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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 리빌딩 점검]한상훈 E1 CFO, EB 재발행해 평판 회복 나서나①주가 부진으로 교환권 행사 전무, 자사주 활용책 재수립해야

김형락 기자공개 2022-05-26 14:15:20

[편집자주]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주가가 자산가치를 얼마나 반영하는지를 보여준다. 1배 아래면 시가총액이 순자산보다 낮게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다. 경영 성과, 재무 건전성, 주주 환원 정책 등을 망라한 성적표인 주가가 기업가치와 동떨어진 평가를 받는다면 CFO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PBR 1배 잣대만을 가지고 주가 저평가를 재단하는 건 단편적 분석이다. 주가와 순자산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을 뜯어봐야 적정 기업가치 산출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 더벨은 저(低) PBR 기업의 재무상황, 사업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 현황, 주주 친화 활동 등을 살펴 이들을 재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9일 14:50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상훈 E1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자사주 처리 방안을 다시 설계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전임 CFO 때 발행한 EB(교환사채)가 상환 수순을 밟으면서 교환 대상으로 설정했던 자사주가 도로 E1 품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EB를 재발행해 메자닌 시장에서 실추된 평판을 회복할지 관심이 쏠린다.

E1이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발행한 EB를 전액 상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교환가액(7만원)에 못 미치는 주가 탓이다. 지난 18일 종가는 5만200원(PBR 0.22배)이다. 다음 달 30일(교환 청구 기간 만료일)까지 주가가 교환가액을 넘지 못하면 오는 7월 31일(만기일)에 발행잔액(27억원)을 상환해줘야 한다.

EB 만기 상환은 일회성 자금 유출 재무활동으로 끝나지 않는다. 메자닌 발행시장에서 평판 실추를 동반한다. EB 투자자들이 1주도 교환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해 일찌감치 원금을 회수했다. 키움증권(155억원), 신한금융투자(100억원), 동부증권(100억원), 지브이에이자산운용 펀드(65억원) 등이 주요 투자자였다.


EB는 전임 CFO였던 윤선노 E1 전 부사장 시절 발행했다. 윤 전 CFO는 2017년 7월 246억원을 들여 취득한 자사주를 지렛대로 EB를 발행해 운영자금 755억원을 끌어왔다. 투자자보다 발행사인 E1에 유리한 발행 조건이었다. 교환가액은 사채 발행 이사회결의일 전일(2017년 7월 25일)을 기산일로 10% 할증한 가격을 기준 주가로 산정했다. 교환가액이 높을수록 E1이 투자자에게 교환해줘야 할 주식 수는 줄어든다. 만기는 5년, 이자율은 2%로 책정했다.

주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EB로 자사주를 모두 처분하려던 계획은 빗나갔다. 2020년 7월 풋옵션 행사 기간에 진입하자마자 EB 투자자들이 678억원 가량 조기 상환을 요청했다. E1은 2020년 6월 이자율 2.13% 3년물 회사채를 1200억원 가량 찍어 미리 EB 상환대금(200억원)을 만들어뒀다. 지난해 7월 추가로 권면총액 50억원 EB를 조기 상환했다. 투자자들이 교환 청구 기간 안에 E1 주가가 교환가액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고 투자금 회수를 결정한 셈이다.

자사주 처리 방안은 지난해 E1 CFO에 오른 한 전무 몫으로 남겨졌다. 자사주를 마냥 묵혀둘 수도 없다. 별다른 대책 없이 들고 있는 자사주는 주주들에게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최근 SK와 삼성물산 주주들이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E1이 취득한 자사주는 107만8249주다. 지분으로 따지면 15.72%다. E1 최대주주인 구자열 LS 회장이 보유한 개인 지분(12.78%)보다 덩어리가 크다. 조달에 활용하려면 기존 EB처럼 다수 기관 투자자에게 분산되도록 거래 구조를 짜야 한다.

자사주는 회사채 위주로 조달활동을 펼치는 E1에게 요긴한 조달 수단이다. 주식 교환 조건을 걸고 회사채보다 이자율을 낮춰 EB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 국면에서 조달비용을 낮추는 것 또한 CFO에게 주어진 주요 임무 중 하나다. E1은 차입 부담이 과중한 편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이자비용(455억원)은 영업이익(56억원)보다 컸다.


지난 1분기 말 E1 별도 기준 총차입금(1조5151억원) 중 사채 비중은 41%(6167억원)다. 신용등급 'A+'를 유지하며 2019년부터 차환 발행을 지속하고 있다. 만기 1년 이내인 사채 규모는 1027억원이다. 현금성 자산은 973억원(금융기관 예치금 포함)이다.

자사주 값어치는 주가로 매겨진다. 향후 메자닌 시장 평판 회복도 결국 주가로 결정된다. 주식시장에서 평가는 E1이 보여줄 사업·재무전략에 달려 있다. E1은 LPG(액화석유가스) 유통업에서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한 전무는 기존 회사채 만기에 대응하면서 신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재무 관리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한 전무는 LS그룹 3세 경영인인 구동휘 E1 전무 조력자로 발탁됐다. 구 전무는 E1 신성장사업부문 대표이사·지원본부장, 한 전무는 CFO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1월 구 전무와 함께 LS에서 E1으로 이동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구자열 LS 회장 통솔 아래서 지주사인 LS CFO로 일했다.

E1 관계자는 "자사주 활용 방안은 검토 중이지만, EB 재발행은 현재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회사채 외에 조달 창구 다변화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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