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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정체기 코스피 상장사]'5년 적자' 에이엔피, 부메랑 된 車 부품사업 확장①경영환경 악화로 매출 감소, 2020년 스코아 매각…생산공정 효율화 작업 전개

김소라 기자공개 2022-03-28 08:20:22

[편집자주]

한국 증권시장을 대표하는 맏형 '코스피(KOSPI)'는 명실상부 국내 자본시장을 대표한다. 그러나 까다로운 상장 절차와 달리 시장에 입성한 기업은 온실 속 화초와 같다. 대형 악재만 아니라면 만성 적자 기업도 상장사 지위를 유지한 채 다양한 이점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성 적자 기업들이 코스피라는 울창한 숲 안의 늪에 발목이 빠진 채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더벨은 4년 이상 적자를 낸 코스피 상장사들의 현재와 미래 청사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3일 14: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 '에이엔피'가 5년 연속 적자를 내면서 재무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PCB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매출총이익이 줄었고 전체 수익도 매년 위축되며 순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2010년대 중반까지 매출 확대를 견인하던 자동차 부품사업의 확장에 나섰지만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고 부진을 앞당겼다는 평가다. 결국 자동차 부품사업에서 손을 떼고 정상화에 나섰지만 회복세는 더딘 상황이다.

에이엔피는 지난해 매출 692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15.6% 감소했다. 주로 자동차 계기판이나 센서 등에 들어가는 PCB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불거진 자동차 반도체 수급 문제로 덩달아 매출에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1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도 지속됐다.

1981년 설립된 에이엔피는 PCB 제조 사업을 영위했다. PCB는 전자제품을 제어하는 부품 간 전기가 흐르도록 하는 배선판이다. 그 중에서도 자동차 부품용 PCB가 주력 제품이다. 현재 현대모비스와 현대케피코, 한국알프스 등 차량 관련 업체들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전체 매출액의 70% 이상이 차량용 PCB 제품에서 발생한다.

PCB 사업은 2000년대 인터넷과 정보통신 산업의 개화와 맞물려 성장했다. 디지털TV,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셋톱박스 등 가전기기들에 탑재되는 PCB를 제조·공급해 왔다. 휴대폰 크기에 맞게 두께를 최소화한 PCB 제품도 개발했다.

에이엔피는 자동차 부품 시장으로 외연 확장에 나섰다. 지난 2006년 173억원을 투입해 시트커버와 썬바이저 등 차량 구성품 제조 사업을 전개하는 '용산'을 인수했다. 이어 중국과 인도 등에 대한 해외 투자를 통해 총 4개의 자동차 부품업체를 설립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그 결과, 2014년 자동차 구성품 사업은 전체 매출액의 80%를 차지하며 주 매출원으로 등극했다.

전체 영업수익도 상승 가도를 달렸다. 용산 인수 당시 400억원 수준이던 연 매출은 3년 뒤인 2009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매년 수익을 늘리면서 2015년 매출액은 5800억원까지 성장했다.

잘 나가던 에이엔피 실적이 무너진건 2015년 자동차 부품업체 '스코아'를 인수하면서부터다. 당시 부족한 인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용산' 지분 일부를 45억원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용산 지분율은 59%에서 49%로 하락해 자회사에서 관계기업으로 변경됐다. 용산이 100% 지분을 갖고 있던 중국법인과 인도법인 등도 연결 대상에서 제외됐다.


2016년부터 5개의 연결 법인이 연결 재무제표상에서 일시에 빠지자 에이엔피의 실적은 많이 줄었다. 그해 매출액은 1035억원으로 전년 5796억원 대비 약 82%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107억원에서 11억원으로 급감했다. 특히 2017년 스코아에서 18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면서 에이엔피도 1년만에 순손실을 기록, 적자전환했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인건비 상승, 중국 공장 가동 저하 등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기존 메인 사업인 PCB도 부진했다. 제품 마진이 줄었고 매출 규모도 위축됐다. 이에 2016년부터 2018년까지 1000억원대를 유지하던 매출은 2019년 952억원, 2020년 820억원으로 매년 감소했다. 영업손실 역시 2018년 47억원, 2019년 53억원, 2020년 115억원으로 악화됐다.

결국 에이엔피는 2020년 스코아 지분 82.66%를 전량 '와이에스피'에 처분하면서 자동차 부품사업에서 손을 뗐다. 매각 금액은 28억원으로 당초 투자액 보다 17억원가량 손해를 봤다. 다만 관계기업이자 또다른 자동차 부품업체인 용산 지분은 여전히 보유 중이다.

PCB 사업은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천, 안산 등으로 나눠져 있던 생산공정을 인천 남동공단 신공장에 통합하는 작업을 전개했다. 분리된 PCB 공정을 모아 물류·외주 등 불필요하게 나가는 비용을 줄이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였다.

에이엔피 관계자는 "지난해 반도체 수급 문제로 자동차 자체가 생산되지 않아 차량에 들어가는 PCB 납품도 부진했다"며 "일시적인 측면이 크기 때문에 이슈가 해소되면 매출은 정상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어 "자동차 구성품 제조 사업도 스코아를 처분한 후 별도로 하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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