업 수요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협력사의 ESG경영 실태를 점검한 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무장시키려는 의도다.
이크레더블 관계자는 “생산 노하우를 갖춘 주요 협력사는 대기업 입장에서도 반드시 관리를 해야 한다”며 “올해까지 협력사의 ESG경영 실태를 진단하려는 수요가 많았다면 내년에는 현상태 진단과 함께 ESG경영의 개선점을 찾으려는 컨설팅 수요가 함께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신용조회사에게 있어서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기존에 기업신용평가를 받았던 기업들이 ESG평가까지 받으면서 완전히 새 시장이 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ESG경영이 미흡하다고 판단된 협력사를 대상으로 컨설팅과 교육을 지원하려는 수요도 적잖다. 인증평가와 함께 컨설팅사업까지 추가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신용조회사 간 경쟁력 차별화, 내년부터
2022년부터 신용조회사 간 진검승부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사 별 ESG평가의 장점과 단점, 경쟁력 등이 뚜렷이 드러나면서다. 평가모델도 고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조회사 관계자는 “ESG인증평가가 올해는 초기 단계다보니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며 “올해까지는 산업별 평가모형이 세분화하지 않았지만 내년에는 올해 평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가모형을 정교하게 새로 짤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시행착오로 신용조회사가 제시한 평가문항을 기업 담당자가 이해하지 못해 잘못된 응답을 기재한 경우가 있다. 이밖에 신용조회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행정처분 관련 자료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오류를 어떻게 바로잡으며 구체적 자료를 더 확보하느냐가 신용조회사 간 경쟁력을 결정지을 변수가 될 수 있다.
신용조회사 관계자는 “여러 대기업과 거래하는 협력사는 이미 복수의 신용조회사에서 ESG인증평가를 받았다”며 “각 신용조회사 별 ESG인증평가 방식이나 보고서가 업계에 공유되고 평가받으면서 시장평판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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