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애널의 수다]"M&A에 대한 시각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⑧빨라진 현금 유입 속도…게임·바이오사 유니버스 확대 가능성
김지원 기자공개 2022-01-05 13:00:23
[편집자주]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31일 13: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과거 M&A에 대해 보수적이었던 크레딧 업계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기업들의 펀더멘탈이 개선된데다 M&A 이후 돈이 들어오는 속도도 빨라졌다. 다만 EBITDA(상각전이익)에 비해 M&A 규모가 지나치게 클 경우 등급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크레딧 애널리스트 모두 동의했다.업계 특성상 M&A가 잦은 게임사와 바이오사는 재무 변동성이 커 신용평가사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며 공모 회사채 시장에 발을 들이는 등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투자자에게는 유니버스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라는 평가다.
◇M&A 부정적 시각 탈피…아웃룩 제도 적극 활용
A: M&A에 대한 시각 자체가 바뀐 것 같다. 전통적으로 크레딧 측면에서 M&A를 부정적으로 봤던 이유는 현금흐름이 나빠져서다. M&A를 단행하면 대규모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가 천천히 나눠서 들어온다. 그런데 최근에는 M&A 이후 현금 유입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C: CJ제일제당과 KCC의 M&A 사례를 주목해볼 만하다. KCC는 현금이 들어오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기 때문에 등급을 유지했다. CJ제일제당은 그렇지 못해 등급이 떨어졌다. M&A에 대한 시각을 조금 더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M&A가 많이 있을 텐데 과연 부정적으로만 봐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B: M&A 이후에도 등급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이 성장하며 EBITDA 규모도 커지기 때문이다. M&A 규모가 EBITDA 대비 너무 크지 않으면 등급이 떨어지지 않는다.
A: 다만 M&A 이후 해당 기업이 계속 성장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기존 수익률도 2~3% 수준인데 M&A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안고 가야 하는가에 대한 불만이 있다. 물론 M&A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사모펀드(PE) 뿐만 아니라 채권 투자자에게도 좋다. 그러나 M&A에 실패할 경우 채권 투자자는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싫어한다.
C: 대규모 M&A 이후 재무 안정성이 나빠져 신용평가사가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우선 부정적 아웃룩을 붙이면 된다. 아웃룩 제도를 M&A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상황에 따라 조정하면 투자자에게도 좋다. 기업을 사는 입장에서 부정적 아웃룩이 붙을 경우 크레딧 스프레드가 올라간다. 여기에 따른 리스크 프리미엄을 안고 가는 거다.
B: KCC는 M&A 효과가 좋았다. 그 이후 M&A에 대해 조금은 긍정적으로 보려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M&A로 인한 재무적 부담이 크지 않다면 인수한 회사의 실적까지도 긴 호흡으로 관찰한 뒤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기 덩치에 맞지 않는 과도한 M&A를 할 경우에는 등급을 조정하는 게 맞다고 본다. M&A로 흡수한 회사에서 받은 배당금으로 차입금 이자를 커버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경우에는 등급 조정을 해야 한다.
C: 디티알오토모티브가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한 사례도 비슷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합병된 회사가 기존 회사 규모보다 훨씬 크다. 이런 경우에는 아웃룩을 조정해줘야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
◇"게임·바이오사, 유니버스 확대 역할 가능"
C: 지금 공모채 시장에 등장하는 바이오 기업들은 신생 기업이 아니다. 각자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니버스가 확대되기 때문에 좋다. 녹십자나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기업이 늘어나는 셈이다.
게임사도 현금을 굉장히 많이 보유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를 하던 아이들이 이제 돈을 벌기 시작해 팀장 자리에 있더라. 유니버스 확대 차원에서 좋은 현상이다.
B: 초등학생들도 게임 아이템 구매에 돈을 굉장히 많이 쓴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W의 수익 모델을 그대로 가져가는데도 여전히 사업이 잘된다고 들었다. 요즘엔 TV광고도 하더라.
A: 투자자들이 변동성 심한 업종을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기 힘들어서다. 하지만 너무 두려움에 떨 필요는 없다고 본다. 신용평가사가 게임사와 바이오사에게는 다른 제조업체에 비해 훨씬 까다로운 재무비율을 요구한다. 산업이 지닌 변동성이 이미 등급에 반영한다는 의미다.
시장에서 웬만한 기업들은 개별 민평금리 아래에서 모집액을 채우지만 게임사나 바이오사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시장에서 가격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만 있다면 투자자들이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C: 신용평가사는 게임사와 바이오사를 좋아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두 업계는 M&A를 계속할 수밖에 없어서다. M&A를 전통적 관점에서 본다면 더더욱 좋아할 수 없다. 작은 게임사들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M&A를 계속 해야 성장성을 유지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높은 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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