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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에 발목 잡힌 피씨엘, 손실 확대…주식 전환 '촉각' 세전 손실 자기자본 600% 초과 부담, 콜옵션 행사 가능성도

심아란 기자공개 2022-02-16 08:27:02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5일 16: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체외진단 업체 피씨엘이 지난해 전환사채(CB) 전환권 가치가 커지면서 평가 손실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현금 유출을 동반하진 않지만 회계 처리에 따라 세전 손실이 자기자본을 초과하는 점은 부담 요소다. 관리 종목 리스크를 해소하려면 CB의 보통주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피씨엘은 14일 지난해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세전 손실) 금액이 383억원에 달하는 점이 특징이다. 직전 사업연도에 세전 이익이 195억원이던 점을 감안하면 재무지표가 눈에 띄게 나빠졌다.

손익 감소는 CB의 파생상품 평가손실에서 기인했다고 밝혔다. CB의 전환권 가치는 회계상 파생상품 금융부채로 분류된다. 주가가 행사가보다 비싸지면 추후 회사가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 불어난다고 인식해 금융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미상환 CB는 375억원으로 작년 3월에 발행한 물량이다. 전환가격은 3만4765원이지만 작년 한 해 동안 평균 주가는 4만5000원대로 행사가를 크게 웃돌았다.

영업이익에서 금융비용 등과 같은 영업외수익과 비용을 합산해 세전 이익 규모가 결정되는 구조를 고려하면 피씨엘은 약 200억원 안팎의 파생상품 평가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에 주력 제품인 코로나19 진단키트의 단가 하락과 판매관리비 증가로 17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점도 손익에는 부담을 안겼다. 2020년에도 파생상품평가손실이 발생했지만 257억원의 영업이익으로 비용을 보전할 수 있었다.

문제는 세전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관리 종목 위험에 다가섰다는 점이다. 코스닥 상장사는 3개 사업 연도 중 2회 이상 세전 손실 규모가 자본금의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2017년 2월 기술특례제도를 활용해 코스닥에 상장한 피씨엘은 해당 요건을 2020년부터 적용받고 있다.

지난해 피씨엘의 세전 손실 금액은 자기자본 대비 610%에 달하고 있다. 올해 이익창출력을 강화하거나 CB의 보통주 전환을 통한 자본금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상환 CB는 올해 3월 19일부터 전환권 효력이 시작된다. 주가가 행사가보다 높게 형성돼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전환권을 행사할 개연성은 높다. 특히 약 113억원치 CB에 대해서는 피씨엘이 되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항원진단 수요가 높아진 점은 피씨엘에 매출 성장의 기회로 작용할지도 관심거리다. 피씨엘은 전문가용 신속항원진단 제품(PCL COVID19 Ag Gold)에 대해 국내에서 정식 허가를 받아 둔 상태다. 그동안 해당 제품은 수출 비중이 95%를 기록해 왔으며 작년 3분기까지 내수 매출액은 8억원에 그쳤다.

15일에는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를 구분하는 동시진단제품과 항체진단키트 등도 추가로 국내에서 승인을 받았다.

피씨엘 관계자는 "주가가 CB의 행사가보다 높아 보통주 전환 가능성이 있어 평가손실에 따른 재무적 리스크는 해소될 것으로 본다"라며 "기존에 코로나 진단 제품을 통해 확보한 유통망을 활용해 수익성 좋은 신규 제품 판매해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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