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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 Watch]'카오스' 채권시장, 3월 FOMC 앞두고 투자자 '발빼기'수요예측 미루는 기업 속출..."금리 끝까지 왔다"는 시각도 존재

오찬미 기자공개 2022-02-15 07:30:35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1일 13: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채권 시장이 2년만에 최대 냉각기를 지나고 있다. 연초 대비 국고채 금리가 무려 50bp 가량 뛰면서 금리가 뛸 수 있는 최대치까지 상승했다는 평가들이 쏟아지고 있다. 연일 상승하는 금리에 채권 투자자들도 선뜻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때 1조원에 달하는 주문을 받았던 이슈어(Issuer)는 최근 수요예측에서 빠듯하게 모집액을 채웠고, 막판에 수요예측에서 투자 의사를 철회하는 기관이 나오면서 일부 이슈어는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겪었다. 수요예측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자 그룹 딜마저도 우량 등급 위주로 발행 순서를 재정비하거나 일정을 전면 연기하는 상황이다.

◇채권 투자자, 투자손실 우려에 눈치싸움...발행사, 수요예측 연기 속출

채권 투자자들은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주목하고 있다. 1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 더해질 때마다 금융시장이 들썩인 탓이다. 앞서 시사했던 금리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때까지 채권 투자자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하루하루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운용 손실이 발생한 탓에 투자가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FOMC에서 50bp까지 금리를 올린다는 얘기가 나오다 보니 투자자들이 채권에 투자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모채 발행에 나서는 발행사와 주관단은 통상 한달 전 발행 딜 리스트를 확정한다. 투자자를 대상으로 참여 의사를 파악해야 모집액을 결정할 수 있어서다. 올해에는 연초부터 금리 변동성이 컸기 때문에 다수의 기업들이 모집액을 상대적으로 줄이고 증액한도를 열어두는 쪽으로 세부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증권신고서 발행이 늦어지더니 결국은 발행 '연기'를 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A급 이슈어인 롯데글로벌로지스(A0)는 1000억원 규모로 열어뒀던 모집액을 700억원으로 줄였으나 결국 시기를 4월께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이번주 수요예측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시장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한때 AA급이었던 한화그룹의 한화에너지(A+)가 이번에 A급 이슈어로 시장에 나왔지만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에 근접하게 주문이 빠듯하게 들어오자 위기감은 더 고조됐다. 투자자 일부가 막판에 시장 분위기를 감안해 발을 뺀 사실도 영향을 줬다. 역시 그룹사 딜이지만 신용등급이 한 단계 낮은 A0등급인 만큼 불리한 상황이다.

지난달 말에도 발행 '연기'를 선언하는 기업들이 제법 있었다. A급 이슈어인 한솔제지는 1월 말 공모채 발행을 계획했지만 비슷한 시기 수요예측에 나섰던 CJ프레시웨이(A0)가 미매각이 나자 막판에 연기를 택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위아 역시 일찍이 조달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시장 분위기를 체감하고 실적 발표 후로 발행을 미루기로 했다.

AA급 이슈어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건설업계 '맏형'으로 일컫는 현대건설(AA-)과 코리아에너지터미널(AA-)도 이번주 10일께 계획했던 수요예측을 진행하지 않았다. 채권 투자자들이 3월 FOMC 분위기를 보고 투자에 나서기로 한 까닭에 생각만큼 수요를 모으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최근 수요예측 동향들이 신통치 않아 기업들이 발행 일정을 미루고 있다"며 "지금 발행에 나서면 등급을 불문하고 금리 스프레드 상승이 불가피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금리인상 시그널에 국고채 한달사이 50bp 상승...3월 FOMC 결정 주목

금리가 이제는 상승할 수 있는 최상단까지 왔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올해 1월 초 1.8%대에 형성됐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월 2.3%까지 상승했다. 불과 한달만에 50bp 가량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연초와 비교해서는 130bp가량 뛴 탓에 금리는 1년만에 2배 이상 치솟은 셈이다. 신용등급 A급 기업의 3년물 금리가 3%대를 넘겼고, 여기에 가산금리까지 40bp 가량이 더 붙으면서 A급 이슈어의 공모채 발행 금리는 이미 3%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A급 기로에 놓인 A- 등급의 민평금리는 3.7%를 넘어섰다.

'우량채'로 분류되는 AA급 채권 금리도 큰 차이는 없다. 등급민평 3년물 기준 3%대에 근접한 금리를 형성하고 있다. 얼마 전 발행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AA0의 우량한 신용등급에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겪어야 했다. 수요예측 후 추가 모집을 통해 모집액을 채웠으나 밴드 상단에서 금리가 결정돼 3%를 웃돈 수준에서 채권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021년 초부터 금리 변동 추이
회사채 시장 전문가들은 3월 이후가 돼야 안정세로 접어들 수 있을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이 단계적으로 금리 인상을 시사한 만큼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것은 맞지만, 시간을 두고 인상이 이뤄지게 될 경우 지금 수준보다는 안정세로 돌입할 수 있을 거라는 해석이다.

최근 1~2월 공모채 발행을 계획했다가 일정을 잠정 중단한 기업들이 3~4월께로 조달 계획을 다시 세우는 곳도 눈에 띈다. 우량채인 AA급을 중심으로는 3월 이후 발행이 더 유리할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이다.

앞선 관계자는 "국고 3년물 금리가 2.3%면 인상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온 것"이라며 "3월 FOMC 이후가 되면 시장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제거돼 금리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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