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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공기관 재편 논란]수년째 공전 중인 신보-기보 '통합론'금융위 “정책금융 기능 수행” vs 중기부 “일원화로 효율 개선” 팽팽

김규희 기자공개 2022-02-07 07:33:20

[편집자주]

대통령선거를 치를 때마다 금융공공기관은 곤혹스런 상황을 맞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정부조직 개편이 이뤄지고 산하 기관에도 변화가 따른다. 기능에 따른 분리, 통합 등 조직의 명운이 결정되기도 한다. 더벨은 과거 금융공공기관 재편 사례를 살펴보고 이번 대선 과정에서 논의될 사안을 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2월 04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용보증기금(신보)과 기술보증기금(기보)의 업무는 유사하다. 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은 다소 다르지만 기본적으론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 업무가 주를 이룬다. 중소기업, 스타트업들이 대출을 활용하려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두 보증기관이다.

하지만 두 부서를 관장하는 주무부처는 금융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로 나뉘어져 있다.수혜 대상인 중소기업은 혼란을 겪고 있다. 업무가 중복되다보니 신보와 기보 어느 곳에서 보증을 받아야 하는 지부터 헷갈린다. 한 보증기관을 활용하다 다른 곳으로 옮기려면 롤오버도 어렵다. 부처가 통일되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신보와 기보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치권에서 관련 논의가 있었지만 부처 이기주의 앞에 통합론은 진척이 없다. 수년째 신보 기보 통합론은 공전 중이다. 글로벌 추세는 통합된 부처에서 통합된 기능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 중기부 승격과 동시에 시작된 다툼

신보와 기보에 대한 부서 관할 논란은 199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소기업청 설립과 함께 신보법, 기보법이 개정되면서 예산 편성권은 중기청에, 업무감독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나뉘었다.

2008년 정부는 재경부와 기획예산처를 합쳐 기획재정부를 만들고 금융감독위원회와 재경부 금융정책국·국제금융국·금융정보분석원 등을 따로 빼내 금융위원회로 통합했다. 이 과정에 금융위에 신보와 기보 업무감독권도 함께 맡겼다.

2017년 7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되면서 소관부처 논의가 시작됐다. 정부는 우수 기술을 보유한 창업 초기 기업에 금융 지원을 위해서는 기보가 중기부로 이관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기보를 중기부로 이관했다.

신보는 공적 보증을 통해 중소기업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금융 역할’이 인정돼 그대로 금융위가 관리하도록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잡음이 일었다. 두 기관의 업무가 중복돼 정책자금을 효율적으로 지원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부터 두 기관의 교통 정리 필요성이 제기됐다.

20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전 국민의당(현 민생당) 의원은 2018년 1월 신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보의 주무부처를 금융위에서 중기부로 변경하는 내용이 골자다. 채 전 의원은 “신용보증기금의 주무부처도 중기부로 일원화해 기술창업은 기보에서, 성장 및 자립 단계 기업은 신보에서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신보 기보 통합 요구에 힘을 실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2020년 8월 신보를 중기부와 금융위가 공동관리하도록 개정안을 제출했다. 신보 업무 및 예산 승인, 관리·감독 등의 권한을 금융위 뿐만 아니라 중기부에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해 9월 신보 주무부처를 아예 중기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신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보와 기보 주무부처를 중기부로 일원화하고 감독권만 금융위에 남긴다는 내용이다.

이후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치권에서 보기에 신보 기보 통합론은 시급을 요하는 일은 아니다. 통합을 반대하는 주장도 거세다. 부서별 입장도 다르다. 부처 이기주의까지 끼어 들면 섣불리 손대기 어려운 영역이 된다.


◇ 이관 논의 5년째 지지부진…중소기업 혼란 ‘가중’

금융위와 중기부의 입장을 첨예하게 엇갈린다. 금융위는 신보가 중소기업 육성뿐 아니라 금융시장 안정과 신용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정책금융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으로서 금융당국 감독 아래 있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이 유동성 위기에 몰렸을 경우 자금수혈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서는 금융위 지휘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신보는 2020년 보증총량을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68조원으로 늘린 데 이어 지난해 78조9000억원으로 확대해 시장에 자금을 공급했다. 반면 중기부 산하의 기보는 2020년 기존 계획보다 크게 늘어난 25조7000억원 의 보증을 공급했지만 2021년엔 25조5000억원을 보증하는 데 그쳤다.

세계 주요국에서도 금융당국이 공적 보증기관을 관리하고 있는 점도 금융위 주장을 뒷받침한다. 일본 정책금융공고는 재무성과 경제산업성이, 대만 신용보증기금은 경제부가 관리한다. 독일부흥은행은 연방재무부·경제부가 감독권을 갖고 있다.

중기부는 신보와 기보의 업무가 중복돼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신보가 금융시장 안정, 신용 인프라 구축 등 ‘금융 역할’을 하고 있지만 보증 공급 업체 중 99% 이상이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만큼 중소기업 보호·육성 정책을 총괄하는 중기부로 이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재성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박사가 2020년 9월 발표한 ‘효율적인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위한 정책금융 지원체계 연구’에 따르면 신보와 기보의 자금 지원은 과학기반제조업과 지식서비스업 등 유망 분야를 중심으로 중첩되는 경향을 보였다.

두 기관이 각각 다른 부처에 속해 있는 만큼 자금지원 경쟁은 불가피하다. 불필요한 경쟁을 하다보니 보증이 원활한 분야에 지원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중소기업 지원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신보와 기보의 선택부터 헛갈린다. 어느 부서를 이용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아울러 신보와 기보 중 한 곳에서 보증을 받은 경우 다른 기관에서 거래를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다른 쪽으로 이동하려면 기존 보증을 전액 상환하고 다시 보증을 신청해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두 기관 간 전환보증제도가 있긴 하지만 실제 승인 규모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단일 부처 아래에선 생기지 않을 이슈들이다.

중기업계 관계자는 “관련 논의가 5년째 이어지는 동안 중소기업 현장은 계속해서 혼란을 겪고 있다”며 “어떤 방향으로든 신속하게 교통정리 되어 정책 보증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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