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5월 26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초 이후 주식 시장이 맥을 못추면서 비상장 벤처·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도 평가절하(Devaluation)되고 있다. 이른바 'D의 공포'로 위기감을 느끼는 벤처캐피탈(VC)들의 속내를 묻고자 던졌던 질문에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밸류(에이션)야 언제든 리레이팅(재평가) 될 수 있습니다. 진짜 걱정은 신규 펀드 결성입니다."
중소형 VC들은 금리 인상으로 전보다 더 펀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한마디로 D의 공포보다는 자금조달(Fundraising)의 어려움, 즉 'F의 공포'가 더 크다는 거였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제2의 벤처 붐'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비상장 투자 시장은 활황이었다. 펀드 결성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은 낮은 조달 금리를 이용해 레버리지를 일으켜 벤처·스타트업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대규모 펀드 결성이 이어졌고 많은 VC들이 수수료·보수 덕에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희귀하다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은 마구간에서 마구 뛰쳐나왔고 데카콘(10조원 이상)에 이어 헥토콘(100조원 이상)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국 발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자 말들의 머리 위에 붙은 뿔은 진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커진 상황이다. VC입장에선 전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기 어려워졌다는 점에선 아쉽지만 투자라는 본업을 중단할 수는 없다.
그들에겐 유니콘이든 조랑말이든 잘 키워서 시장에 공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 돈을 빌려 건초(투자)도 사고 갈기와 털을 잘 정리해서(멘토링·IR활동 지원 등) 꾸준히 말들을 잘 키워왔는데 이제는 돈 구하는 것 조차 쉽지가 않아졌으니 아득할 만하다.
돈 구하기가 어려워지니 너도 나도 출자사업에 기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생사가 많이 생겼다곤 하지만 올해처럼 경쟁이 치열했던 적이 없다"며 "돈 받을 곳이 없으니 출자사업에 기대는 하우스가 늘어난 것 같다"고 푸념했다.
당분간 출자사업 경쟁률은 더욱더 높아질 것이다. 출자사업 경쟁에서 승리해 F의 공포를 이결낼 방법은 결국 '얼마나 투자를 잘 하는 하우스냐'는 원론적 질문으로 돌아가야 답을 얻을 수 있다.
F의 공포가 만연한 시기를 각자의 장기를 앞세워 잘 이겨내길 바란다. 그게 아니라면 모아둔 돈은 좀 더 신중히 투자하고 기존 투자 기업을 잘 관리해야 한다. 펀치볼은 치워졌고 성대했던 유동성 파티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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