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분석]태광그룹 화섬 계열사도 이사진 교체이호진 전 회장 부재기간 주력 인물들 잇따라 퇴진...그룹 이사회 대폭 변동
김위수 기자공개 2022-05-18 07:36:07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6일 16: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출소한 이후 전 계열사의 이사회 구성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전 회장이 부재했던 기간 회사를 이끌어온 인사들의 이름이 이사회 명단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대한화섬은 최근 실시한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정철현 태광산업 대표(사진)와 임병욱 태광산업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두 사람은 박재용 전 태광산업 및 대한화섬과 이상우 전 태광산업 및 대한화섬 상무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박 전 대표의 퇴임 및 정 대표의 신규 선임은 올해 초 인사에 따라 정해진 수순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 전 상무까지 같이 퇴임한 점이 눈에 띈다. 단 2명인 사내이사들이 모두 교체되며 대한화섬이 대대적인 변혁기를 맞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20년 7월 31일 대한화섬 이사회에 함께 진입했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상무는 대한화섬뿐만 아니라 계열사 서한물산 이사회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의 임기는 모두 2023년 3월 31일까지로 만료까지 시일이 남아있지만 모두 사임했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상무가 대한화섬 사내이사로 선임된 시점은 이 전 회장이 옥살이를 하고 있던 때였다. 특히 박 전 대표는 효성에서 2020년 6월 태광산업 대표이사로 영입된 인물이다. 대한화섬 대표이사도 겸직해왔다.
태광그룹 측은 두 사람이 회사를 그만둔 것에 대해 '일신상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대적인 인사 재편은 대한화섬뿐이 아닌 태광그룹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특히 이 전 회장이 부재했던 당시 그룹에 자리를 잡았던 인물들이 떠나는 추세다.
박 전 대표와 더불어 외부에서 영입된 정찬식 전 태광산업 대표도 취임 10개월 만에 일신상의 이유로 물러났다. 태광산업 역시 단 두명있는 사내이사가 모두 사임한 것이다.
회사를 떠난 두 대표 대신 자리를 꿰찬 조진환 대표(사진)와 정철현 대표는 공교롭게도 이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 있었던 시기 태광산업에 몸 담았다가 이 전 회장이 물러난 후 다른 기업으로 옮긴 인물들이다.
조 대표의 이름이 태광산업 임원 명단에서 처음 등장한 시점은 2008년이고, 이름이 사라진 시점은 2013년이다. 정 대표는 1989년 대한화섬에 입사해 2012년까지 대한화섬 공장장, 나일론·아크릴 공장장 등을 역임했다. 이 전 회장이 회장직에서 사임한 시점은 2012년 2월이다.
이같은 배경으로 비춰봤을 때 두 대표들은 이 전 회장으로부터 신임을 받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태광그룹 화섬 계열사 내 신규 선임된 두 대표이사들의 역할은 크다. 조 대표는 태광산업과 티엘케미칼의 대표이사를, 정 대표는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태광산업 사외이사로 합류한 최원준 고려대 교수도 태광그룹과 오랜 인연을 보유하고 있다. 최 교수는 태광그룹 일주재단에서 지원하는 해외박사 장학생 출신이다. 또 태광그룹 계열사인 고려저축은행에서 2017~2018년, 대한화섬에서 202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사외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이사회 멤버는 아니지만 사장급 직위를 가졌던 임수빈 태광그룹 정도경영위원장도 지난해 말 회사를 떠났다. 정도경영위원회는 2018년 12월 태광그룹의 정도경영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태광산업과 LG화학이 함께 세운 아크릴로니트릴(AN) 합작법인 티엘케미칼의 인적구성도 올초 대폭 바뀌었다. 대표이사부터 사내이사, 기타비상무이사까지 이사회 구성원 중 태광산업쪽 인물은 모두 변동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대대적인 '물갈이'는 화섬 계열사 뿐만 아니라 금융 계열사, 재단 등을 통틀어 그룹 전반에서 이뤄지고 있다.
태광그룹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재계에서는 이 전 회장이 출소 후 본격적으로 그룹 지배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해석한다. 그룹 계열사 경영진을 대거 물갈이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시선이다. 그간 이 전 회장이 그룹 경영에 일정 부분 관여했겠지만 재판, 구속, 수감 등의 이유로 운신의 폭이 크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하며 자유의 몸이 됐으니 그룹 의사결정에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향후 5년간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없지만,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과 흥국생명의 지분을 각각 29.48%, 56.3%씩 보유한 최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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