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둔촌주공·플랜트 탓 미청구공사 급증 1년새 1조 증가, 매출액 대비 13%→18%…자재비 대란에 공기지연
신민규 기자공개 2022-03-21 07:46:09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8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 규모가 1년새 크게 불어났다. 실적을 견인하는 사업부 양축에서 초기 기대와 달리 차질을 빚는 사업장이 늘었다. 자재비가 치솟는 상황에서 발주처마저 공사비에 이견을 보인 탓에 마진확보가 갈수록 어려운 국면으로 가는 분위기다.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 규모는 연결기준 지난해 3조2400억원으로 1년전인 2조2800억원에 비해 9600억원 늘어났다. 플랜트 부문이 7000억원 늘었고 건축주택 부문도 4000억원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해 각각 8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인프라부문은 사업부문 중 유일하게 1300억원 가까이 줄었다.
플랜트 부문의 경우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따낸 폴란드 석유화학 사업장의 미청구공사액이 3200억원으로 가장 컸다.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증설 사업장도 같은기간 2000억원 늘었다. 현대오일뱅크 중질유 석유화학단지,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도 1000억원 증가했다.
건축부문에선 현대건설이 수주한 둔촌주공 재건축아파트 영향이 컸다. 2020년만 해도 1000억원을 넘기지 않았지만 지난해 2600억원으로 한해만에 1600억원 늘었다. 공정률이 29%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초기 부담이 상당히 커진 셈이다.
둔촌주공아파트는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장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2010년께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수주를 따냈다. 10여년만에 공사비 확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애물단지 사업장으로 전락했다.
공사대금이 유입되지 않은 탓에 공기가 지연되고 그동안 건자재값은 더 치솟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발주처인 조합이 공사비 증액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현대건설이 아예 공사중단을 내걸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미청구공사 규모는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대우건설도 동시에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 타워도 1800억원의 미청구공사가 처음으로 인식됐다. 2020년 계약한 사업장으로 공정률은 60% 진행된 상태다. 해당 사업장 규모가 조단위를 넘는다는 점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현대건설은 카타르 부동산 개발회사가 발주한 약 6000억원 규모의 루사일 플라자 타워 3구획(PLOT3) 공사를 따낸 바 있다. 4구획 사업장도 6100억원 규모를 차지했다. 모두 1조2000억원을 넘는 초대형 건축 공사로 분류됐다.
조단위 수주로 기대를 모았던 국내외 사업장에서 잇따라 미청구공사 금액이 발생하면서 실적도 빛이 바랬다. 이번 미청구공사는 매출대비 증가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매출이 늘어나면서 통상적으로 커질 수 있는 규모를 상회했다는 뜻이다. 매출대비 미청구공사는 1년만에 13%에서 18%로 증가했다.
시장에선 건설업계 미청구공사 부담이 더 늘어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건자재 가격이 워낙 치솟은 데다가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공기가 지연될 여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각종 안전사고 대비를 이유로 발주처와 약속했던 공사기간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코로나19 환경이 지속된 점도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윤영준 사장 부임 이후 도시정비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올해들어 두달만에 수주규모가 1조6000억원을 넘을 정도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실제 사업추진 시점에서 공사비 증가, 공기지연 등의 악재가 속출한 탓에 추가사업이 위축될 여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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