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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 의무 아닌데도 ESG 위원회 설치한 까닭 [게임업계 번진 ESG 물결]⑤대표작 서구권서 인기... 발빠른 ESG 경영, 등급 반등 계기 될까

황원지 기자공개 2022-06-23 12:44:06

[편집자주]

ESG 경영 열풍이 게임업계에도 들불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초 엔씨소프트를 필두로 대형 게임사들이 잇따라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나섰다. 지속경영 보고서를 앞다퉈 발간하며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ESG위원회에 핵심 경영진을 포진하고 실무조직을 키우는 곳도 늘고 있다. 주요 게임사별 ESG 경영 현황을 점검하고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1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펄어비스는 규모에 비해 ESG 경영에 적극적이다. 올 3월 ESG 위원회를 설치한 데 이어 5월 ESG 보고서를 발간했다. 같은 속도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건 대형사인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정도다.

다만 지난해까지 ESG 등급은 하위 20% 수준으로 아직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정보보안 부문을 제외한 환경(E), 지배구조(G) 등 대부분 부문이 낮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발빠른 ESG 활동과 함께 오는 7월 예정된 신사옥 입주 등을 고려하면 등급 상승이 기대된다.

◇높은 서구권 매출 비중, 적극적 ESG 경영으로 이어져

펄어비스는 지난해부터 ESG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6월 ‘펄어비스 ESG TF’ 조직을 신설했고 올해 3월에는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설치했다. 이어 올해 5월 ESG 보고서를 발간했다. 펄어비스는 앞으로 매년 ESG 보고서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ESG위원회는 허진영 서비스총괄(사내이사)이 위원장을 맡았다. 구성원으로는 윤재민 펄어비스 부사장이 있다. ESG위원회는 ESG전략 및 정책 수립 등에 관한 의사결정과 ESG경영 활동 전반에 대한 관리, 감독, 검토를 맡는다.

규모를 고려하면 속도가 빠르다. 2021년말 펄어비스의 자산총액은 1조3566억원으로, 넷마블(10조6000억원)이나 엔씨소프트(4조5000억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ESG 경영에 있어서는 두 회사와 비슷한 속도로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펄어비스는 ESG 공시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국내 금융당국은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기업들의 ESG 공시 의무화를 추진중이다. 넷마블, 엔씨소프트와 같은 자산 2조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들은 2025년까지 정보공시 의무를 진다. 반면 코스닥 상장사이면서 자산이 2조원 이하인 펄어비스의 경우 공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ESG 경영에 관심이 높은 서구권에서 관심이 높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펄어비스는 북미를 비롯한 서구권 시장과 인연이 깊다. 지난해 매출의 거의 절반인 51%가 미주·유럽지역에서 나왔다. 서구권 공략을 위해 지난 2018년 북미에 직접 지사를 설립해 퍼블리싱을 진행하기도 했다.

글로벌 ESG 평가기관에서도 펄어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 글로벌 ESG 평가기관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은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등 대형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ESG 등급을 매긴다.

자산규모 1조원대를 전후한 게임사로는 펄어비스만이 등급 평가를 받았다. 1992년에 설립한 또다른 글로벌 ESG 평가기관인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도 3N(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과 함께 펄어비스의 ESG 등급을 매겼다.

◇올해 초 글로벌 등급 BB에서 B로 강등…국내 등급도 ‘B’

높은 관심과는 별개로 펄어비스의 국내외 ESG 등급은 낮은 편이다.

MSCI는 지난해 6월 펄어비스의 ESG 등급을 BB에서 B로 강등했다. MSCI 지수에 편입된 미디어 & 엔터테인먼트 업권 73개 기업들 중 하위 20% 그룹에 속했다. 평균 그룹인 카카오게임즈·크래프톤·넥슨(BB)보다도 아래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국내 ESG 등급 평가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2021년 펄어비스에 B등급을 부여했다. 세부적으로는 지배구조(G)와 사회(S) 부문은 B등급을, 환경은 D등급을 줬다. 펄어비스는 2019년부터 KCGS로부터 등급을 받았는데, 첫해에는 B등급 이하라 등급이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서스테이널리틱스는 펄어비스에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서스테이널리틱스는 ESG 부문이 회사에 미칠 위험도를 위주로 평가하는데, 펄어비스의 위험 점수는 18.5점으로 낮은 위험(10~20점)수준이었다. 엔씨소프트(12.2점), 넥슨(16.3점)보다는 높았지만 넷마블(18.8점)보다는 낮았다.

◇지배구조(G)·환경(E) 미흡… ESG 보고서 발간, 위원회 설치 반등 계기 되나


부분별로는 지배구조(G), 환경(E) 분야에서 점수가 낮았다. MSCI는 펄어비스의 기업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와 기업 행동(Corporate Behavior)에서 최하 등급인 느림보(Laggard) 평가를 내렸다. 기업 지배구조는 회사 소유권이나 이사회 등이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기업 행동의 경우 사기나 횡령 등 윤리적 이슈를 관리한다.

중견 게임사인 탓에 아직 지배구조가 고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펄어비스는 아직 감사위원회나 보상위원회 등 내부감시체계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펄어비스는 자산이 2조원 이하라 감사위원회 대신에 홍성주 전 다음게임 대표이사를 상근감사로 두고 있다.

다만 게임사인 만큼 보안 분야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대부분 국내 게임사들은 보안 부문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펄어비스는 내부에 정보보호위원회를 마련해 사이버 보안을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와 개인정보보호최고책임자(CPO)를 위원장으로, 위원으로는 허진영 CEO, 지희환 CTO 등 의사결정권자를 선임해 책임 수준을 높였다.

막바지 공사 중인 펄어비스 신사옥
최근 ESG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등급 반등이 주목된다. 펄어비스는 오는 7월 과천 신사옥으로 본사를 이전한다. 게임사들은 게임 운영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돌리는 과정에서 다량의 탄소를 배출해 환경 등급이 낮다. 친환경 신사옥 건설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SG 위원회를 이사회 산하에 설치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ESG 위원회를 이사회 산하에 두지 않은 넷마블, 엔씨소프트와는 다른 행보다. 이사회 산하에 있을 경우 사외이사 등 외부 인물이 위원회에 합류할 수 있고, 이사회의 견제를 받으므로 감시 기능이 강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펄어비스도 이번 이사회 설립으로 내부감시체계를 보다 강화할 수 있다.

ESG 보고서 발간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SG 평가기관은 통상 공개 데이터가 많은 기업에 점수를 높게 준다. 엔씨소프트도 ESG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글로벌 등급이 잇따라 상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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