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HDC현산]기관투자자, 회사채 '매수 금지령' 떨어졌다매도 물량 쏟아져도 매수세 전혀 없어…HDC현대EP ESG채권 발행 불투명
강철 기자공개 2022-01-21 07:19:37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8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회사채 시장의 주요 투자자들이 'HDC 금지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HDC그룹 계열사 채권이 유통 시장에서 매물로 쏟아지고 있음에도 거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가 촉발한 리스크가 자본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형국이다.사고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은 향후 HDC그룹의 회사채 발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반ESG 기업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룹 계열사인 HDC현대EP는 당장 이달 말 ESG채권 발행을 앞두고 있다.
◇기관 유니버스에서 HDC 제외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회사채 시장의 주요 투자자는 최근 보유 중인 HDC그룹 계열사 채권을 대거 매물로 내놓았다. HDC, HDC현대산업개발, HDC현대EP 등 유통 시장에서 거래되는 그룹사 채권이 대부분 시장에 출회됐다.
매물로 나온 회사채의 세부 내역은 △HDC 148회차 3·5년물 900억원 △HDC현대산업개발 1회차 5년물 700억원 △HDC현대산업개발 3회차 2·3·5년물 3000억원 △HDC현대산업개발 4회차 3·5년물 1000억원 △HDC현대EP 1회차 3년물 400억원 등이다. 전체 매물 규모만 약 6000억~7000억원에 달한다. 잔여 만기는 짧으면 6개월에서 길면 4년 6개월이 남았다.
투자자는 지난 11일 발생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여파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보유 채권 처분에 나섰다. 사고가 HDC그룹 근간을 흔드는 리스크로 번지고 있는 만큼 일정 부분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정리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거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요 기관의 의사 결정권자가 'HDC그룹 매수 금지'를 지시한 결과 시장에 매물로 나온 회사채를 매입하려는 원매자가 아예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회사채의 가격을 나타내는 지표인 개별 민평금리 역시 눈에 띄는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오랜만에 개별 종목 리스크가 터졌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매도 주문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매수 후보군이 몸을 사리고 있는 탓에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50억원이 넘는 유의미한 매매도 없다보니 금리도 큰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 아시아나항공 인수 철회에 이어 이번 안전 사고까지 터지면서 앞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HDC는 변동성 리스크가 큰 종목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실제로 여러 기관이 유니버스에서 HDC 계열사를 제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 하락 불가피...향후 차입도 차질
안전 사고가 유발한 리스크는 향후 HDC그룹의 회사채 발행과 롤오버(roll over) 전략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원매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만기채 차환을 비롯한 자금 운용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시장 관계자는 "HDC그룹이 회사채 외에 여러 자산을 기초로 발행한 유동화증권도 규모가 상당하다"며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의 경우 당장 다음달에만 약 56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신용평가사가 실적, 브랜드 평판, 수주 경쟁력 등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히면서 등급 하락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 시장성 조달이 장기간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고가 HDC그룹에 '반ESG' 기업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실제로 사업장 안전 관리와 유지는 건설사의 ESG 경영 우수도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리스크는 당장 이달 말 ESG채권 발행을 앞둔 HDC현대EP의 조달 전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HDC현대EP는 현재 ESG채권으로 300억~400억원을 마련한다는 목표로 세부 발행 전략을 짜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HDC현대EP의 경우 신용등급이 A-라 ESG채권이라고 해도 사전 투자자 섭외가 쉽지 않다"며 "이번 사고로 수급 리스크까지 더해졌기 때문에 발행 완주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 MNC솔루션 고속성장, 'K-방산' 피어그룹 압도
- [DB금투 밸류업 점검]"PIB로 '투자 플랫폼' 기업 도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