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딥테크 퍼스트무버' 뚝심 투자, 옥진우 SJ투자파트너스 상무2차전지·에너지 등 소부장 투자 전문가, 1000억대 녹색산업 펀드 운용
권준구 기자공개 2022-07-07 08:24:10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4일 14: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J투자파트너스는 얼리스테이지(early stage)에 있는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해 온 벤처캐피탈이다. 딥테크 분야의 '퍼스트무버'를 발굴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밸류업(Value-up)하는 데 집중했다.그 중심에는 옥진우 SJ투자파트너스 상무(사진)가 있다. 소부장 업체는 업계에선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투자처로 인식됐지만 옥 상무는 뚝심 있게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연구개발(R&D) 능력과 사업적 역량이 뛰어나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기업들을 집중 발굴하며 건강한 소부장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는 올해 SJ투자파트너스가 2010년 설립 이후 최초로 1000억원대 녹색산업 펀드의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았다. 두둑한 재원을 통해 2차전지, 수소경제, 리사이클링 등 유망기술을 가진 업체를 육성할 계획이다.
◇성장스토리 : 경험 기반 '테크' 전문성 보유, CVC 해외 2차전지 딜소싱 주력
옥 상무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기 전 2차전지와 관련된 테크 전문성을 쌓았다. 성균관대학교 시스템경영공학을 전공했던 그는 2004년 삼성SDI 2차전지 사업부에 들어가 해외 영업맨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2차전지는 막 태동한 초기 산업이었다. 그가 재직한 부서 역시 신생인 만큼 직접 영업을 뚫는 과정을 거쳤다. 2차전지 업체와 직접 소통하며 해당 산업군에 대한 생생한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삼성SDI에서 4년 반을 근무할 무렵 그는 투자업계에 대한 막연한 선망을 갖게 됐다. 노력한 만큼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해외영업 직무였다 보니 업종 변경에 무리가 있었다. 결국 2008년 하반기 삼성SDI에서 나온 후 성균관대학교 MBA 과정을 밟았다.
투자 사이드로 가는 것이 목적이었던 그는 마지막 학기에 삼성벤처투자 인턴에 지원하게 됐다. 지원율이 높았지만 삼성 계열사 출신이었던 강점을 활용해 졸업 직전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당시 삼성벤처투자는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관련 딜 소싱을 하고 있었다. 그는 관련 시장과 서플라이 체인 생태계를 조사하면서 해당 산업 트렌드에 대한 감을 익힐 수 있었다.
인턴 과정을 마친 후 2010년 그는 삼성벤처투자에 정식으로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됐다. 에너지, 2차전지와 관련된 소부장 기업을 발굴했다. 삼성벤처투자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이다보니 모회사와 전략적 협력을 할 수 있는 업체를 주로 딜 파이프라인에 넣었다.
당시 그는 고체 배터리 기술을 보유한 미국 스타트업 '시오(Seeo)'에 초기 투자를 단행했다. 독일 자동차 부품·전동공구 업체 보쉬(BOSCH)에 인수되면서 6개월만에 엑시트하는 성과를 냈다. 미국의 실리콘 음극 할물질을 개발 및 제조하는 '실라나노테크놀로지에'도 50억원을 투자해 340억원을 회수하면서 멀티플 7배를 기록했다.
옥 상무는 2차전지 분야 투자를 개척한 1세대 심사역이다. 현재 전기차 산업의 성장으로 2차전지 투자가 활발하지만 당시엔 국내외 모두 집중하지 않는 분야였다. 그가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선 덕분에 과거와 현재의 크로스체크를 통한 케이스스터디가 가능했다. 다른 소부장 심사역들과 견줄 수 없는 강력한 무기가 생긴 셈이다.
그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다른 소부장 분야에도 도전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2017년 삼성벤처투자를 나와 SJ투자파트너스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SDI 해외영업부에서 함께 근무했던 차민석 부사장의 제의로 제 2의 투자 인생을 시작했다.
◇투자철학 : 위험을 감수하는 시장 개척자, '퍼스트무버' 집중
옥 상무의 투자 철학은 명확하다. 그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딥테크 퍼스트무버를 발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 중에서도 '도메인놀리지(Domain Knowledge)'를 보유한 업체를 중심으로 본다. 도메인놀리지는 핵심 기술을 가지면서 해당 기술을 응용해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기업을 의미한다.
이는 SJ투자파트너스의 투자 기조와 일맥상통했다. 그가 과거 삼성벤처투자에서 해외 투자를 할 때 시장 규모를 중요하게 평가했다. 하지만 퍼스트무버를 발굴하기 위해선 시장 형성이 되지 않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SJ투자파트너스는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 위험 감행)을 인정하는 하우스였다. 지방 계정, 농식품, 관광 등 여타 벤처캐피탈이 집중하지 않는 분야를 틈새 공략하는 전략을 폈다.
옥 상무는 이러한 방식을 계승해 딥테크 기반 소부장 스타트업을 눈여겨봤다. 그 중에서도 프리A 라운드와 같은 초기 투자에 집중했다. 투자 기업이 기업공개(IPO)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 동행하며 끈끈한 조력자의 역할을 맡았다.
퍼스트무버 딜(Deal)의 경우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화의 허들이 존재한다는 리스크가 잠재돼있다. 그만큼 옥 상무는 창업자의 뚝심과 원천 기술에 대한 청사진을 우선적으로 봤다. 동시에 오피니언 리더로서 시장을 창출하는 선도자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크립토랩(근사동형암호 기술 기반 암호 솔루션 기업) △포엔(전기차 배터리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에너에버배터리솔루션(2차전지용 분리막 코팅·생산) △딥엑스(에지용 인공 신경망 처리장치 개발) △에코크레이션(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 개발) 등을 대표 포트폴리오로 두고 있다.
◇트랙레코드 1 : 코스닥 상장 앞둔 성일하이텍, 잭팟 엑시트 예고
옥 상무의 퍼스트무버 투자 철학에 부합하는 기업으로 성일하이텍이 있다. 성일하이텍은 2차전지 배터리 리사이클링 전문기업이다. 2차전지 산업의 경우 시장의 대부분이 핵심 소재 업체에 한정돼있다.
하지만 성일하이텍은 재활용한 배터리 원료를 공급하면서 2차 전지 업계의 주요한 생태계축을 형성했다. 현재 전기차 시장이 초기 단계이지만 2025년 이후 폐배터리 배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해외 사업장과 대규모 생산공장 등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다.
옥 상무가 성일하이텍과 연이 닿은 시점은 삼성벤처투자에서 근무할 때였다. 당시 2차 전지 리사이클링 분야에 대한 성장성을 보고 성일하이텍을 눈여겨봤지만 삼성 계열사와의 협력 스케줄 때문에 딜 발굴이 지연됐다.
그가 SJ투자파트너스로 자리를 옮기면서 성일하이텍의 재무적투자자(FI)로 합류하게 됐다. 에스제이 업사이클링 펀드(40억원)와 전북-효성 탄소성장 펀드(20억원)를 활용해 총 60억원의 실탄을 투입했다. 과거 에코프로비엠을 함께 투자했던 경험이 있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BNW인베스트먼트와 함께 2019년 투자를 결정했다.
성일하이텍은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잭팟이 전망된다. 지난 6월에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아 7월 중 공모가를 확정할 예정이다.
그동안 성일하이텍은 헝가리와 폴란드, 인도, 중국 등에 해외 거점을 확보하면서 폐배터리 물량 확보에 선제적으로 나섰다. 덕분에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473억원으로 전년(659억원) 대비 2배 이상 뛰었고 영업이익 169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트랙레코드 2 : 에너에버에너지솔루션, 초기 투자부터 밸류업 조력자 자처
에너에버에너지솔루션은 옥 상무의 투자 스타일이 확연히 드러나는 포트폴리오다. 해당 업체는 2차 전지에 들어가는 분리막을 코팅하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분리막은 2차 전지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핵심 소재로 에너에버에너지솔루션은 최고 180℃의 환경에 노출돼도 변형되지 않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옥 상무는 에너에버에너지솔루션에 2020년 5억원과 2021년 1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전북-에스제이 퍼스트무버 벤처펀드의 재원을 이용했다. 분리막 시장의 성장성과 함께 창업자인 신상기 대표와 삼성SDI에서 함께 몸담은 인연이 바탕이 됐다.
옥 상무는 단순히 자금만 투입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분리막의 코팅에 그치지 않고 원단도 양산하겠다는 창업자의 경영 전략을 적극 지원했다. 지난해 4월 공장 부지를 마련하는 데 조력자로 나섰다. 그가 나서 전북-에스제이 퍼스트무버 벤처펀드의 출자자로 참여한 전북도청과 접촉해 도움을 요청했다. 이는 전북 완주군에 3만3000㎡(1만평)의 부지를 확보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공장 건립을 위한 펀드레이징 역시 주도했다. 옥 상무는 지난해와 올해 진행된 투자 라운드에 다른 운용사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운용사와 업체의 가교 역할을 자처하며 2차 전지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분리막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피력했다. 그 결과 두 차례의 펀드레이징을 통해 확보한 실탄은 300억원 수준이다. SJ투자파트너스도 '퍼스트무버 벤처펀드 2호'로 30억원을 베팅하면서 세 번째 팔로우온(후속투자)을 단행했다.
옥 상무는 에너에버에너지솔루션과의 동행을 기업공개(IPO)까지 이어나갈 계획이다. 현재 전라북도 완주테크노벨리 내에 공장을 설립 중이다. 완공 후 완주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월 500만㎡의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업계평가 : '오랜 신뢰의 힘', 올해 투자 성과 꽃 피운다
옥 상무와 삼성SDI에서부터 20년 인연을 이어온 차민석 SJ투자파트너스 부사장은 2차 전지와 에너지 분야 스타트업 투자에서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보유한 심사역이라고 평가한다. 훌륭한 인품을 바탕으로 창업자와 오랜 신뢰 관계를 유지하면서 유망한 기술 기업을 발굴했다.
차 부사장은 "투자 기업에 대한 신뢰와 선한 마음가짐이 가장 큰 장점이다"며 "그간의 투자 성과가 올해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 역시 "그동안 소부장 업체를 지속 발굴해 온 결과다"며 "2022년은 옥 상무뿐만 아니라 SJ투자파트너스 역시 큰 성과를 거두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계획 : 1000억대 대형펀드 수장, 녹색산업 로드맵 그린다
옥 상무는 올해 1000억원대 녹색산업 펀드의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아 국내 퍼스트무버 기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2010년 SJ투자파트너스가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대의 대형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다. 지난 3월 한국성장금융의 정책형 뉴딜펀드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되면서 펀드 조성의 물꼬가 트였다.
그는 핵심운용역을 맡은 안영민 이사와 함께 2차 전지, 수소경제, 리사이클링 등 녹색산업 분야의 딥테크 기업을 발굴한다. 대형 규모 펀드임에도 프리시리즈A, 시리즈A 라운드와 같은 초기 투자 역시 강화한다. 두둑한 자금을 바탕으로 투자 라운드를 리드해 의미 있는 지분율을 확보하는 '2대주주 전략'을 기치로 내걸었다. 현재 펀드레이징 과정 중에 있으며 9월 내 결성을 완료할 전망이다.
옥 상무는 "초기 라운드 투자부터 기업공개(IPO)까지 동행해 소부장 섹터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싶다"며 "녹색산업 투자에 대한 선제적 로드맵을 그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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