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 생존기]'후발주자' KT시즌, 계열사 역량 결집 통할까스튜디오지니·스카이TV 오리지널 콘텐츠 수급…출범 1년도 안돼 티빙과 통합론 제기
이장준 기자공개 2022-05-13 09:18:02
[편집자주]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 시장의 테스트베드로 꼽히면서 넷플릭스를 비롯, 디즈니플러스, 애플TV 등이 국내에 들어왔고 연내 HBO맥스도 진출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으로는 웨이브(wavve), 티빙(TVING), 왓챠 등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들은 가파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적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더벨은 국내 OTT의 생존 전략과 향후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2일 10: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시즌은 지난해 별도 법인으로 분사해 출범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계 후발주자다. 앞서가는 경쟁사들을 따라잡으려면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KT는 그룹 차원에서 미디어·콘텐츠 역량을 결집해 시즌(seezn)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KT스튜디오지니, 스카이라이프TV 등 계열사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수급하고 일부를 독점 유통하는 식이다. 시즌도 OTT 특성에 맞는 자체 콘텐츠를 제작한다.
하지만 출범한 지 1년이 지나지도 않은 요즘 시즌과 티빙(tving)의 통합론이 제기되고 있다. 자체 플랫폼을 키우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다. 통합 시 토종 OTT 시장 판도를 흔들 수 있어 추후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작년 본격 닻 올린 KT시즌, 그룹 미디어 전문가 중심 이사회 구성
KT는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현 웨이브)', LG유플러스의 'U+모바일tv'와 마찬가지로 자체 OTT 서비스 '올레tv 모바일'을 운영해왔다. 2018년부터는 OTT 타깃에 맞는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도 선보였다.
2019년 말 올레tv 모바일은 5G와 AI를 바탕으로 영상 콘텐츠를 보다 실감 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차세대 플랫폼 '시즌(seezn)'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8월에는 독립법인으로 출범했고 3개월 후 KT의 완전자회사인 KT스튜디오지니 산하로 편입됐다.
KT그룹은 KT스튜디오지니 중심으로 미디어·콘텐츠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원천 지식재산권(IP)을 담당하는 스토리위즈부터 콘텐츠를 제작하는 KT스튜디오지니와 스카이라이프TV, 유료방송 플랫폼인 올레tv와 스카이라이프 등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KT시즌 역시 OTT 사업자로서 콘텐츠를 유통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KT시즌의 초대 수장으로는 1971년생인 장대진 대표이사(사진)가 낙점됐다. KT그룹에서 줄곧 미디어·콘텐츠 관련 커리어를 쌓아온 인물이다.
그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GMC전략실 그룹미디어전략담당 그룹미디어전략1팀장을 역임했다. 2013년부터 이듬해까지는 옛 KT미디어허브에서 신사업본부 신사업기획팀장을 맡았다.
2014년부터는 미래융합사업추진실에서 미래사업전략을 담당했다. 2018년까지 OTT를 비롯한 뉴미디어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2019년부터는 KT 커스터머부문 그룹콘텐츠전략 담당을 역임했다. 콘텐츠 전반을 총괄하면서 외부 사업자와 제휴 협력, 그룹 콘텐츠 사업구조 기획 등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사회 구성도 그룹 내 미디어·콘텐츠 업무를 수행하는 인사들로 채워졌다. 특히 기타비상무이사에는 지배구조 꼭대기에 위치한 KT 소속 인사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김병진 KT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 미디어콘텐츠 담당, 강현구 KT 그룹경영실 그룹경영2담당, 김영걸 KT 커스터머사업본부 상품기획담당이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스카이라이프TV와 미디어지니를 이끄는 김철연 대표가 KT시즌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티빙과 플랫폼 통합 가능성 제기…"OTT 가입자 1+1=2 아냐" 지적도
KT시즌은 아직 법인을 설립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감사보고서를 공개할 의무가 없어 재무 현황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콘텐츠 부문 경쟁력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독점작을 포함해 140여 개 타이틀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였다. 역대 흥행작으로는 예능 아이돌 리얼리티 'NCT LIFE', 드라마는 스튜디오지니가 제작한 '크라임 퍼즐' 등이 꼽힌다.
올 3월 론칭한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비행'은 공개 직후 시즌 이용권 신규 가입자가 약 2배 늘어나는 성과를 냈다. 나아가 올해부터 KT스튜디오지니와 스카이라이프TV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시즌에 다량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KT시즌 관계자는 "예능, 드라마, 영화 등 장르를 불문하고 독점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며 "그룹 내 콘텐츠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제작 역량을 극대화하는 등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KT그룹 관계자는 "시즌은 작년 분사 이후 국내외 OTT 사업자와 본격적인 경쟁을 위해 구독형 서비스(SVOD) 중심으로 개편과 함께 독점 콘텐츠를 대폭 강화했다"며 "KT 통신 결합상품 외에 논캡티브(Non-Captive) OTT 고객 확보를 위해 콘텐츠 기반 제휴 마케팅, 콜라보 제품 출시 등 시장 확대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KT그룹과 CJ ENM의 동맹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양사는 올 3월 콘텐츠 분야 전방위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CJ ENM이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KT스튜디오지니가 만든 콘텐츠 일부를 CJ ENM 채널 및 OTT(티빙)에 편성할 예정이라 시즌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KT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 "KT스튜디오지니가 준비한 오리지널 라인업 가운데 충분한 물량을 시즌에서 공개할 것"이라며 "스튜디오지니는 세분화된 타깃을 대상으로 다양한 포맷의 드라마로 구성해 시즌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공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단순 콘텐츠 동맹을 넘어 양사의 OTT 티빙과 시즌의 통합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 경우 국내 콘텐츠 IP 경쟁력으로는 톱티어인 CJ ENM의 티빙 중심으로 합쳐질 가능성이 높다. 콘텐츠웨이브가 주도하는 국내 OTT 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달 열린 'KT그룹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 사장도 "아직 CJ ENM 측과 협력관계와 관련해 정확히 정해진 바는 없다"면서도 "국내 토종 OTT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고 검토 중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통합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옥수수가 푹을 흡수하며 웨이브가 출범했을 때도 요금제, 서비스가 달라 별도 마케팅 등 혜택을 제공해 고객 이전을 유도해야 했다"며 "가입자가 그대로 이동하는 구조가 아니라 단순히 티빙과 시즌의 가입자가 합쳐진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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