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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백오피스 철수' 예탁원 결정에 삼성운용 '난감' 파트너사 20년만에 교체, 31조 새 수탁사 선정 숙제 떠안아

허인혜 기자공개 2022-04-19 10:36:37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8일 0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탁결제원이 상장지수펀드(ETF) 사무관리 서비스 중단 계획을 알리며 최대 고객사인 삼성자산운용도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삼성자산운용이 ETF 업계 1위로 수탁고와 상품 수가 상당한 만큼 이관 작업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초박빙 승부를 겨루는 중요한 시점에 사무관리사 변경이라는 변수를 맞았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예탁결제원은 최근 삼성자산운용 등 ETF 백오피스 고객사에 연내 계약해지를 고지했다. 전문 사모운용사에 이어 ETF 부문까지 사무관리업을 중단하며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예탁결제원의 주요 고객사였던 삼성자산운용은 난감한 상황이다. 삼성자산운용은 ETF 설정액 대부분을 예탁결제원에 맡기고 있다. 2021년 말 영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성자산운용이 예탁결제원과 계약한 사무관리 수탁잔고는 31조원 수준이다.

시스템을 새로 설치하는 기간만 반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실례로 6~7조원 규모의 한 종합 자산운용사는 사무관리사를 옮기며 시스템 설비에만 6개월간 몰두했다. 한 사무관리사 고위급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들이 사무관리 서비스사를 쉽게 옮기지 않는 이유는 시스템 설비에만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새 시스템에 적응하는 기간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자산운용과 예탁결제원은 20여년간 ETF 사무관리 계약을 맺고 협업해 왔다. 예탁결제원이 ETF 사무관리 시장에 진출한 2005년부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이 ETF를 처음으로 설정했을 때는 잠시 다른 사무관리사에 업무를 맡겼다가 2005년부터 지금까지 예탁결제원과 파트너십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ETF는 삼성, ETF 사무수탁은 예탁원이라는 구도가 확립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ETF 백오피스 경험이 풍부한 사무관리사가 많지 않다는 점도 부담요소다. 예탁결제원을 빼면 미래에셋펀드서비스 정도만이 ETF 사무관리 시장에 진출해 있는 상태다. 한 자산운용사 ETF 부문 전문가는 "ETF도 펀드이기 때문에 유사한 업무가 많지만 고유의 특성도 적지 않기 때문에 기존 사무수탁사가 ETF를 맡으려면 인력과 인프라를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ETF가 삼성자산운용의 핵심 사업이라는 점에서 부담감은 더 크다. 삼성자산운용은 2002년 국내 첫 ETF 도입 시기부터 현재까지 20년간 ETF 사업을 이어온 1위 사업자다. 채권 부문에서는 여전히 압도적인 선두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1위 다툼도 치열하다. 최근 거래일인 7일을 기준으로 삼성자산운용의 ETF 잔고는 31조1007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잔고는 27조2531억원을 기록 중이다. 전체 수탁고인 74조2233억원에서 삼성자산운용이 41.90%, 미래에셋자산운용이 36.72%의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차기 ETF 사무관리사를 빠르게 선정해 리스크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주요 사무관리사에 입찰 제안 요청서(RFP)를 발송했다. 4월 중 최종 선정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예탁결제원과의 계약 해지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예탁결제원이 전문 사모운용사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등 사무관리 사업 축소 수순을 밟은 만큼 삼성자산운용도 빠른 시일 내에 다른 사무관리사를 찾는 편이 안정성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무관리사들 입장에서는 시장에 대어가 풀리는 만큼 20년 전보다 더 나은 계약조건을 내걸 가능성도 높다"며 "사무관리사 변경이 번거로운 업무이기는 하지만 ETF 운용에 직접 영향을 줄 만한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삼성자산운용으로서는 변화의 적기일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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