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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만 180억' KCGI, 실익 좇은 한진칼 출구전략 경영권 경쟁 사실상 종지부...주가 상승 동력 없이 금융비용 가중 부담

조세훈 기자공개 2022-03-29 08:21:12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8일 1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사모펀드(PEF)운용사 KCGI가 한진칼 보유 지분을 호반건설에 전격 매각했다. 경영권 분쟁이 더 이상 불가능해 주가 부양이 어려운 상황에서 펀드 만기를 연장할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다. 고금리 주식담보대출 비중도 꽤 커 수익률 측면에서 부담이기에 서둘러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CGI는 이날 한진칼 지분 13.97%를 호반건설에 매각했다. 거래 금액은 5640억원이다. 당초 외국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등을 검토했지만 경영권 분쟁 등으로 주가가 많이 올라 쉽게 처분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할인률을 크게 적용하기 보다는 전략적투자자(SI)인 호반건설 측에 지분을 넘기는 방안을 논의해 딜을 성사시켰다. 이번 거래로 KCGI는 4년 만에 한진칼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성공했다.

KCGI가 올 초부터 한진칼 매각을 추진한데는 더 이상 얻을 실익이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 KCGI는 2018년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며 주주이익 극대화를 명분으로 삼았다. 이후 주가가 급등하면서 추가 투자금 모집이 쉽지 않자 우군 확보로 전략을 수정했다. 2020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측과 3자연합을 결성해 조 회장 측의 경영권을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한진칼 주주로 참여하면서 경영권 무게추가 사실상 조 회장 측으로 기울었다. 산업은행은 2020년 11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한진칼 지분 10.66%를 확보한 산업은행이 조 회장을 지지하면서 3자연합의 생명력은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다.

각자도생이 현실화되자 KCGI는 펀드 만기 시점을 엑시트 기한으로 설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영권을 사실상 확보하기 어려워진 만큼 추가 주가 부양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점을 고려한 행보다. KCGI는 현재 8개의 SPC를 통해 한진칼 주식 17%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KCGI 제1호의1 사모투자 펀드의 만기를 한 차례 연장했지만 엠마홀딩스(2022년 1월 30일)와 디니즈홀딩스(2022년 3월 13일), 캐트홀딩스(2022년 3월 26일), 캐롤라인홀딩스(2022년 3월 26일) 등 다른 펀드의 만기 일정이 순차적으로 도래했다. 투자자(LP)들은 실익 없는 펀드 연장보다는 엑시트를 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금리 대출 역시 펀드 연장에 부담되는 대목으로 꼽힌다. KCGI는 주식담보대출로 메리츠증권(1000억원), 페퍼저축은행(400억원), 유화증권(1000억원), ES저축은행(900억원)으로부터 총 3300억원을 조달했다. 금리는 5.1%~5.9%에 달해 한해 180억원 남짓의 금융 비용이 발생한다. 이런 점에서 KCGI는 현 주가를 그대로 인정해주는 호반건설과 거래 협상을 빠르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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