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첸, 성장동력 잃고 바닥난 현금곳간 [캐시플로 모니터]밥솥 수요감소, 소형가전으로 1인가구 틈새공략...러시아 진출 계획 전면 수정
손현지 기자공개 2022-07-22 10:33:20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0일 14: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밥솥 제조회사 쿠첸의 유동성 위험이 커지고 있다. 2017년을 기점으로 매출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다가 러시아 진출을 목적으로 자본적지출(CAPEX) 규모까지 늘린 탓에 현금 곳간이 대폭 축소됐다. 그간 '무차입 기조'를 이어왔던 것과 달리 은행 차입에도 손을 뻗으면서 유동성이 약해졌다.영업현금흐름 개선이 급선무다. 쿠첸은 올해 무리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기 보다는 주력기술인 '밥솥, 전기레인지'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1인가구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유통망 다각화 전략도 구상하고 있다. 해외 진출 로드맵도 기존 러시아 중심에서 유럽이나 중앙 아시아쪽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영업현금흐름 악화…FCF 마이너스에 차입확대
20일 쿠첸에 따르면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20년 138억원에서 작년 3억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가장 큰 원인은 자체 수익창출력이 약해진 점이다. 쿠첸의 영업현금흐름은 2020년 156억원에서 작년 -16억원으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이 기간 매출액은 1853억원에서 1633억원으로 떨어졌고, 올초 '121밥솥 리콜' 사태로 잡힌 32억원 가량의 충당금이 작년 회계상 판매보증충당부채로 잡히면서 영업손실폭이 기존 14억원에서 57억원으로 커졌다.
쿠첸 전체 매출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건 '밥솥' 가전이다. 쿠첸은 국내 밥솥시장에서 쿠쿠와 함께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에서 철수한 뒤 두 회사가 업계를 독식해왔다. 기술 진입장벽이 높고 이미 쿠쿠와 쿠첸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다른 업체들이 진출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엔 사정이 달라졌다. 1인가구 증가 등으로 즉석밥 소비가 늘어나면서 밥솥시장은 성장이 정체했다.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데다가 교체주기가 길어 지속적인 수요 발생이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작년 56.9㎏으로 30년 전 1991년(116.3㎏)에 비해 절반으로 축소됐다.
사업다각화 과정에서 기존 대비 적극적인 투자도 단행했다. 작년 한해동안 61억원 상당의 유형자산을 취득했다. 관계사 (주)테크로스워터앤에너지 등의 유형자산 23억원 매입 등으로 CAPEX는 총 118억원으로 확대됐다.
쿠첸의 잉여현금흐름(FCF)은 자체 수익창출력이 떨어지고 유형자산까지 늘린 탓에 작년 마이너스(-134억원)로 전환됐다. 연초 보유현금(138억원)을 모두 소진하는 수준이었다. 여기에 작년 4월 기타 특수관계자인 테크로스비젼인베스트먼트대부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5.11%를 취득하려면 120억원 상당의 현금이 추가로 필요했다.
쿠첸은 결국 차입금을 늘리기로 했다. 은행에서 장·단기 차입 각각 60억원씩을 끌어와 총 120억원을 차입했다. 쿠첸이 기존 무차입 기조에 가까운 재무정책을 펼쳤던 것과는 달랐다. 차입확대로 부채비율은 작년 한해동안 84%에서 117%로 급증했지만, 곳간에 남은 현금은 작년 말 기준 3억원에 불과하다.
◇新밥솥 판매처 발굴 주력, 러시아 대안 찾기
쿠첸의 실적 부진은 모회사인 부방에도 부담이다. 쿠첸의 부방 실적기여도는 2017년 62%에서 작년 51%로 작아졌다.
매출 증대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쿠첸은 당장 신사업을 추진하기 보단 잘하던 분야 경쟁력 제고에 집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근 '쿠첸 베이비케어' 등 유아가전 쪽으로 발판을 넓히고 있지만 그 비중은 미미하다.
쿠첸 관계자는 "밥솥을 대체할 사업다각화를 진행하기 보단, 기존에 강점이 있던 밥솥과 전기레인지 기술 경쟁력을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며 "유통망 다각화 뿐 아니라 해외 진출 기회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첸은 3인용 밥솥 등 소형가전쪽에서 승부를 볼 방침이다. 기존 6인용, 10인용에만 탑재되던 '2.1 초고압' 특화기술을 3인용 밥솥 '121 ME 네이처 화이트'에도 적용시켜 출시했다. 1인 가구 틈새시장을 노리겠단 전략이다.
판매처를 다각화를 위해서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당초 첫 해외진출 목표타깃은 러시아였다. 시작은 좋았다. 지난 9월 멀티쿠커 '플렉스쿡'이 러시아 출시 후 두 달 만에 85만달러 선적물량을 모두 판매하는 쾌거를 누렸다. 현지반응이 예상보다 더 긍정적이라 올해 수출 목표치를 기존 대비 3배 가량 높여잡았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수출·금융 제재 강화가 발목을 잡았다. 추가적으로 수출을 지속하기 어려워진 상태라 신규 해외 거래선을 찾아야 하는 상태다. 러시아 인근 중앙아시아나 유럽 쪽에서 신규 거래선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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