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6월 23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구개발(R&D)이 핵심인 바이오 벤처에 있어 창업자는 밸류(기업가치) 그 자체다. 성공유무가 전적으로 개발자인 창업자 손에 달려있다.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모든 자산에 사용연수가 있듯 기술 역시 주기가 있다. IT 기술은 보통 10년, 반도체는 이보다 짧은 8년 주기로 본다. 바이오 기술은 10~20년 주기로 발전하고 있다. 차세대 기술 패권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바이오 벤처들이 지금도 수없이 생겨난다.
그런데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설립된 1세대 국내 바이오 벤처 가운데 창업자가 완전히 엑시트 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해당 기업이 가진 기술은 이미 진부하고 최근 트렌드가 된 기술에 있어선 창업자는 전문가가 아니다.
그럼에도 창업자들은 회사를 떠나지 못한다. 최대주주 자리를 내어줘도 경영자나 R&D 등 주요보직에 남는다. 경영자에서 내려와도 최대주주 혹은 주요주주 자리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창업자의 엑시트는 곧 기업의 종말과도 같다는 시선이 부담이다. 창업자는 가도 자산은 남는, 다른 업종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물론 오랜기간 주주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기업이 대부분인 바이오업계 현실을 감안하면 감정적으로는 일견 타당한 듯도 보인다.
하지만 바쁘게 흘러가는 바이오 생태계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실패에 대한 빠른 인정과 전략 변경의 과감성도 필요하다. 기술이 졌다고 기업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지속가능성장을 위해선 바이오 기업도 변화에 기민할 필요가 있다.
그런 관점에서 올 초 최대주주가 바뀐 메디포스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약개발 1세대 바이오 벤처 창업자가 지분 엑시트를 한 거의 유일한 사례로 꼽힌다. 창업자 양윤선 대표는 최대주주 자리를 내어줬고 회사의 전략 변경도 받아들였다. 줄기세포가 아닌 CDMO 기업으로 탈바꿈 하겠다는 목표로 캐나다 공장까지 수백억원을 투자해 인수했다.
양 대표는 줄기세포 전문가지 CDMO 전문가는 아니다. 전략이 바뀌었다면 그에 맞는 전문가가 주요 보직을 차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양 대표는 여전히 대표이사 자리를 유지하며 완전한 엑시트를 하지 못하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로 매출을 벌어들였다는 걸로 이미 양 대표의 소명은 다 한 건지도 모른다. 양 대표의 연구성과는 이미 시스템으로 정착됐다. 성장정체에 부딪힌 현실에서 매각 및 전략 변경은 메디포스트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합리적 결단으로 봐야한다는 의견이 타당하게 들린다.
최근 메디포스트의 17년차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회사를 떠났다. 양 대표를 대신해 경영을 총괄했던 인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적쇄신의 시발점으로 해석된다. 양 대표가 물러나는 것도 머지 않았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이제 메디포스트는 줄기세포가 아닌 CDMO 성과로 평가해야 한다. 사람이 곧 기술이고 자산인 만큼 창업자와의 이별을 전략상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다. 또 그게 기업의 숙명이기도 하다. 새로운 비전을 심고 천천히 이별하는 방법을 택한 메디포스트가 바이오업계에 좋은 선례를 남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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