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애널의 수다]"ESG, 회사채 시장 휩쓸 것…발전회사 리스크 가시화"⑧발전채 타격, 업종·사후관리 검증 깐깐해질 것…전문인재 영입 활발
이지혜 기자공개 2022-01-03 13:44:29
[편집자주]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9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로 회사채 시장이 들썩인다. 리스크가 눈앞에 닥친 업종도 있다. 발전사다. 투자자들이 ESG이슈로 발전사를 외면하면서 크레딧 스프레드가 벌어졌다.2022년이 되면 ESG 이슈가 회사채 시장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까지는 ESG 금융상품이라는 타이틀을 달기만 하면 칭찬받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내년부터 ESG경영을 제대로 하는지, 관련 금융상품의 사후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투자자가 까다롭게 따질 것으로 전망됐다.
ESG가 부각되는 만큼 관련 전문가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증권사들이 앞다퉈 ESG 관련 조직을 리서치센터에 설립하는 한편 기업들도 인재를 영입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ESG리스크, 발전사 채권 타격…방산업체는 예외
A: 한국전력공사 발전자회사들의 크레딧 스프레드가 많이 벌어졌다. 공사채는 최근 크레딧 스프레드가 안정적인데 한전 발전자회사들은 그렇지 않다. 삼척블루파워도 ESG이슈에 걸려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냈지 않나. 석탄발전 비중이 있든 없든 발전사들의 크레딧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추세다.
B: 투자자들이 실제 ESG경영과 상관없이 발전사에 투자하기를 기피하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이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A: 해외와 달리 방산업체는 ESG 이슈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 국산 무기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성비 좋은 명품으로 통한다더라. 글로벌 자주포 시장에서 국내 방산업체의 점유율도 높다. 과거 진행했던 방산분야 투자가 이제 결실을 맺는 것 같다. 신용등급도 우량하다. 실적전망도 밝다.
C: 얼핏 듣기로 투자자들이 기술력 좋은 방산업체는 ESG투자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더라.
B: 물론 ESG에 부정적 측면도 있겠지만 긍정적인 쪽을 좀더 많이 보겠다는 의미다.
A: 요즘 투자자들의 상황을 보면 ESG채권(SRI채권, 사회책임투자채권)이 별로 없으니까 ESG인증을 받기만 하면 투자해 주는 것 같다. 이런 기조가 얼마나 이어질지 미지수다. 곧 변별력이 생길 거다. 발전사처럼 본업에 ESG이슈가 발생하면 투자자가 외면할 수 있다.
◇ESG 사후보고 이슈 부각…신평사, 최고등급 일색 '눈총'
A: ESG채권 발행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다. 그런데 발행사들의 오해도 커졌다. 일반 회사채에 ESG만 붙이면 수요예측에서 흥행하는 줄 알더라. BBB급 ESG채권까지 등장하는 이유다.
B: 앞으로 ESG채권의 사후관리가 중요해질 거다. ESG채권의 사후보고*를 얼마나 잘했느냐가 향후 투자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미 주요 연기금들은 사후보고 등 공시를 투자판단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공시를 제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경영향 등 수치를 잘 제시했는지, ESG워싱이 발생할 여지는 없는지 등이 관건이다.
*ESG채권은 발행한 뒤부터 자금을 소진할 때까지 해마다 홈페이지나 한국거래소 SRI채권 플랫폼에 자금 소진 내역, 환경영향 등을 공시해야 한다.
C: 신용평가사들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를 시작으로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까지 ESG금융상품 인증사업을 신사업으로 점찍어 키우고 있다. 회계법인과 달리 1부터 5까지 ESG등급을 매기는 것을 차별화지점으로 내세웠다. 문제는 발행사가 자금을 적절히 소진하지 못했을 때 ESG등급을 강등할 수 있느냐다.
A: 신용평가사의 ESG등급을 불신하는 투자자도 벌써 생겼다. 모든 ESG채권에 최고등급을 주고 있잖나. 어차피 최고등급을 줄텐데 회계법인처럼 PASS, FAIL로 검증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말도 나온다. ESG등급이 쓸모 없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다.
C: 신용평가사에게 새로운 평판 리스크가 생긴 거다. 건당 1000만~2000만원씩 ESG금융상품 인증수수료를 받아 조직을 운영하기가 벅차 보인다.
A: 돈도 안 되는 ESG금융상품 인증에 너무 집중하는 느낌이다. 내년 ESG채권 정기평정 기간이 돌아오면 업무가 밀릴 거다.
◇ESG전문가 ‘몸값’ 높아졌다
A: ESG 전문인력을 영입하려는 운용사의 수요가 많다. 국민연금이 ESG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운용사가 ESG에 집중하면 증권사도 이런 기조에 따를 수밖에 없다. 소속그룹에도 ESG 관련 리서치를 제공해야 하고.
C: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대신경제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 주요 ESG등급 평가기관에서 뺄 수 있는 인력은 모두 빼갔다더라. 금융당국에서 ESG 관련 인력과 시스템을 갖추라는 압박이 더해져서 그렇다. 이미 나온 인력을 다시 끌어오려다보니 ESG전문가의 몸값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B: 대우를 정말 잘 받는다고 들었다. 운용사에서 ESG 관련 업무를 하다가 대기업으로 간 사람도 있다. ESG체계를 아직 갖추지 못한 대기업 계열사들은 전문가를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A: 그런데 이들에게 진짜 전문성이 있을지 알 수 없다. ESG를 담당하던 사람이 인수인계를 하지 않고 나갔더다라. 나중에 보니 인수인계할 내용이 마땅히 없었다던데. 워낙 시장이 초기인 데다 ESG 관련 체계가 없다보니 전임자도 주먹구구식으로 업무를 했던 거지.
B: 그럴 수밖에 없을 거다. ESG 중에 거버넌스, 지배구조 이슈는 잘해도 환경(E), 사회(S) 관련 전문성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요즘 ESG전문가들은 시대를 잘 만났다.
C: ESG열풍이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다. 3, 4년쯤 지나면 열기가 식지 않을까. 예전에도 많이 속았다.
A: 특히 사회책임투자(SRI) 열풍이 불 때 그랬다. SRI금융상품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지만 결국 돈이 되지 않아 거품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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