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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통' 롯데렌탈 CEO의 성과 [thebell desk]

이경주 기자공개 2022-08-01 13:46:51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6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에게 ESG는 여전히 살아있는 화두다. 지난해 10월에는 모든 계열상장사들이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고 올 들어선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게 했다.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두 과제를 의무화한 재계그룹은 롯데가 처음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런 롯데그룹 기조에 한 발 앞서 영감을 준 계열사가 있다. 재무통 CEO인 김현수 사장이 이끄는 롯데렌탈이다. ESG가 주는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 롯데 전체가 실감하게 했다. 증시 격동기에 성공적 조달을 통해 유의미한 펀더멘털 개선을 이뤘는데 그 중심에 ESG가 있었다.

롯데렌탈은 2019년 말만해도 신용등급 하방압력을 받았다. 국내 장기렌탈 1위로 탄탄한 시장지위를 갖추고 있음에도 차입이 과도했던 탓이다. 부채비율이 677%, 차입금의존도는 74%에 달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신용등급(AA-) 전망(아웃룩)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꿔달았다. 차입 의존도가 과한 회사가 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등급 변동성에 노출됐다. 그리고 2020년 초 펜데믹이 발발해 사업 위축이 우려됐다. 엎친데 덮친격이었다.

김 사장이 롯데렌탈 사장으로 부임한 것은 2020년 8월이었다. 롯데그룹 대표 재무통으로 불린다. 롯데쇼핑 재무부문장(CFO)이던 2006년 초 롯데쇼핑 상장 실무를 맡았다. 그룹 중대사를 성공시켰다. 이후 CEO로 중용됐다. 롯데손해보험 대표(2014년~)와 롯데물산 대표(2020년~)직을 수행했다.

김 사장은 2021년 1월 신년 계획을 발표했다. 롯데렌탈만의 ESG경영으로 친환경·전기차 트렌드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국내 전기차 판매대수의 8%(2550대)를 장기렌탈로 팔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후 행보를 보면 ‘조달’을 염두에 둔 전략적 발표였다. 당시 채권시장 분위기는 ESG투자붐이 금융에서 제조업으로 이제 막 옮겨 붙기 시작했을 때였다. 더불어 장기렌탈 고객의 친환경차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렸다.

롯데렌탈은 부정적 아웃룩과 재무부담에도 2021년 2월 대규모 공모채 발행(1900억원)에 나섰다. 전기차 스토리를 내세운 첫 ESG채권이었다. 신년 계획은 이를 위한 복선이었다. 자금을 모두 친환경차 구매에 쓴다고 밝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조원에 가까운 수요를 모았다.

이후 상승세를 탔다. 2021년 8월엔 기업공개(IPO)로 주식투자자 수요도 노렸다. 유동성이 풍부하던 시기였고 주식시장 역시 ESG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노렸다. 신주모집으로 4200억원 넘는 자본을 확충했다.

덕분에 IPO 직후 아웃룩이 회복(안정적)됐고 ESG채권 발행이 더욱 수월해졌다. 2021년 9월 3000억원에 이어 올 4월엔 최대규모인 7100억원 어치를 찍어냈다. 특히 올해 발행은 글로벌 금리인상으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와중에 이룬 결과물이었다.

재무안정과 실적개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결과로 이어졌다. 롯데렌탈 영업이익은 2019년 1305억원에서 2020년 1643억원, 2021년엔 최대기록인 2454억원이 됐다. 올 1분기 영업이익(705억원)도 전년 동기(493억원)대비 늘었다. 본업이 잘돼서 인데 공격적 조달 덕에 가능했다. IPO 효과로 부채비율도 올 1분기 말 기준 420%로 낮아졌다.

경쟁사도 유사한 전략으로 ESG채권을 찍었지만 소극적이었다. 2021년 초 한 건, 규모는 약 1000억원에 그친다. 이후 주식이나 채권 발행은 없었다. 그리고 롯데렌탈과 비교해 재무와 펀더멘털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김 사장이 재무적 감각을 십분 활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ESG의 중요성과 조달과의 상관관계를 선제적으로 간파하고 적기에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김 사장이 보여준 타이밍과 전략은 롯데 뿐 아니라 타사 CEO나 CFO도 눈여겨볼 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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