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5월 20일 15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건설이 택한 첫번째 신사업 아이템은 '사전 제작 콘크리트(PC)' 분야다. 그동안 친환경 측면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했지만 정식 사업 분야로 확대해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1~2년새 수요가 급증했고 장기적으로도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보이는 분야란 점에서 기대가 크다.

신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해당 사업 부문이 독립경영 체제를 확립토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분사 및 투자 유치 후 상장으로 가는 게 최근 건설사들의 트렌드다. 반도건설의 PC 사업 역시 현재는 하나의 사업부 중 하나지만 안정 궤도에 오르면 '스핀오프(Spin-Off)'로 이 수순을 따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도건설의 이 같은 '빅픽처'를 그리게 된 이는 지난해 6월에 외부에서 영입된 김용태(사진) 대표다. PC사업부를 이끈다는 의미에서 대외적으로 '대표' 직함을 쓰지만 회사(반도종합건설) 내 전체 직급 체계 하에선 상무급이다.

PC사업부는 반도건설의 관계사인 반도종합건설의 사업부 중 하나로 편제돼 있다. 별도 법인으로 설립하기에 앞서 사업 인큐베이팅이 필요한 초기 단계에선 사내 사업부로 우선 시작하는 방식을 택했다.

김 대표는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29년을 재직한 '삼성맨'이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 본사와 현장을 오가며 경력을 쌓았다. 현장에선 잠실시영아파트 재건축을 비롯한 10여개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본사에선 주택설계팀·디자인실 등을 거쳐 익스테리어(Exterior) 총괄팀장까지 맡았다.

그의 경력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PC공장장을 거쳤다는 점이다. 음성·충주 PC공장을 비롯해 평택 PC공장과 중국 시안 PC공장을 맡았다. 삼성전자가 평택과 중국 시안에 짓는 반도체 공장 현장에 PC를 공급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반도건설이 PC 신사업 부문 총괄책임자로 그를 낙점한 결정적 배경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된 반도건설의 PC공장 부지 매입을 비롯해 초기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반도건설은 여주 소재 4만6000여㎡(1만4000여평) 규모의 창고 부지와 공장을 지난해 6월에 매입해 최근까지 11개월간 리모델링을 마치고 시제품 생산 준비를 마쳤다.

김 대표가 영입돼 합류한 기간과 일치한다. 반도건설은 이 기간 1공장인 3만523㎡ 규모 PC공장과 2공장인 1만3734㎡ 규모 야적장 부지를 차례로 매입해 할로우코어 슬래브(HCS)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자동화 라인으로 재탄생시켰다.

공장 오픈 전부터 대형 건설사로부터의 사전 주문이 이어진 점은 삼성물산 출신 대표 영입에 따른 부수적 효과란 해석이 나온다. 현재 삼성물산, 쌍용건설과 이미 공급 협의를 마쳤고 타 건설사들과도 협의를 진행 중이다.

특히 삼성물산과의 공급 협의 과정에선 이 회사에서 29년을 재직한 김 대표의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타 건설사들과의 협의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김 대표가 PC 사업 부문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경험한 만큼 각 현장에 최적화된 PC 공급 측면에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PC는 블록 장난감처럼 미리 만들어진 콘크리트 부재를 현장에서 조립·설치하는 공법이다. 거푸집에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굳기를 기다리는 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에 공기가 단축되고 현장 인력도 최소화된다. 국내 주택 공사에선 아파트 지하주차장 공사에 주로 활용된다.

최근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의 PC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반도건설의 HCS PC 역시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물류센터를 주요 공급 대상지로 삼고 있다. 김 대표의 전문 분야를 활용할 수 있는 반도체 공장도 주요 타깃이다. 그밖에 데이터센터와 지식산업센터, 각 경기장 등에도 공급할 수 있다.

반도건설 측은 자체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매출 전망치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공장의 생산량 계획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추정할 수는 있다. 여주 코어PC 공장은 올해 중 4만㎥의 PC생산량을 갖추고 1년 후 공장 가동이 안정화되면 캐파를 6만㎥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향후 생산라인 증설을 통해 연간 10만㎥까지 생산량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물류창고 PC 납품가격은 ㎥당 120만원선이다. 지하주차장 납품가격은 약 110만원선으로 이보다 10만원 가량 낮다. 전체 생산량을 모두 물류센터에 공급한다고 가정하면 6만㎥ 생산이 가능한 2년차에 이론적으로 가능한 매출 최대치는 약 720억원이다. 10만㎥ 생산역량을 보유하게 된다면 1000억원대 매출도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