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5월 24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주 LG유플러스는 조만간 선보일 메타버스 및 대체불가능토큰(NFT) 서비스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왜 LG유플러스는 항상 타이밍이 늦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먼저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만족할 만한 경험을 주는지가 더 중요하다."틀린 말은 아니다. 신규 서비스가 경쟁력을 지니려면 남들보다 먼저 시작해 선점효과를 누리거나 유니크한 차별점이 필요하다. 네이버제트는 이미 2018년 제페토(zepeto)를 출시해 글로벌 가입자 수가 3억명을 넘어섰고 SK텔레콤도 작년에 이프랜드(ifland) 서비스를 선보였다. 후발주자인 LG유플러스는 고객 타깃을 명확히 해 차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새로운 시장을 선도하기 부담스러운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로서는 상황을 관망하다가 '선택과 집중'을 하는 편이 보다 합리적일 수 있다. 통신 3사 가운데 무선 가입자 수가 가장 적은 열위 사업자인 만큼 이익 창출력이 떨어질 뿐더러 보유한 현금성자산 규모도 제일 작아 비교적 투자 재원도 부족한 탓이다.
이 때문인지 유독 신사업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제휴를 통해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에 넷플릭스가 진출할 때 IPTV 독점 제휴를 맺은 게 대표적이다. 수익 상당 부분을 포기했지만 차별화에는 성공했다. 통신 막내의 생존법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만큼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시점은 지연됐다. SK텔레콤이 3년 전 지상파 3사와 손잡고 출범시킨 콘텐츠웨이브는 토종 OTT 1위 사업자로 성장했다. KT는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자체 미디어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CJ ENM과 동맹을 맺어 힘을 실었다. LG유플러스는 이제야 콘텐츠 전담 임원을 영입해 사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려 한다.
제때 신사업을 추진하지 않은 결과는 조금씩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올 1분기 LG유플러스는 통신사 중 유일하게 1년 전보다 매출과 이익이 줄었다. 지난해 마케팅 비용 환입에 따른 역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워낙 경쟁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져 역성장이 부각됐다. 일찍이 사업을 다각화했다면 무력한 모습을 보이진 않았으리란 아쉬움이 남는다.
SK텔레콤과 KT는 각각 'SKT 2.0', '디지코(DIGICO)'라는 새로운 비전을 앞세워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에 반해 아직 LG유플러스는 구체적인 미래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승부수를 던지지 않고 시간을 더 지체하다간 이들과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덩치 큰 형들 사이에서 막내가 취했던 전략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계속 눈칫밥만 먹다간 지금보다 밥그릇이 더 줄어들지도 모른다. 이제 LG유플러스의 생존법은 시행착오를 각오하고 스스로 강해지는 방향으로 바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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