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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지주, '롯데컬처웍스' 재무개선 지원 동참한 까닭은 이노션 주식 인수해 실탄 공급, 롯데쇼핑 부담 경감 '계열사 신용' 리스크 관리

이효범 기자공개 2022-07-21 07:42:44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0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컬처웍스가 이노션 지분을 매각한 가운데 롯데쇼핑과 롯데지주가 인수자로 나서 관심이 모아진다. 지배구조 상 '지주-쇼핑-컬처웍스' 순으로 출자고리가 형성된 관계다. 이번 거래는 사실상 모기업과 지주사가 롯데컬처웍스의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또 롯데지주가 롯데쇼핑이 짊어진 지원부담을 분담하기 위해 절반의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 19일 이노션 주식 206만주(지분율 10.3%)를 롯데지주와 롯데쇼핑에 각각 절반씩 매도한다고 공시했다. 각각 103만주의 지분을 넘기는 대신 466억원을 매각대금으로 받았다. 1주당 처분단가는 4만5200원이다. 이번 거래로 롯데컬처웍스가 확보한 현금은 총 931억원에 달한다.

롯데컬처웍스가 이노션 지분을 갖게 된 건 2019년 5월이다. 당시 이노션 대주주인 정성이 고문이 보유한 지분 10.3%(206만주)를 롯데컬처웍스에 넘기는 대신, 롯데컬처웍스 신주 13.6%(768만7456주)를 받았다. 콘텐츠, 해외사업 등의 경쟁력 강화에 협력하기 위한 의미로 지분을 맞교환 했다.

당시 계약에 따르면 롯데컬처웍스는 상장기한일까지 임의로 이노션 지분을 이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 다만 정 고문의 사전 서면 동의가 있다면 이같은 거래가 가능한 단서가 달려 있다. 롯데컬처웍스가 증시에 입성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거래는 정 고문의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 고문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장녀다.

롯데컬처웍스가 상장사인 이노션 지분을 장내에 처분하지 못했던 배경으로 해석된다. 또 롯데쇼핑과 롯데지주가 이노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보다 롯데컬처웍스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거래에 더욱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는 이유다. 이노션 1주당 가격 역시 거래가 이뤄진 지난 19일 종가기준 가격과 동일하다.

롯데컬처웍스는 확보한 유동성을 활용해 차입금을 상환하고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콘텐츠 확보 등에 쓸 계획이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일부를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고 나머지 자금을 영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라며 "또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특수관 공사 등에 자금을 투입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 주목할만한 대목은 롯데지주가 이번 거래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부진에 빠진 롯데컬처웍스의 지원사격에 동참한 셈이다. 그동안 롯데쇼핑이 롯데컬처웍스에 지원한 자금은 적지 않다. 대여금 500억원을 비롯해 리스부채가 2255억원에 달한다. 이는 롯데컬처웍스가 롯데쇼핑에 갚아야 할 채무로 분류된다. 롯데쇼핑은 2018년 롯데컬처웍스를 물적분할했다. 2021년말 기준 정 고문의 지분을 제외한 지분 86.37%를 갖고 있다.

막대한 지분율을 고려하면 롯데쇼핑이 롯데컬처웍스의 유동성 공급을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다. 그러나 자체적인 상황이 녹록지 않다. 롯데쇼핑은 별도기준으로 2018~2020년까지 매년 수천억원에서 조단위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 가까스로 순이익을 냈지만 아직까지 영업실적이 완전히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들어서도 눈에 띄는 실적 회복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은 올해 초 'AA'에서 'AA-'로 하락했다. 당시 등급하향 논리 중 하나가 롯데컬처웍스의 지속되는 영업손실이다. 롯데컬처웍스 신용등급이 자체적인 신용도에 비해 한노치 높은 이유도 롯데쇼핑의 지원 가능성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롯데쇼핑의 롯데컬처웍스 지원을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롯데쇼핑이 적잖은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가운데 롯데지주가 지원사격을 통해 롯데쇼핑의 부담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롯데컬처웍스에 대한 지원 주체가 롯데쇼핑 뿐이었다면, 롯데지주가 롯데컬처웍스를 비롯해 다양한 계열사를 지원사격 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그룹 내 지주사로서 계열사들의 신용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보고 이노션 지분 인수에 참여한 것"이라며 "또 이노션의 배당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투자 자산으로서의 가치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지주는 계열사에 대한 다양한 자금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 미니스톱 인수전 당시에도 자금 부족에 시달리던 코리아세븐을 대신해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후 코리아세븐에 자본을 수혈하고 딜 주체를 변경했다. 한국 미니스톱 인수 당시 코리아세븐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브릿지론을 제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자본수혈을 통해 직접적으로 인수자금을 댔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과도기인 BU체제에서 HQ체제로 전환하면서 그룹 내 롯데지주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며 "정책본부, BU체제 당시만 해도 롯데지주는 계열사를 관리하기 위한 성격이 짙었다면 HQ체제에서는 지주 본연의 역할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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