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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 클럽'의 탄생 thebell desk

최명용 기자공개 2022-02-14 07:29:57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1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조 클럽.'

공식 경제 용어는 아니지만 기업인들에겐 꿈의 수식어다. 사교 모임을 뜻하는 '클럽'에 '1조'란 숫자를 붙여 만든다. '순이익 1조 클럽'이 대표적이다. 매출 1조, 시총 1조, 자산 1조도 클럽으로 묶인다. 시가총액 1조 클럽(10억달러)은 '유니콘기업'으로 대접을 받는다.

1조원이란 숫자가 갖는 상징성이 크다. 100만장자만 해도 부자다. 달러 기준으로 12억원 쯤이다. 10억원의 1000배가 돼야 1조원이다.

한국 재계에서 순이익 1조 클럽은 20년 전 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이전엔 1조 클럽이 거의 없었다. 2002년엔 순이익 1조 클럽이 6곳이었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대표 주자였고 현대자동차 포스코 SK텔레콤 등이 포함됐다. KT와 국민은행이 1조 클럽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가 이듬해 탈락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1조 클럽은 꽤 많다. 현실의 목표다. 그 사이 인플레이션도 있었고 기업들의 체급도 커졌다. 신년사로 '1조클럽' 가입을 목표로 하는 기업인들이 꽤 많다. 거래소 새내기인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첫해 영업이익 1조원을 목표로 했다. 외부 여건 탓에 목표 달성엔 실패했지만 다시금 1조 클럽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권으로 눈을 돌리면 대형증권사를 비롯해 보험사들이 1조원 클럽에 속속 가입하고 있다. 대형증권사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본시장에 넘치는 유동성에 힘입어 대거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삼섬생명, 삼성화재를 비롯해 한화생명도 깜짝 1조원 클럽에 등극했다.

금융지주들은 1조를 넘어 4조 클럽 시대를 열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각각 4조4096억원, 4조193억원의 순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4조엔 못 미치지만 하나금융지주도 3조5261억원의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우리금융지주는 2조5879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지주는 아니지만 IBK기업은행도 은행만으로 2조원 대 이익을 거둬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기업은행 순이익은 2조4259억원 규모다.

지난해 이익에 대해선 여러가지 설명이 뒤따른다. 무엇보다 이자수익이 컸다. 영끌로 집을 사느라 2030 세대들이 대거 대출을 끌어 썼다. 자산 시장 거품까지 있었다. 하반기부터 시장 금리가 오르자 이자 마진이 급격히 늘었다. 올해도 시중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며 금융 회사들을 둘러싼 여건은 좋다.

4조 클럽을 보는 시선은 이중적이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기업은 이익을 많이 내야 한다. 금융 지주도 마찬가지다. 상장사인 금융지주의 주인은 주주들이다. 회사가 이익을 많이 내서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게 주식회사 시스템의 기본이다.

은행들도, 금융지주들도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점별로 성과를 측정하고 분기별, 연간 별 실적을 점검한다. 그렇게 성과를 평가하고 이걸 모아 CEO들이 평가를 받는다. CEO들에게 순이익을 얼마나 냈는지를 물어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은행(금융지주)의 이익은 주주들만의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은행은 규제 산업이고 라이선스 산업이다. 정부가 라이선스를 내준 덕에 예금을 받을 수 있는 수신 기능을 갖는다. 예금을 받아 대출을 하는 무형의 상품으로 이익을 낸다. 주주들만 생각할 수 없는 게 은행업이다.

공교롭게 올해 4조 클럽에 들지 못한 두 곳의 금융지주가 CEO를 교체했다. 하나금융지주는 함영주 회장을 내정했고 우리금융지주는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에 이원덕 행장을 추천했다. 함 회장 내정자는 사법리스크란 한계를 딛고 회장에 올랐고 우리금융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새로운 은행장을 맞이 한다.

새롭게 수장에 오른 CEO들은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있을까. '경영인'으로 4조 클럽 가입을 서두르고 싶은 마음이 크겠다. 이사진(혹은 주주)도 이를 주문하고 있을 것이다.

'금융인'으로 두 CEO들에겐 좀 더 다른 목표도 있었으면 싶다. 금융 CEO란 왕관의 무게는 무겁다. 주주들만 바라 볼 것도 아니다. '관'도 바라보고 '소비자'도 바라보고 '여론'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CEO들과 함께 조금은 다른 금융 시스템이 만들어지길 바라본다. 금융회사가 탐욕스럽지만은 않다는 평가도 기대해본다. 내수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호령했으면 싶다. 그 속에서 4조 클럽에 가입한다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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