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커피생두 '생산자 직거래' 비용절감 방점 [식품사 원가 대란 진단]그룹 원두 물량 96% 트레이드, 정부 무관세 지원 시너지 기대
박규석 기자공개 2022-07-13 08:10:46
[편집자주]
식품기업들이 치솟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주요 원료인 곡물가의 변동성 확대로 가격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제품가를 올린 만큼 추가적인 가격인상은 쉽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도 물가 안정을 강조하고 있어 자구책 마련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체 원료 물색과 비용통제, 전략제품 강화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는 식품기업들의 현주소와 전략을 분석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1일 15: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PC그룹의 커피생두 직거래 시스템이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의 대비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 소비되는 원두를 직수입해 비용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최근 정부가 생두에 대한 무관세 정책을 발표하면서 중장기 시너지 창출도 기대된다.1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의 생두 수입량은 인스턴트커피 전문 제조사(동서식품 등)를 제외하면 상위권에 속한다. SPC그룹이 연간 수입하는 커피생두는 수천 톤(t)에 달하며 수입량은 해마다 평균 10% 이상씩 성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의 생두 수입량 증가는 국내 커피시장의 성장과 관련이 깊다. 2020년 국내 커피류 제품의 매출 규모는 2조7180억원으로 이는 2018년 대비 5.5% 증가한 수치다. 2021년 수입규모의 경우 전년 대비 20.5% 증가한 5억6365만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커피생두 다이렉트 트레이드 구축
커피 시장이 성장하면서 SPC그룹 역시 관련 사업의 경쟁력 확보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파스쿠찌와 커피앳웍스, 파리바게뜨, 던킨 등을 필두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제과제빵 브랜드에서 커피 메뉴를 늘리고 커피 구독 서비스를 론칭하는 등 경쟁력 제고에 힘쓰고 있다.
파리바게뜨의 경우 2020년에 '무산소 발효커피'를 출시하기도 했다. 무산소발효 커피는 산소가 차단된 공간에서 커피콩을 장시간 발효해 생두를 추출한 커피다. 가공 과정에서 공기 중에 있는 미생물의 간섭을 최소화해 향미를 풍부하게 한 게 특징이다. 같은 시기 브랜드 '던킨도너츠'의 경우 브랜드명을 '던킨'으로 바꾸며 커피 제품의 품질 향상 등에 노력하기도 했다.
커피 원두의 소비가 많은 SPC그룹은 관련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오래전부터 자체적인 '커피생두 다이렉트 트레이드' 시스템을 구축해 사용하고 있다. 브라질과 과테말라, 파푸아뉴기니 등 중남미는 물론 다양한 커피 산지국가로부터 커피생두를 수입하고 있다. 그룹 내 계열사가 사용하는 커피 생두의 약 96%가 생산자 직거래를 통해 수입되고 있다.
이러한 생산자 직거래는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를 줄이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원두 수출국이 생두 가격을 일괄적으로 인상할 경우 원가 손실 등을 피할 수는 없지만 중간유통 과정이 없어 상대적으로 비용 절감에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차원의 커피 원두 '무관세' 지원도 SPC그룹에는 원가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일 국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 중 9개 품목에 대해 관세를 0%로 낮추는 물가안정책을 발표했다. 커피생두와 로스팅 원두의 기본 관세율은 각각 2%, 8%이지만 이번 조치를 통해 관세율은 0%가 됐다. 적용 대상은 '수입 전량'이다.
◇신시장 개척 ‘할랄 공략’ 시동
SPC그룹은 커피뿐만 아니라 제과제빵 부문에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손실 감축에 노력하고 있다. 커피 사업이 생산자 직거래를 통한 비용 절감이라면 제과제빵 영역에서는 매출 증대를 통한 수익성 강화가 핵임이다.
이를 위해 SPC그룹은 말레이시아 진출을 시작으로 할랄 시장(HALAL)을 공략할 방침이다. 할랄 시장 공략은 자체 브랜드인 파리바게뜨를 통해 이뤄지며 지난 6월에는 현지 기업인 '버자야 푸드 그룹(BERJAYA FOOD)'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동시에 말레이시아 제2의 도시인 '조호르바루'에 할랄인증 제빵공장의 건립을 시작했으며 2023년 6월 준공이 목표다.
SPC그룹은 말레이시아를 동남아와 중동을 아우르는 '할랄 시장' 진출의 전진기지로 삼아 세계 인구의 24%를 차지하는 19억 무슬림 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할랄 시장은 2500조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은 2030년까지 동남아 시장에 600개 이상의 점포를 오픈하고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공장이 건립되는 조호르바루의 산업단지 누사자야테크파크(NTP)는 싱가포르 국경에 인접한 물류 요충지다. 탄중펠레파스 항구(Port of Tanjung Pelepas)와도 가까워 동남아 전역과 중동까지 효율적으로 물류 이송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SPC그룹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커피생두 다이렉트 트레이드 등을 활용해 비용 절감에 힘쓰고 있다”며 “동시에 신시장 개척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성 창출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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