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웨이퍼스 한국행 발언에 SK실트론 '무덤덤' 신에츠, 섬코 견제 및 중국리스크도 고려, 추가 투자시 소부장 지원 목소리 힘 실릴 수도
이민우 기자공개 2022-07-14 10:43:01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3일 11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의 반도체 법안의 처리가 지지부진하자 투자를 약속했던 웨이퍼(반도체 원판) 시장 3위사 글로벌웨이퍼스가 미국 투자를 철회하고 한국으로 투자설비 방향을 틀겠다는 으름장까지 던졌다. 한국을 특정해 언급한 이유는 일본 웨이퍼업체 견제와 지정학적 요소 등이 꼽힌다.미 정부 압박용에 가깝지만 만약 글로벌 웨이퍼 기업들이 국내에 들어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정작 가장 영향을 받을 토종 웨이퍼 생산업체 SK실트론의 표정은 덤덤하다. 글로벌 수준으로 경쟁하는 업권 특성상 지역거점이 점유율에 큰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12인치 웨이퍼 시장에서도 3위에 오른데다 일찌감치 증설에 나서 경쟁력 확보도 순항 중이라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일본견제·지정학 요소 합쳐진 '한국행' 발언, SK실트론 "위협없다"
마크 잉글랜드 글로벌웨이퍼스 사장은 최근 미국 의회의 반도체 지원 법안 통과를 놓고 "미국 텍사스 대신 한국에 공장을 건설할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미 정치권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 실제 가능성은 둘째 치더라도 글로벌웨이퍼스가 한국을 특정한 점이 눈길을 끈다. 천안에 이미 공장을 보유했고 MEMC코리아 등 관련사 투자도 진행 중이지만 대만, 일본 등에도 공장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한국행 발언에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국적으로 글로벌 웨이퍼 시장 1, 2위를 차지한 신에츠와 섬코에 대한 견제 의중부터 미국 대비 낮은 한국 공장의 운영비를 비롯한 지정학적 요소 등이 합쳐진 발언이라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웨이퍼 대일 의존도는 50% 안팎으로 여전히 높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노동 환경이 서구화되고 있으나 특유의 근면한 문화로 인해 공장 운영비는 생각보다 낮은 편"이라며 "지원금 없이는 미국에 투자할 마땅한 이유가 없는데 대만 등에 공장을 건설할 경우 중국발 리스크 등의 위험성도 있기에 한국에 언급한 것으로 생각된다"는 해석했다.

현재 국내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전문 생산하는 토종 기업은 SK실트론이 유일하다. 글로벌웨이퍼스의 국내 진출이 현실화할 경우 SK실트론은 안방에 경쟁업체를 두는 격이지만 크게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생산기지가 증설되면 지역에 상관없이 글로벌 생산능력(CAPA)이 늘어나는 것은 똑같아 지역의 미국, 한국 구분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외국자본일지라도 대형 웨이퍼 설비가 국내에 추가되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SK실트론 관계자는 "웨이퍼 등 소부장 업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산업의 연관성을 고려해 반도체 등 전방산업에 준하는 수준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있지만 홀로 목소릴 내긴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며 "외국계 기업이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 국내에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대형기업과 시설이 늘어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12인치 경쟁력 유지 집중, 8인치 의미 크지 않아
SK실트론은 글로벌웨이퍼스 등 경쟁기업들의 캐파 확대에 대응해 일찌감치 생산라인 증설에 나섰다. 경상북도 구미산업단지에 1조원을 투자한다. 증설되는 생산라인은 전부 12인치(300mm) 웨이퍼다. 주력으로 삼는 12인치 경쟁력 유지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도다.
현재 글로벌 웨이퍼 시장에서 SK실트론은 점유율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신 반도체 시장에서 주력으로 쓰이는 12인치(300mm) 웨이퍼 시장에서는 점유율 18.1%로 3위다. 실트로닉과 글로벌웨이퍼스는 그 아래로 각각 14.1%, 11.6%다. 글로벌웨이퍼스의 실트로닉 인수가 현실화됐다면 점유율이 뒤집힐 수 있었지만 무산됐다.
12인치 웨이퍼는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제품이다. 8인치 웨이퍼가 최근 다품종 소생산 경향으로 인해 중요도가 높아졌다고 하나 전체 실리콘 웨이퍼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작다. 반면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12인치 웨이퍼의 비중과 규모는 각각 71.7%와 11조원 규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8인치 웨이퍼 시장의 성장성이 최근 무섭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라질 줄 알았던 시장의 생존성이 확보됐다는 의미가 크다"며 "이미 주류를 차지한 12인치 시장의 판도가 변화하는 것은 반도체 수요가 현재 공급난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폭등하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팹(Fab, 생산공장)부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반도체 시장은 여전히 12인치 투자에 집중하는 흐름을 보인다.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12인치 웨이퍼 반도체 팹 증설에만 39조원을 투자했다.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UMC 또한 6조원을 들여 월 3만장의 12인치 웨이퍼를 소화할 수 있는 생산라인 증설에 나서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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