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3월 21일 07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키운 건 '1등주의'였다. 1등 할 만한 물건을 세계 시장에 내놔 꼭 1등이 돼야 한다는 '1등론'은 이건희 전 회장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1등주의 DNA가 단단히 뿌리내린 덕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과 가전 등 주요 전자 부품과 세트 시장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다.지난 1년간 삼성 전자계열사를 취재하면서 과연 1등주의를 지향하는 그룹답다 싶었다. 파운드리(삼성전자)와 전기차 배터리(삼성SDI), 대형 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 부문 육성에 온 힘을 쏟겠다면서도 캐파(생산능력) 확대보단 기술력을 강조하며 '마이웨이'를 걸었다. 모두 전 세계적으로 캐파 경쟁이 극심한 분야다. 지난해부터 국내·외 경쟁사들이 앞다퉈 '역대급' 투자 계획을 내놓는데도 흔들리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030년 파운드리 1위가 목표라면서도 TSMC나 인텔에 한참 못 미치는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대신 올해 신기술(GAA)을 적용한 3나노 공정을 최초로 도입하고 이를 시작으로 10년 후쯤엔 기술력으로 시장 판도를 뒤엎겠다고 공언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삼성SDI가 지금까지 확정한 캐파 규모는 LG, SK와 비교해 상당히 적다. 현재의 리튬이온전지 시장을 넘어 언젠가 열릴, 차세대 전고체 시장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대형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도 과도기 기술인 OLED에 매달릴 게 아니라 이를 뛰어넘는 마이크로LED 양산기술을 가장 빨리 차지해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단 의지가 강해 보인다.
경쟁사가 따라오기 힘든 초격차 기술을 선점해 완벽한 1등이 되겠다는 분명한 목표, 그것으로 단번에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단 자신감, 이것이 삼성을 지탱하고 이끌어가고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경쟁사들과 전략이 아예 다르니 더이상 삼성 전자계열사 CEO나 CFO에게 "보수적 투자기조를 유지할 것이냐"고 묻는 건 무의미할 것 같다.
물론 시장에선 삼성만이 할 수 있는 초격차 기술이 있느냐, 그것만으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느냐는 우려도 많이 나온다. 최근 'GOS 사태'가 스마트폰과 시스템LSI, 파운드리 기술 경쟁력에 대한 불신을 키운 것도 사실이다.
'뭐든 삼성이 하면 1등'이란 외부의 기대는 성장 동력이 됐지만 한편으론 큰 부담이다. 글로벌 부품과 세트사 4~5개를 합친 엄청난 규모의 기업을, 더군다나 각 사업부문을 다 잘하는 기업으로 끌고 가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러니 남과 다른 승부수가 필요할 거다. 삼성의 1등주의는 훗날 어떤 평가를 받을까. 이재용 시대의 삼성에도 부디 유효한 전략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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