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상장 주관사 성적표]'상폐' 직전까지 간 신라젠, 2조 밸류 순식간에 증발[NH투자증권]기대했던 펙사벡 간암 임상 실패…올해 매출 회복 못하면 다시 상폐 위기
남준우 기자공개 2022-07-08 13:07:37
[편집자주]
코스닥 특례상장 요건이 도입된 지 17년이 지났다. 몇 년 안에 획기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거래 정지를 당하거나 상장 폐지 얘기가 나오는 곳이 속속 등장하는 게 현실이다. 주관사는 시장 상황이 좋을 때 자격이 되지 않는 기업을 마구잡이로 상장시켜 놓고 높은 수수료만 챙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벨은 특례 상장 기업의 현황을 살펴보고 주관사별 역량을 가늠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5일 16시1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라젠은 국내 바이오 기업 IPO 역사상 가장 실패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밸류에이션 핵심이었던 간암 펙사벡 임상 3상이 실패하면서 몸값은 순식간에 떨어졌다.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임상 3상 통과를 확신하며 IPO 과정에서 밸류에이션을 할인 전 기준으로 2조원까지 내다봤다. 수수료도 넉넉히 받았다. 하지만 몸값은 순식간에 떨어졌고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갔다.
◇2020년 순이익 1000억원 예상했으나 '신기루'

신라젠은 2016년 12월 기술특례 방식으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NH투자증권이 대표주관 업무를 담당했으며 하나금융투자, 동부증권이 공동주관사로 참여했다. 당시 NH투자증권 ECM2부가 IPO 업무를 주도했다.
등장은 화려했다. NH투자증권은 신라젠의 기업가치를 할인 전 기준으로 무려 약 2조원으로 책정했다. 수요예측 집계 결과 공모가밴드 최하단인 주당 1만5000원을 공모가로 결정했다. 46.6%가 할인된 약 1조원의 몸값으로 코스닥 시장에 등판했다.
주관사와 회사의 논리는 2019년 흑자전환을 이뤄낸 이후 2020년 매출 3425억원, 영업이익 1041억원을 기록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2020년 추정 당기순이익을 1038억원으로 추정하고 유사회사 평균 PER인 33.7배를 적용해 몸값을 메겼다.
IPO 당시 신라젠이 주도하고 있던 간암 대상 펙사벡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의 성공과 이에 따른 제품 판매 수익을 고려한 결과다. 일본을 제외한 전세계에서 2020년부터 펙사벡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2020년 제품 매출로 2832억원을 창출할 수 있다고 투자자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 2020년 추정 매출액을 3425억원으로 제시했지만 실제 매출은 16억원에 불과하다. 작년 매출은 2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도 당연히 내지 못하고 있으며 밸류에이션 산정의 근간이 됐던 순이익은 2020년 -478억원, 2021년 -160억원으로 손실 상태다.
펙사벡이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실패한 탓이다. 기존 간암치료제인 넥사바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 12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b상에서 생존기간 입증에 실패했다. 신라젠은 2b상의 실패원인이 임상디자인에 있다고 판단하고 임상 3상부터는 디자인을 바꿨다. 다만 당시 전문가들은 확실한 근거도 없이 성급하게 디자인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자금 수혈 후 개선 진행 중…결과는 미정
단순히 실적만 안 좋은 것이 아니다. 문은상 전 대표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DB금융투자에서 350억원을 빌려 신라젠 BW를 인수했다. 이후 신라젠에 들어온 돈을 다시 페이퍼컴퍼니에 빌려주는 ‘자금 돌리기’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 행위로 2020년 5월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해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상장폐지 직전까지 갔으나 지난 2월 18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2심 격인 코스닥시장위원회(시장위)로부터 추가 개선기간 6개월을 부여받으며 극적으로 상장폐지 위기를 모면했다.
이후 엠투엔이 지분 20.75%를 600억원에 사들이며 최대주주에 올라서는 과정에서 자금을 수혈했다. 앞서 거래소가 제시한 개선 사안 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구개발 인력 충원과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 등 경영 지속성을 피력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파이프라인 도입에 대한 최종 후보군 선별작업 단계에 들어섰다. 또한 R&D(연구개발) 등 전문인력 확충 요구에 따라 연구소 인력을 대폭 늘렸다. 임상시험을 운영할 수 있는 의학박사 인력은 완료해 현장에 투입했다. 펙사벡 신장암 대상 임상 2a상은 미국 리제네론과 예정대로 추진 중이다.
다만 거래정지가 장기화되면서 17만 소액주주를 포함한 투자자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당장 올해부터 매출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는 기정 사실화된다. 기술특례 상장사는 코스닥 상장 5년 후부터 연매출이 30억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2년 연속일 경우 상장폐지된다. 올 1분기 매출은 5억원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수수료만 얻고 손 놓고 빠져나간 셈이다. 신라젠 IPO로 무려 23억원에 달하는 수수료 수익을 얻었다. 2016년 NH투자증권이 진행했던 11건의 IPO 중 GRT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가장 많은 수익을 안겨다줬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동인기연, 필리핀 바타안경제특구청과 협력 강화
- [i-point]태성, 임대공장 계약 "복합동박 장비 초도물량 대응"
- [상호관세 후폭풍]중국·베트남 생산비중 높은 HS효성, '고관세' 영향 불가피
- [중견 철강사 생존전략]동국산업, 손익 '엇박자'…영업흑자에도 순손실 300억
- [Red & Blue]무상감자에 관세 전쟁까지...'신저가' 찍은 KG모빌리티
- [석유화학 숨은 강자들]유니드, 고ROE와 상반된 PBR…중국공장 신설효과 기대
- [현대차그룹 벤더사 돋보기]에스엘 이사회 '오너 3세' 주축…'역할 분배' 뚜렷
- NH증권 점프업리그, 해외로 확장
- [중견 철강사 생존전략]KG스틸, 그룹내 '유동성 창출' 중심 부상
- KB국민은행, 가판대 대폭 조정…한·중 펀드에 힘
남준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인프라 강자' 스톤피크, 아시아 2호 펀드 조성 추진
- [PE 포트폴리오 엿보기]'형님 잘 둔' 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 한앤코도 웃는다
- [회생절차 밟는 홈플러스]'지급 보증' 테스코, 임대료 미지급 점포 구세주될까
- [thebell League Table]'난공불락' 삼일PwC, 이번에도 산뜻한 선두 출발
- [PE 포트폴리오 엿보기]'FI·SI 다수 접촉' 티오더, 신규 투자 유치 추진
- 홈플러스에 대한 LP들의 자성
- 웰투시, '화장품 전문 기업' 엔코스 투자 추진
- [회생절차 밟는 홈플러스]'세일앤리스백 점포 부지' HUG 매각, 실현 가능성은
- [회생절차 밟는 홈플러스]점포 담은 'LP·자산운용사', HUG 매각 카드 '만지작'
- [LP Radar]'적대적 M&A 안된다' 국민연금, 정관 추가 내용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