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배구조 새틀짜기]최대 관건은 '컨트롤타워' 준법감시 체제⑥미전실 부활 여론 극복방안 필요, 안팎 '이중감시' 대안 거론
원충희 기자공개 2022-02-11 13:38:18
[편집자주]
2020년 2월 5일 출범한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김지형 위원장의 사임으로 1기를 종료한다. 2월부터 시작될 2기 준감위 앞에는 지배구조 새틀짜기와 컴플라이언스 한계 보완 등 수많은 과제가 남았다. 신거버넌스를 고민 중인 삼성그룹을 향한 다양한 제언과 각종 방안의 실효성 등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0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서 '컨트롤타워'는 빠질 수 없는 화두다. 고(故) 이건희 회장 시절부터 '비서실→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미래전략실'로 이어진 그룹 컨트롤타워는 총수의 비전을 계열사가 현실화할 수 있게 구체화된 목표와 전략을 짜며 삼성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국내 계열사만 60여개, 해외계열사까지 합치면 수백여 개가 되는 그룹을 통제하려면 컨트롤타워는 필수였다.하지만 옛 미전실이 적폐로 지목돼 2017년 해체된 이후부터 삼성의 컨트롤타워 이슈는 꺼내기가 조심스런 일이 됐다. 대내외적으로 재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도 미전실 부활이라는 프레임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전실과 확실한 선을 긋고 준법경영 토대 위에 새로운 사령탑을 구축하는 게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관건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사업지원TF 등 지휘조직, 더 엄격한 준법감시 필요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지난달 18일 개최한 전문가 토론회에 발표자로 참석한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국내 대기업집단에서 컨트롤타워는 계열사 사이에 의견조율과 그룹 차원의 중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이라며 "비서실, 구조조정본부, 기획조정실, 경영기획실, 미전실 등으로 변천해오다가 대체로 소멸됐다"고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정부의 지주회사 전환정책이 20여 년간 지속되면서 상당수의 대기업집단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된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이 경우 지주사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주 내에 준법감시부서를 두면 손쉽게 기업집단 차원의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체계를 갖출 수 있다.
다만 삼성은 지주사 체제를 갖추지 않은 탓에 다른 형태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했다. 옛 미전실이 법인격을 갖지 않고 특정계열사에 속하지 않은 조직으로 운영된 이유다. 미전실 해체 후 컨트롤타워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삼성물산 설계·조달·시공(EPC)경쟁력강화TF, 삼성생명 금융경쟁력제고TF 등 3개 소그룹 체제로 전환됐다.
이 교수는 "근본적으로 지주사 체제에선 향후 그룹 승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기업집단 차원의 총수 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되는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달리 말해 지주사 체제가 아닌 삼성은 여전히 이런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준감위 설립될 때부터 3개의 TF조직이 중점 감시대상으로 거론된 이유기도 하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 중 사업지원TF에 대한 감시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 부회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특검이 우려한 사업지원TF는 다른 조직보다 더 엄격하게 준법감시를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지난해 3월 준감위는 3개 TF장과 간담회를 갖고 소통창구를 마련키로 했다.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 고민, 여론 납득시킬 카드는
이 부회장이 사법리스크를 온전히 떨치지 못한 상태에서 글로벌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망 재편, 요소수·백신대란 등으로 삼성의 역할은 더욱 부각됐다.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정치·외교 이슈와의 연계성도 커졌다. 국내 정부는 물론 외국 정부와의 그룹 차원 대화창구 필요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전실 해체 후 시작된 계열사별 자율경영도 한계가 분명하다. 가령 삼성전자 이사회의 의사결정은 전자와 관련된 사안에 국한되며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전략적 선택을 하기 어렵다. 과거 사장단회의 같은 집단지도기구도 없는 상황에서 컨트롤타워도 없고 총수도 부재한 상태가 펼쳐지면 그룹 리더십의 구심점이 없어진다.
삼성 역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지배구조와 경영시스템 개편 관련 컨설팅을 의뢰해 컨트롤타워 재건을 포함한 조직개편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형태와 시기는 여전히 고민거리다. 과거 미전실 부활로 비치면 득보다 실이 크다. 이 부회장이 아직 가석방 상황인데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컨트롤타워를 복구하려면 여론과 정치권이 납득할 수 있는 실질적인 컴플라이언스 장치를 앞세워야 한다. 준감위 감시 하에 두는 게 마냥 답은 아니다. 비자금 조성, 회계분식, 뇌물공여 등의 행위는 매우 은밀히 내부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외부규율이 어렵다. 외부자문기구 형태로 있는 준감위로서 사전에 포착해 제동걸기가 힘든 구조다. 결국 내부 감사조직과 외부 컴플라이언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2중으로 감시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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