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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본 손보업 판도변화]수입보험료 정체 속 메리츠화재 '나홀로' 성장④한정된 시장 놓고 벌이는 치킨게임, 고객 유치보다 보험료 인상으로 성장 버텨

김민영 기자공개 2021-12-24 07:58:40

[편집자주]

손해보험업은 국가 경제 성장과 함께 규모가 커졌다. 해상·화재·자동차·보증·특종보험 등이 차례로 도입됐고,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문제는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만 과열 경쟁을 벌이면서 어느새 수익성 좋지 못한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그 사이 대기업·금융지주·사모펀드·외국계 등 손바뀜도 잦았다. 더벨은 다양한 데이터를 토대로 지난 수년 동안의 손보업권 판도 변화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3일 16:2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손해보험회사들의 수입보험료 증가세가 최근 몇 년간 둔화하고 있다. 한정된 국내 보험시장을 두고 뺐고 빼앗는 치킨게임이 벌어지다보니 일어난 현상이다.

이 와중에 메리츠화재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수입보험료는 보험회사가 일정 기간 중 또는 회계연도 중에 받아들인 보험료를 말한다. 제조업으로 치면 매출액에 해당한다. 보험영업 쪽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다.

◇업권 성장세 둔화 뚜렷…개별 회사 차이도

2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서 영업 중인 14개 손보사들의 수입보험료 합계는 87조3602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말 82조3922억원에 비해 1년 사이 4조9680억원 늘었다.

국내 손보업계가 주요 14개사로 재편된 2013년 말 49조2924억원에서 작년 말까지 77% 이상 성장하긴 했지만 성장세가 꺾였다는 점이 확연히 보인다.

2014년 말 14개사가 거둔 수입보험료는 68조4572억원으로 성장률이 2013년 말 대비 38.8%(19조1648억원)에 달했으나 2015년 말(72조2791억원) 성장률은 5.5%, 2016년 말(75조925억원) 성장률은 3.8%, 2017년 말(76조9952억원) 성장률은 2.5%, 2018년 말(78조5696억원) 성장률은 2.0%으로 매년 하향 곡선을 그렸다.

2019년 말 수입보험료 82조3299억원을 거둬 성장률 4.7%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6.1%로 반짝 성장률을 보였으나 2010년대 중반까지의 큰 성장세에는 미치지 못한 수치다.

전 국민의 ‘제2 의료보험’이라고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에 약 3900만명이나 가입해 있고,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시장도 포화상태여서 손보사들이 새로운 ‘킬러 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반영됐다.

아울러 2019년과 2020년의 수입보험료 성장은 자동차보험 등 보험료 인상이 원인이다. 신규 보험 가입자가 더 이상 늘지 않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 카드 외엔 수입보험료를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나마 운전자보험이나 치아보험, 치매보험 등 새로운 보험을 꾸준히 출시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이 또한 녹록치는 않다. 생소한 보험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거부감과 설계사들의 판촉 의지 약화로 수입보험료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새로운 상품들은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설계사들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도 그만큼 적기 때문이다.

회사별 차이는 더 두드러진다. 삼성화재의 독주체제에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의 각축전 양상이 엿보인다.

삼성화재의 작년 말 기준 수입보험료는 19조8751억원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성장률은 다른 보험사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2019년 말(19조2254억원)에 비해 3.3% 성장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업계 2위사인 현대해상은 13조4562억원에서 14조3876억원으로 성장률 6.9%를 기록했다. DB손보와 KB손보의 성장률은 각각 7.8%, 6.4%로 나타났다. 물론 기존 보유한 보험료 규모가 큰 만큼 성장세를 더 키우기는 어렵다는 점은 있지만 수치만으론 삼성화재가 다소 정체를 보이고 있다는 게 확인된다.

◇'김용범 효과' 메리츠화재 독보적 성장세

반면 메리츠화재의 성장세는 유독 돋보였다. 2013년 말 3조7105억원에 불과했던 수입보험료가 작년 말 9조1647억원으로 2.46배 성장했다.

이 기간 삼성화재 52.0%, 현대해상 78.2%로 다른 경쟁사들도 적지 않은 성장을 이뤘지만 메리츠화재의 성장세는 유독 컸다.

특히 김용범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5년 이후 매년 매세운 성장세를 보였다. 메리츠화재의 신계약비(보험 판매에 소요되는 비용) 증가율은 다른 손보사들에 비해 가장 컸다. 작년 말 기준 메리츠화재의 신계약비는 2640억원으로 김 부회장 취임 첫해인 2015년 말(308억원)에 비해 8.57배 폭증했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가 1717억원에서 2805억원으로 63.3%, 현대해상이 499억원에서 846억원으로 69.5%, DB손보가 794억원에서 1222억원으로 53.9% 증가한 것과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증가율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메리츠화재를 직접 맡은 후 보험료 인하 경쟁을 벌여 낮은 보험료로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는 ‘박리다매’ 전략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 왔다”며 “고객을 뺏긴 다른 보험사뿐 아니라 보험료가 너무 낮아 수수료 수입이 줄어든 보험설계사들도 불만이 많았지만 확실하게 시장에 침투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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