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트러스톤 행동주의 펀드에 왜 결집했나 과격한 액티비즘 지양…지배구조 개선 키워드에 'ESG' 방점
허인혜 기자공개 2022-05-25 08:17:15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4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설정한 행동주의 펀드에 기관투자자들이 몰리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통상적으로 피투자기업과 여러모로 이해관계가 복잡한 기관들은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경계심이 높게 마련이다. 따라서 기업 경영진이나 오너를 뒤흔드는 전략을 활용해 행동주의를 실행하는 사모펀드에는 출자를 꺼린다.시장에서는 이번 펀드 설정이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온건한 행동주의를 표방하며 투자 부담감을 줄인 데다 연기금 등과 오랜기간 일임계약을 이어오며 신뢰를 쌓은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지배구조 개선에 집중하면서 기관투자자들도 행동주의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기관투자자, 트러스톤운용 '온건한 행동주의'에 매력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최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행동주의 펀드 레이징에 나서고 있다. '트러스톤ESG밸류크리에이션2호'로 전체 펀드 규모는 1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연기금과 공제회 등이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좀처럼 행동주의 펀드에 출자하지 않았던 연기금과 공제회 등이 뛰어들며 눈길이 쏠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의 범주가 넓어지다보니 투자 대상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 포트폴리오에 포함되는 경우는 잦았지만 '행동주의' 테마의 펀드에 직접 투자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고 짚었다.
시장에서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펀드에 기관투자자들이 출자한 배경으로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온건한 행동주의' 전략을 꼽았다. 2호 펀드의 선배 격인 '트러스톤ESG레벨업펀드'가 같은 전략을 활용한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주요 행동주의 포트폴리오는 태광산업과 BYC다. 지배구조 개선과 자산 재평가 등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발송하며 행동주의를 전개하고 있다. 주주제안을 관철시키기보다 컨설팅에 가까운 우호적 행동주의를 펼친다는 목표다.
2호 펀드는 태광산업과 BYC 외에 다른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세일즈에 나선 기관투자자들도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투자 취지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관계자는 "아직까지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펀더멘털이 튼튼하면서 지배구조 개선 여지가 많은 기업을 선별할 계획"이라며 "향후 출자자들을 대상으로 보고서를 통해 투자 기업과 전략 등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에 대한 신뢰도 출자 배경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연기금 등과 오랫동안 일임계약을 이어오며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IMM투자자문 시절 1조원 이상의 국민연금 자금을 운용한 것을 출발점으로 20년 이상 연기금과 공제회 등과 일임 계약을 맺고 있다.
◇기관투자자 ESG 투자 활발…레벨업, 지배구조 개선 펀드로 인식
기관투자자들의 ESG 투자 흐름도 한 몫을 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를 필두로 타 기관들까지 관련 투자가 활발해진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2000년대 사회책임투자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ESG 투자 폭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부터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절반을 ESG 투자로 채운다.
기관투자자들은 트러스톤자산운용의 ESG레벨업 펀드를 행동주의 전략이라기보다 ESG 투자 펀드로 인식한다는 전언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지배구조(G)에 초점을 맞추며 펀드 정체성도 ESG 펀드에 가깝다는 판단을 내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서 읽히고 있는 변화는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들이 ESG 투자에 관심도가 크게 확대됐다는 점"이라며 "기관투자자들도 BYC와 태광산업에 대한 행동주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문제가 있고 개선여지가 충분한 기업을 선별해 해야만 하는 주주 행동주의를 하고 있다고 인식한다"고 부연했다.
ESG레벨업 펀드의 수익률도 안정적이다.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과 펀더멘털을 동시에 고려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왔다. 코스피지수가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플러스 수익률을 냈다. 동일 유형의 펀드도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ESG 펀드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안착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관계자는 "저평가 된 기업을 선별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활용하면서 시장 상황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높은 수익률을 내게 됐다"며 "1호 펀드에서 좋은 트랙레코드를 구축한 점도 2호 펀드 세일즈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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