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건설사 밸류 분석]승계 마친 제일건설, 전국구 확장 카드 '상장'아들 회사에 사명·일감 넘기고 조단위 기업 성장, 신사업 위한 실탄 마련 필요
성상우 기자공개 2022-06-16 08:09:07
[편집자주]
건설업계에는 상장 후보들이 많다. 상장 건설사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은데다 조 단위 시총 이상 대어급이 즐비하다. 최근 수년간 최적의 상장 타이밍을 노려온 건설사들이 올해 들어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할 분위기다. 주요 상장 후보 건설사들의 기업가치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이를 조명해보는 동시에 각사의 IPO 전략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14일 14: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일건설은 바로 상장 절차에 착수할 경우 조 단위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는 아직 기업공개(IPO)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과거에도 상장을 위해 주관사를 선정했다거나 시장에 IPO 관련 의지를 내비친 적은 없다.아직까지 상장 추진 유인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승계작업 및 회사 키우기가 보다 시급했다. 총수가 아들에게 회사를 넘겨주는 형식적인 승계작업을 2008년도에 시도했고, 그 뒤 아들의 회사를 조 단위 기업으로 키우는 데 10여년의 기간을 보냈다. 외형을 늘리는데 모든 걸 쏟아부은 셈이다.
다만 최근 들어선 승계 절차가 마무리 된 만큼 상장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시점을 명확히 알 수는 없으나 머지 않은 시기에 이를 시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신사업을 위한 자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지분 이전 대신 아들 회사에 사명 넘기고 거래 몰아주기 집중
제일건설 승계작업은 창업주 유경열 회장으로부터 2세 유재훈 사장에게 지분이 이전되는 통상적인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시간이 보다 더 걸렸다. 유 회장은 유 사장 소유의 회사에 기존 사명을 넘겨주고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의 승계를 택했다. 덕분에 천문학적인 증여세 이슈를 피할 수 있었지만 사명을 넘겨준 회사를 다시 키우는 데 5년 이상의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인 방식이었다. 아들이 물려받은 새 제일건설은 기존 제일건설을 규모와 수익성 면에서 모두 크게 뛰어넘었다. 승계작업을 처음 시작한 지 15년만에 연매출과 순자산 규모 모두 1조원대에 안착했을 정도다.
특히 20%대를 넘나드는 이익률은 굴지의 대형사들과 비교해봐도 앞선 수준이다. 외형과 수익성을 고르게 성장시킨 덕분에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삼더라도 1조원대 가치를 받을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
이처럼 가파른 성장 곡선의 시작점은 약 15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창업주인 유경열 회장이 장남 유재훈 사장으로의 승계 작업을 시작한 것은 2007년이다. 유 회장은 다소 특이한 방식으로 승계를 진행했다. 지분 이전 방식이 아닌 사업 이전 방식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모태 기업이 갖고 있던 '제일건설' 사명을 장남이 설립한 회사(풍경채)에 넘기는 파격적인 수를 뒀다. 제일건설의 핵심 사업부서인 시공부문을 분할해 풍경채에 붙이는 과정도 병행했다. 이로써 아들의 회사가 '제일건설'이 됐고 기존의 제일건설은 '제일풍경채'라는 회사가 됐다.
이후 새로 만들어진 제일건설에 계열사들 전체 매출을 몰아줬다. 덕분에 매년 수천억원씩 매출이 늘었다. 별도 지분 이동 없이도 아들이 가진 새 회사가 본래의 제일건설로 재창조된 셈이다.
산하 계열사들은 여기에 총 동원됐다. 2010년대 초중반에 몇몇 중견사들이 활용한 '벌떼입찰' 방식의 사업 확대도 이뤄졌다. 계열사들을 공공택지 입찰에 대거 참여시켜 사업권을 따낸 뒤 제일건설과 시공계약을 맺고 '풍경채' 브랜드를 달아 주택을 공급하는 식으로 외형을 불렸다. 세종화건설·영우홀딩스·제이제이씨앤씨를 비롯해 총 16개에 이르는 대부분 종속기업들은 이 과정에서 수년간 매출 0원을 기록하는 비정상적 구조를 감수해야했다.
이 기간 자본 비축도 충실히 이뤄졌다. 사명변경 및 내부거래 몰아주기를 통한 사업 구조가 본격 궤도에 오른 2016년부터 제일건설은 매년 1000억~2000억원대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 중 상당 비중이 순자산으로 편입됐다. 덕분에 2015년 1000억원대 수준이었던 자본총계는 매년 1000억~2000억원 규모씩 꾸준히 늘었다. 2017년과 2019년에 5000억원대와 7000억원대를 돌파한 순자산 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처음으로 1조원대에 진입했다. 제일건설의 기업가치를 주가순자산비율(PBR) 방식에 따르더라도 1조원대로 책정할 수 있는 뒷받침이 됐다.
◇유재훈 체제 완성 단계…전국사업 확대·신사업 위해 '상장 카드' 꺼낼까
승계를 통한 지배력 확립과 사업 외형 성장이 거의 완성 수순에 돌입한 만큼 유 사장은 다음 단계를 바라보고 있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지방 연고의 중견건설사로 시작해 수도권 및 전국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는 만큼 대외 신뢰도 확보를 위해 기업공개 절차는 필수적으로 거쳐야하는 관문이다.
주택 사업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선 경쟁사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미래 신성장 산업도 필요해 보인다. 3000억원대 현금고를 비축해뒀지만 신사업에 이를 모두 소진하기엔 리스크가 있다.
1조원대 기업가치 책정이 가능한 만큼 전체 대비 20% 수준의 신주 발행만으로도 수천억원 규모 자금을 추가 수혈할 수 있다. 구주매출을 통해 창업주 일가 주주들은 수백억~수천억원대 엑시트도 가능하다.
다만 이를 실현시키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는 있어 보인다. 계열사들을 총 동원해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높은 내부거래 비중이 당장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상장 이후 지분율 희석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확고한 지배구조를 정립하는 작업도 추가적으로 이뤄져야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성상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Company Watch]HVM, 올해 연매출 500억대 진입 '총력'
- [Company Watch]'소프트웨어 솔루션 재편' 핀텔, 흑자전환 여부 ‘촉각’
- 폴라리스오피스의 '성공적' M&A 행보
- [i-point]신성이엔지 김제사업장, 고용노동부 위험성평가 대상
- [i-point]엔젤로보틱스, 상이유공자에 재활로봇 지원
- [i-point]소니드에이아이, 자율주행 폭발물·지뢰 탐지 로봇 개발
- [i-point]케이웨더, LH 아파트에 천장형 환기청정기 공급
- [미래컴퍼니 장비 국산화 40년]“백투더 베이직, 다운사이클 없는 포트폴리오 구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